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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영의 마음산책] 어려운 취업...집안도, 학벌도, 능력도 별로인 저는 어찌 살까요

27세 남자 취업 재수생입니다. 올 2월 대학을 졸업하고 **본사 직영 편의점에서 하루 7시간정도 주 5일을 하고 있지만 저 스스로 여기가 직장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알바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대학 어문학부 출신으로 집이 좀 멀어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녔고 군대를 현역으로 마치는 동안 학점 관리하며 용돈이라도 부모님 신세지지 않으려고 알바를 병행했습니다. 어학연수... 가고 싶었지만 용돈이라도 벌어 써야 하는 집안 형편상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뭐하나 내세울 게 없는 취업 재수생 신세가 되어 있네요.

지금 가장 급한 취업이 잘 안 돼 괴롭습니다. 작년 졸업 전부터 공채로 시험 봐서 뽑는 곳 시도하다 안돼서 이력서 내고 면접보고 뽑는 곳이라도 가려고 여러 군데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지네요. 올 초에 한 군데 오라는 데가 있어 2개월 정도 다녀본 곳도 있지만 일이 제 적성에 전혀 맞지도 않거니와 팀장이라는 사람의 막말이 너무 힘들어 급성 우울이 오기도 해서 고민 끝에 그만두고 나왔습니다. 구직사이트부터 훑어보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코로나까지 터지니 취업이 더 힘들어지네요.

취업준비생들이 국회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박람회에서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국회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박람회에서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양지웅 기자

지금은 알바로 돈 버는 시간 외에 외국어와 적성시험 등을 준비하는 걸 1순위로 배치하며 지내긴 하는데 사실 공부도 막막하고 삶도 막막해 한숨만 나오고 계속 이렇게 살게 되는 게 아닐까 두려워 마음이 허둥지둥 대다보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밀어주는 친구들은 학원도 다니고 용돈도 받아쓰면서 취업준비에 매진하는데 저는 스스로 숙식을 해결해야 해서 일하면서 하려니 돈도, 시간도, 체력도 빠듯하고 지칩니다. 생각지도 않게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나는 실력도 없는데 운까지 없는 사람 같아 씁쓸해집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나만 열심히 하면 세 끼 밥은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딱 세 끼 밥만 먹고 사네요. 어떻게 힘을 내야 할까요? 힘을 내면 뭐가 달라질까요?

코로나 아니어도 누굴 위한 건지 모를 무한경쟁의 시대에 태어나고 성장한 서민출신 청년들 마음에는 잠시라도 불안이 떠날 새 없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잔인하리만치 사람보다는 자본의 이익을 중시하고 돌봐주는 사회 환경 속에서 갈수록 어려워지는 없는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코로나라는 전염병까지 돌아 설상가상 더 팍팍해 지고 있네요.

‘돈도 능력이니 가난한 네 부모를 탓하라’는 당당한 금수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조건 속에서 자식들을 가르치느라 등골 빠지는 서민 부모들의 고생을 아픔 속에 지켜봤을 2,30대 청년들의 성장기는 위축과 불안을 상수로 기대와 좌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시로 교차하는 시간들이었을 겁니다.

어린 시절부터 돈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따라가기도 힘든 경쟁교육 한 귀퉁이로 내몰려 적성이나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똑같은 학업을 강요당하고 한창 몸이 크고 생명력이 발동되는 시기에 좁은 교실 작은 책걸상에 묶여있다시피 하루해를 보내고... 이런 답답함 속에서 입시지옥을 보내고 났는데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좁디좁은 취업문을 뚫는 일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으니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 레이스에 지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래서인지 나이나 얼굴은 분명 청년인데 마주 하다보면 그 피곤함과 지친 정도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장년이나 노년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찌어찌 여러 이유로 입시를 거치지 않고 특성화고나 기타 경로로 20대 초반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의 삶은 더 힘들어 보입니다. 학벌사회에 기초한 사회 분위기에서 고졸이하의 학력 자체로 온갖 불공정함을 경험하고 더러는 생명을 위협하는 산업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스무 살 남짓의 나이에 사회에 나오자마자 좌절부터 겪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고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젊은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젊은이ⓒ민중의소리

어려서부터 경쟁에 지친 청년들
일찍 사회생활 시작한 청년들은 학벌사회에 좌절

청년기는 발달단계상 명실공히 독립하는 시기라고들 하지요. 육체적, 심리적 독립에 이어 경제적 독립을 이루어 삶을 독자적으로 꾸려가는 출발점에 서는 시기라고 하는데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런 소박하고 당연한 발달단계의 이행조차 요원한 꿈이 되게 만드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선택의 권한이 없는 사람들에게 직업선택의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자산이 없는 사람들에게 거주이전의 자유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살아가는 데에 최소한의 조건인, 안전한 거주지와 벌어먹고 살 직장이 없는 독립은 말장난이지요. 그래서 청년기에 대한 이런저런 정의나 규정이 오히려 그런 성취를 이루지 못한 자신을 깎아내리게 하고 좌절하게 하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보여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이 없지 않다는 사실을 주목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진실을 가리고 젊은이들의 좌절과 무력감을 체계적으로 이용하는 기득권 세력이 자나 깨나 어려운 취업, 쉬운 해고, 값싼 노동력 확보를 연구하고 자기들만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동한 결과, 서민청년들의 현실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과를 정확하게 자각하는 것은 이런 현실극복의 첫 걸음이지요. 아울러 대안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인식과 공동체적 실천은 말할 필요 없는 필수적 단계이구요.

다만 개인적 해결과 개인간 경쟁에 길들여온 역사와 환경이 있기에 사람들을 무력한 존재로, 힘없는 개인으로 보게 하는 다양한 시도에 맞서 거기에 길들여진 심리패턴 (실패경험의 자극 - 나는 실패했다 - 과거 속 다른 실패 경험들을 찾아냄 - 나는 늘 실패한다 - 실패 요인에 초점- 실패를 불가항력적으로 느낌 -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 실패자상 – 무력감 - 다시 실패경험의 자극이 오면 악순환)을 재정비하고 합리적 사고 능력을 위협하는 감정에 빠져 있지 않고 깨어 있으려 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지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현실극복의 첫 걸음
합리적 사고를 위협하는 심리에서 벗어나
연대와 공동체적 해결 나설 때, 힘있는 사회적 존재 될 수 있어

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연대가 병행될 때, 공동체적인 해결이 전제될 때 폭발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이런 성과들은 다시 긍정적 자기상을 만들어 냄으로써 우울과 무력감에서 벗어나 생동하는 사람과 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하게 됩니다.

개인간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진리인양 어린 시절부터 세뇌되어 왔기에 청년들이 공동체적 비전과 연대의 위력을 맛보는 작업은 자신을 어떤 존재로 볼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작업과 직결되기도 합니다. 이런 노력은 ‘매사는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데 나는 무력한 개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을 ‘힘 있는 공동체구성원’이라는 사회적 존재로 자기정체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구요.

인간의 사회적 속성상 연대를 통해서만이 사회적 자유가 얻어진다는 평범한 진리의 토대위에 젊은이답게 힘 있고 아름다운 상상력을 펼치는 과정 자체가 무력과 우울감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길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그토록 안정되고 싶었던 삶의 조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하여간....!

신미영 열린학교상담아카데미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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