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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트라우마 시달리는 세월호 생존자 ‘진상 환자’ 취급하며 유죄 선고한 법원
16일 오후 제주항 국제여객선터미널 광장에서 제주도교육청 주관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사고 생존자이자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불리는 화물기사가 김동수씨가 고개를 숙여 흐느끼고 있다.2015.04.16
16일 오후 제주항 국제여객선터미널 광장에서 제주도교육청 주관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사고 생존자이자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불리는 화물기사가 김동수씨가 고개를 숙여 흐느끼고 있다.2015.04.16ⓒ뉴시스

‘세월호 의인’ 김동수(56) 씨가 사고 당시 트라우마로 지난해 5월 자해해 치료받는 과정에서 의사를 발로 찬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 씨 측은 세월호 피해자 지정 병원인 고려대 안산병원이 부적절한 진료행위로 김 씨를 자극해 발생한 일이라며 항소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최석문)은 지난 11일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씨에게 벌금 3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3일 고대 안산병원 응급실에서 의사 임 모(31) 씨의 복부를 발로 차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관련기사:세월호 의인이 ‘진상 환자’로 재판받아…“생존자 트라우마 외면했다”)

이 사건은 김 씨의 트라우마가 발현되면서 시작됐다. 의인이 아닌 ‘생존자’로서의 삶을 사는 김 씨는 참사 당시 아이들을 모두 구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했다. 이날도 그는 국회 앞 시위 도중 자해해 병원에 옮겨졌다.

김 씨는 가까운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4~5년간 치료를 받아왔던 고대 안산병원 정신의학과 측(안산온마음센터) 제안으로 해당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고대 안산병원은 경기도의 위탁을 받아 세월호 피해자 지정 병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응급실 접수 도중 김 씨 측과 의료진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응급실 의사 임 씨가 김 씨의 발에 복부를 맞으면서 김 씨를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김 씨 측은 병원의 미숙한 초기 대응으로 이 사건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응급실에서 김 씨를 진료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여 김 씨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병원 측이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CCTV와 구급차 관계자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임 씨가 먼저 김 씨에게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나가’라며 진료를 거부했고, 욕설하며 경찰을 부르거나 휴대전화로 김 씨를 촬영해 김 씨의 병세를 악화시켰다고 김 씨 측은 주장했다. 김 씨가 누워서 발버둥 치던 중 우연히 김 씨의 발에 임 씨가 맞았을 뿐이라고 김 씨 측은 주장했다.

반면 임 씨 측은 김 씨가 간호사들에게 욕설하며 행패를 부려 이를 저지하다가 김 씨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에게 욕설하거나 ‘나가’라고 한 사실은 기억나지 않고, 김 씨 측이 먼저 촬영해 휴대전화를 꺼냈다고 임 씨는 법정에서 진술했다.

김 씨의 입원을 준비했어야 했던 병원 측은 김 씨가 이송된다는 별도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김 씨 측 사실조회서에 대한 회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안산온마음센터 부센터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연대 병원에서 고대 병원으로 이송 절차를 진행하며 고대 병원에 연락했다는 내용을 연대 간호사에게 확인받았다고 진술했다.

응급실 자료사진
응급실 자료사진ⓒ뉴시스

법원은 병원 측의 진료행위가 부적절했다는 진술을 배제한 채 김 씨가 응급실 진료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대 안산병원 측이 김 씨의 이송 상황을 확인했다는 안산온마음센터 부센터장의 진술, 의사 임 씨 측이 김 씨에게 욕설하며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다는 구급차 관계자의 진술 등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 씨가 간호사에게 접수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화를 내지 않고 자신의 이름만이라도 알려줬으면 병원에서 바로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김 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김 씨 측 최정규 변호사는 “김 씨가 간호사에게 이름을 말했다”라며 “김 씨가 처음부터 욕설한 것은 아니다. 간호사에게 배와 팔 등 상처를 보여주며 ‘정신의학과와 이야기됐다’라고 말했다”라고 반발했다. 김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김 씨가 이름을 말했는지 쟁점은 아니었다며, 항소심에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변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김 씨의 트라우마를 고려하지 않은 채 유죄 판단을 내렸다. 최 부장판사는 “김 씨가 자해 상처에 대한 치료를 받았던 점은 인정한다”라면서도 “김 씨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김 씨 측 심신상실 주장을 기각했다. 김 씨는 극심한 트라우마로 지난 6년간 5일에 한 번꼴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씨 병세를 배려하지 않아 김 씨가 퇴정하는 일도 발생했다. 임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기일을 김 씨의 트라우마를 고려해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증인신문기일로 지정해달라는 김 씨 측 의견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임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갑작스럽게 진행해 김 씨가 임 씨의 주장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고통스러워하는 김 씨를 위해 김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 퇴정을 요청했다.

최 변호사는 “김 씨에게 책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트라우마가 발작처럼 일어난 환자에게 고대 안산병원은 세월호 피해자 지정 병원으로 역할을 다 했는지 묻고 싶다”라며 항소심에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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