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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 집중된 ‘대면’ 산업 위기…정부는 비대면 산업육성만 몰두”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성평등노동 실현과 돌봄 민주주의 실현을 촉구 하고 있다.  2020.05.18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성평등노동 실현과 돌봄 민주주의 실현을 촉구 하고 있다. 2020.05.18ⓒ김철수 기자

코로나19 시대 여성 노동자가 집중된 ‘대면’ 산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부는 비대면 산업육성과 전통적 남성집중업종 지원에만 몰두해 일자리 정책에서 여성 노동자를 배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16일 한국여성노동자회·전국여성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성평등 노동으로’ 토론회에서 ‘재난 위기, 여성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기존의 성별 불평등 위기’와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가 중첩되고, 후자가 전자를 더욱 증폭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의 효과 또한 매우 젠더 편향적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코로나19 시기 ‘대면’은 새로운 불평등 요소로 등장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대면·비대면은 생산 효율성과 소비 편의성 문제에서 건강과 안전의 문제로 전환됐다”라며 “노동시장 취약 집단은 ‘건강이냐 소득이냐’ 선택을 요구받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면’은 여성적 노동의 구성 요소”라며 “감염병 시대 일자리 위기와 노동 안전 위험은 ‘여성적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시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일자리는 돌봄(care), 환대(hospitality) 노동이다.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며 대면이 해당 노동을 정의하는 핵심 요소라는 공통점을 가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면 접촉은 일자리 취약 요인이 됐다. 지난 7월 통계청에 따르면, 실제 소비자와 대면해 강한 상호작용을 요구받는 산업인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등에서 전년 대비 취업자가 감소했다. 대면 여성집중업종 일자리 위기가 심화한 것이다.

한편 공적 돌봄시설·서비스와 학교 운영 중단에 따른 돌봄 부담을 여성들이 전적으로 떠안게 되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위기는 더욱 심화했다고 김 부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돌봄의 재가족화에 따른 여성의 부담 증가는 경제활동 중단, 경력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지난 3월부터 여성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성평등노동 실현과 돌봄 민주주의 실현을 촉구 하고 있다.  2020.05.18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성평등노동 실현과 돌봄 민주주의 실현을 촉구 하고 있다. 2020.05.18ⓒ김철수 기자

코로나19 위기는 여성 노동자에게 보다 집중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일자리 위기대응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김 부연구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산 정도 대비 고용 감소 폭이 다른 나라보다 크다. 이중 노동시장 구조, 고용유지보다 생계·재취업 지원에 초점을 둔 정책의 결과”라며 “고용유지지원금 등 관련 정책에서도 여성, 취약 노동자의 배제 가능성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여성집중업종을 배제한 특별고용지원업종, 남성집중 ‘기간산업’만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시 음식점, 학교 등 급식시설, 학원, 중소 병·의원 등 여성집중업종을 제외했다”라며 “기간산업안전기금 40조는 ‘국민경제, 고용안정 및 국가안보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항공업, 해운업, 자동차, 조선 등 대규모 전통적 남성집중업종에만 지원됐다”라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 정책에서 비대면 산업육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해 여성 노동자를 삭제했다고 김 부연구위원은 질타했다.

그는 “대형마트, 화장품 로드샵 등 대면 일자리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를 더 촉진하는 시그널로 작용한다”라며 “의료산업과 소상공인 지원, 사용자 친화적 유연 근무 확대에 초점을 맞췄고, 비대면 경제 전환에 따른 성별 일자리 영향 및 이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라고 평가했다.

디지털 돌봄 및 돌봄 로봇 사업 추진 등에 대해 그는 “신체적·지적·감정적 활동이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돌봄 노동의 과정을 비가시화했다”라며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돌봄 노동에서 안전 확보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성평등노동 실현과 돌봄 민주주의 실현을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05.18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2020년 제4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성평등노동 실현과 돌봄 민주주의 실현을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05.18ⓒ김철수 기자

여성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김 부연구위원은 “대면 서비스 여성집중직종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추가 지정해 혜택을 확대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시 파견·용역, 협력업체 동반 신청 절차를 마련하는 등 지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장기적 대책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노동법 개정, 전국민고용보험 등이 제시됐다.

여성들이 집중된 돌봄 산업에서 감염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돌봄 노동자들을 필수 노동자로 지정해 그 지위를 보장·보호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돌봄 외에도 필수 노동 분야에 여성이 집중된 만큼, 필수 노동의 저평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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