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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0만 국회입법청원 눈앞에 둔 ‘전태일 3법’ 

민주노총이 한창 추진하고 있는 ‘전태일 3법 국회입법청원운동’에 10만 명에 육박한 국민이 동참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전태일 3법 서명운동은 청원을 개설한 지 일주일이 되기도 전에 6만 명을 넘기더니 현재까지 9만 3천 명을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서명 목표를 조기에 달성해 곧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이 ‘전태일 3법’에 거는 기대와 열망이 뜨겁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태일 3법’이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것,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할 권리와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엔 일부 조항만 적용하고 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을 적용하지 않아 무제한 연장 근로도 가능하며, 연차휴가·연장수당·야간수당·휴일수당을 줘야 할 의무도 없다. 정당한 사유가 없어도 얼마든지 해고할 수 있다. 오로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겐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전태일 3법’이 제정되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580만 명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특수고용노동자와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나에게 임금을 주고, 업무를 지시하는 사용자이지만 사용자의 의무를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택배·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 배달 라이더가 특수고용노동자이며 그 규모가 무려 221만 명이다. 이들에게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제대로 보장하자는 것이 바로 ‘전태일 3법’의 두 번째 내용이다. 

세 번째 내용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뜻한다. 일하다 노동자가 죽어도 기업주가 처벌받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올해부터 산업안전법이 개정되어 원청 책임이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죽고  떨어져죽어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가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길이 ‘전태일 3법’에 있다. 
  
민주노총이 10만 명을 모아 ‘전태일 3법’을 국회 상임위에 상정하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다. 예전처럼 악법 조항 하나를 뜯어고치고 법안 하나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입법 발의를 요청하지 않아도 된다. 의원실 문을 두들기며 소극적으로 부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이 직접정치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또한,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며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이 축소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온라인으로 입법을 청원하는 새로운 투쟁의 신호탄이 된 것이다. 특히 조합원만이 아닌 전체 노동자를 위해,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민주노총이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한국노동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는 전태일 열사 분신항거 50주년이다. 50년 전 ‘시다’ 노동자들이 오늘날의 특수고용노동자이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이들이 오늘날의 전태일이 되어 ‘전태일 3법’을 추진하는 것이다. 국회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여야 할 것 없이 ‘전태일 3법’의 입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고 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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