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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사법부, 이재용 엄중 처벌로 불법 승계 근절해야”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이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불법승계 혐의 공소장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9.16.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이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불법승계 혐의 공소장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9.16.ⓒ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된 가운데, 시민사회가 재벌 기업 불법 승계를 근절하기 위해 사법부가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참여연대는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공소장을 분석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이건희 회장과 이 부회장 일가가 지극히 적은 지분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편법적인 지배구조가 조성된 가운데, 법제도가 정비되면서 압박을 받자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불법 합병과 주가조작 범행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불법행위가 이 부회장 개인을 위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합병 전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 지분은 3.38%, 이 부회장 지분은 0.57%에 불과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업무상 배임과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재벌기업 총수일가의 반복되는 불법 승계를 근절하기 위해 사법부가 이 부회장 처벌을 엄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기는 했으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대표적인 ‘3․5법칙’ 사례다.

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위법행위로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면 수십 년의 징역을 선고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면, 삼성 총수일가가 다시 처벌을 감수하면서 불법 승계 작업에 나설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는 재판과정에서 법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한다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는 점도 강조됐다. 공소장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6일 전인 2015년 7월 이 부회장이 워런 버핏을 직접 만나 자신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을 분할해 사업 회사 경영권을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에 넘기는 대신,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하는 이면 약정을 제안했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 부회장은 직접 미국에 가 워런 버핏에게 주요 회사의 경영권 지분을 넘기는 비밀 약정을 추진할 정도로 절박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은 이 부회장이 수동적인 지위에서 제공한 게 아니라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0.06.08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0.06.08ⓒ김철수 기자

이재용 개인 위한 불법 합병 과정에서 회사·주주 피해 발생

이 부회장의 주요 혐의인 자본시장법 위반행위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이뤄졌다.

먼저,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삼성물산 이사회에서 합병 안건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위반행위가 발생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삼성물산 사외이사들에게 합병 목적과 효과 등에 대해 허위 내용을 공표하고 중요사항을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합병은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한 조치이며 합병이 이뤄지면 삼성물산 가치가 저평가될 것이라는 점을 사실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 사외이사들은 합병에 따른 자사 유불리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이사회에서 합병 안건을 결의했다.

합병 계약 이후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도 위반행위가 이어졌다.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기주식을 KCC에 매각해 우호지분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자기주식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는 “이 부회장 측은 건설 자재를 만드는 KCC에게 합병 찬성을 청탁하면서 건설업을 영위하는 삼성물산과의 거래에서 이익을 보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CC에 대한 이익 제공은 회사 재원으로 이뤄지는데, 이 부회장 개인을 위해 회사 재원을 쓰는 건 배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업무상 배임죄는 구속영장에서 빠졌다가 공소장에 들어갔다. 김남근 변호사는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회가 경영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결정을 따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총에서 합병 승인이 난 뒤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시세 조작도 동원됐다. 피고인들은 고가매수 주문과 물량소진 등 작전 세력이 사용하는 수법을 써 주가에 부정하게 관여했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의도적으로 숨겨 주주 이익도 침해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시세조정은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라며 “주가조작행위로 개인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일부 주주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주당 1만∼2만원의 손해를 보았다며 집단적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변 공익변론센터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주주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2.17.
지난 2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변 공익변론센터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주주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2.17.ⓒ뉴시스

이사회 견제·감시 기능 마비된 삼성…준법감시위 실효성 의문

피고인들 의도대로 위법행위가 실현됐다는 점에서 불법경영을 견제·감시하는 이사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소장에는 삼성 미전실 지시에 따라 삼성물산 이사회가 합병 적법성·적절성을 사실상 심사를 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결의했다고 명시됐다.

국정농단 사건 2심 재판부가 양형 사유로 언급해 삼성이 설립한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원칙적으로 준법감시는 이사회 역할이며 준법감시위는 법적 지위를 갖지 않아 정보 수집 등 권한이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삼성이 내부 통제 강화 의지가 있었다면 연기금 추전 이사를 받아들이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조치를 먼저 취해야 했다”며 “이사회가 아닌 외부의 임의적인 위원회가 견제·감시 기능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벌개혁 필요성도 대두된다. 기업부패를 막기 위한 법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친재벌적 성격을 보인 박근혜 정권 이후, ‘재벌도 공범이다’라고 외친 촛불시민 지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재벌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종보 변호사는 “경제성장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대선 공약이었던 재벌개혁 공약은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고, 재벌들의 적극적 투자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현 지평 대표변호사)이 지난 1월 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장 수락 배경 및 위원회 구성 운영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0.01.09.
김지형 전 대법관(현 지평 대표변호사)이 지난 1월 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장 수락 배경 및 위원회 구성 운영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0.01.09.ⓒ뉴시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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