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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나마스테” 갑갑한 방 귀퉁이를 ‘파라다이스’로 만드는 마법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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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에 몇 분이나 내 몸에 관심을 기울일까. 점심 식사 후 3분의 양치질을 더듬어봤다.

거울을 응시하는 눈빛의 초점은 어디에 가 있는지, 피부 상태는 푸석푸석한지 보드라운지, 칫솔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손목에 힘은 제대로 들어갔는지, 찌뿌드드한 내 덩치를 지탱하고 있는 무릎은 무사한지, 마음은 안녕한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아마 ‘무념’에 가까운 3분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정리해 보니 내게 집중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올해 최고 불청객인 코로나19로 일상이 뒤틀린 듯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내게 선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요 몇 해 중 나의 24시간에 ‘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넓어질 수 있는 기회이다.

만약 이 시간을 활용하는 법이 낯설거나, 획일적인 공간에 갇혀 분노나 우울감으로 흘려보내고 있다면 오늘 저녁 방바닥에 매트를 펼쳐 놓고 머리를 가볍게 한 채 ‘요가’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나를 돌아보는 온전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유튜브계 ‘행복 전도사’ 요가소년(한지훈)이 꼽은 요가의 최대 매력 포인트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요가소년(한지훈)이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9.16
요가소년(한지훈)이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9.16ⓒ김철수 기자

가장 좋아하는 움직임을 만난 날, 요가소년 탄생기

18일 기준 33만 명에 달한 구독자에게 사랑받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요가소년은 2년 9개월째 채널을 운영 중이다.

그가 처음 요가를 만난 건, 13년 전 인도에 방문했을 때다. 친구들과 한 달 정도 인도에 머문 동안 일주일의 자유시간이 생겼는데 함께 간 한 친구가 “인도에 왔는데 요가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물은 게 계기가 됐다.

요가소년은 당시의 경험을 “어디서 빛이 나고, 몸이 좋아지는 것 같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고, 그런 건 전혀 아니었다. 정확히 기억에 남지 않지만 요가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나쁘다’가 아닌 ‘이런 게 요가였어?’ 정도였다”며 “그 이후 요가를 아예 잊고 살았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후 요가를 다시 만난 건 5년 전이다. 지금의 아내, 당시의 여자친구가 “새로 등록한 요가원이 너무 좋다”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요가소년은 그때의 자신을 “젊은 나이에 기대 내 몸을 전혀 보살피지 못하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점점 닳고 있던 찰나, 일상에서 누적된 우울감까지 꽤 크게 덮쳐 힘에 부쳤다. 바쁘다는 핑계로 끼니를 자주 걸렀고 수면시간이 들쭉날쭉해 소화 기능도 악화했다. 설상가상 오른쪽 무릎의 퇴행성관절염 진단까지 받았다.

그렇게 악조건에서 다시 만난 요가의 느낌은 ‘호’였다. 좋은 느낌들이 몸 구석구석 곳곳에 포개어졌다. 이후로도 그는 꾸준히 요가를 했다.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가장 즐겁게 여기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직업’이 됐을 만큼 요가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움직임이다.

요가소년(한지훈)이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9.16
요가소년(한지훈)이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9.16ⓒ김철수 기자

“오늘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나만을 위해서 쓴 시간, 나에게 마음을 준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한 10초 정도 될까요?” 요가소년이 질문을 던졌다.

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의식이 깨어있는 정도는 저마다 다르다. 그가 요가를 좋아하는 큰 이유는 이 10초가 10분으로, 20분으로 나아가 1시간 혹은 그 이상까지 커지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는 “몸을 움직이고 자세를 취하는 것만이 요가가 아니다. 계속해서 나를 온전히,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통칭했다.

예를 들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를 쭉 살피며 ‘내 발가락이 이렇게 생겼네’, ‘이 자세를 취하니 무릎이 아프네’ 등 이런 반응을 느끼는 것이다. ‘몸에 연료가 떨어졌어’, ‘마음에 생채기가 덧나고 있어’ 등 머리로는 인식하지 못한 마음이 보내는 전조에도 더 귀 기울일 수 있다. 요가소년의 표현을 빌려 “나에 대한 보살핌”, “내게 집중하는 보장된 시간”이다.

‘모범적인 자세’에 집착하지 않아도 괜찮다. 동작이 안 된다고 문제 삼을 필요도 없다. 때로는 복잡하게 얽힌 고민들이 커다란 지우개로 쓱, 말끔히 지워지는 느낌이 찾아오기도 한다. 요가소년은 “다수에게 이런 시간을 선물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요가소년
요가소년ⓒ요가소년 제공

“남자인데도 요가 하네요” 그의 영상에 종종 이런 댓글이 달린다. ‘남성이 하는 요가 콘텐츠’에 호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지인의 추천으로 보게 됐는데 좋아서 계속 보고 있다”는 반응도 더러 있다.

요가소년은 ‘요가 하는 남성’의 모습이 생소했던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부딪쳐 깨 왔다. 구독자의 비율도 73%가 여성, 27%가 남성이다. 그의 요가를 보고 배우는 10명 중 3명이 남성인 셈이다. 그는 “채널을 운영한 2년여 동안 많이 바뀌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남성분들의 참여가 늘어났다”고 체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에게 ‘마이너한 스포츠’로 여겨진 요가가 점차 대중화된 것은 그에게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남녀노소 요가를 함께 즐기는 건강한 동료들이 많아진 것도 요가소년에겐 고무적이다. 요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도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요가소년은 “제가 처음 시작할 때는 국내 유튜브에 요가 콘텐츠 채널이 별로 없어서 해외 채널을 참고했다”며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 그분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서로 도울 수 있는 것들을 모색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유튜브를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은 시장조사를 하며 아마 제 채널을 참고할 텐데, 제가 어떤 방향을 가져가는지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어떤 이에게는 귀감이 되겠지만 다른 이에게는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하는 활동과 관련해 높아진 대중의 관심도도 채널에 일정 영향을 미쳤다. 작은 변화가 있다면 ‘요가원에 갈 수 없어 찾아왔어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답답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아이가 학교에 못 가 함께 할 수 있는 체육활동을 찾다가 알게 됐어요’ 등 이전에 없던 댓글들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다만 요가소년은 “코로나19로 구독자 수가 드라마틱하게 올라가진 않았다”고 말했다. 채널 성장의 기울기는 그가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쏟은 정성에 비례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요가소년
요가소년ⓒ요가소년 제공

거실+반팔+매트+자연광=사랑받는 ‘꿀 조합’

요가소년의 콘텐츠에는 요가소년만의 원칙이 있다. 화면을 보지 않고 오디오만 듣고도 자세를 따라 할 수 있도록, ‘너무 많다’고 느껴질 만큼 안내 멘트를 촘촘히 구성하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다. 그는 “몸을 움직이다 화면을 보면 자칫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전혀 원하지 않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되도록 이를 보지 않고도 안내하는 소리에 맞춰 자세를 취할 수 있게끔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원칙은 ‘다양한 성격의 수련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요가소년은 “3년 가까이 하다 보면 영상 성적표가 나타난다. 모든 영상을 공들여 만들지만 각각 사람들의 반응, 선호하는 영상 분량, 조회 수 등 수치가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100만 뷰가 찍힌 영상과 흡사한 것,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만들면 그 정도의 조회 수는 어느 정도 나오겠지만 그럼 채널이 획일화된다”며 “되도록 다양한 성격의 영상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원칙은 ‘소통’을 활발히 하는 것이다. 구독자와 소통을 늘리는 것은 그가 올해 설정한 목표이기도 했다. 주기적으로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달의 주제에 따라, 그날의 기획에 따라 미리 녹화해 둔 요가 수련 영상 중 하나를 고르고 정해진 시간에 생중계로 재생한다. 수련 영상 앞, 뒤로는 짧게 시청자들과 인사하고 대화하며 그날의 느낌, 기분, 요가에 대한 궁금증 등도 소통한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실시간 채팅창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자가격리 중인 이들도 매일 소식을 전한다.

요가소년은 “공간은 다르지만 같은 영상을 보며 동시에 수련하니 ‘함께하는 느낌이 든다’고들 말씀하신다. 서로가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고 있다”며 기뻐했다.

시야가 복잡하지 않은, 투박한 영상 스타일도 또 하나의 포인트다. 그의 영상 구성은 단순하다. 걸림 없이 널널하고 간단한 옷차림의 요가소년, 인공조명 대신 은은히 비추는 자연광 그리고 요가 매트. 자신의 집 거실 귀퉁이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과 편집을 ‘셀프’로 진행하고 있다. 영상에서 제일 먼저 노출되는 미리 보기 이미지(섬네일)에 대해서도 요가소년은 “보수적으로, 은근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원칙들이 모여 ‘요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영상이 구성됐다.

아울러 독자들이 꼽은 요가소년 채널의 특장점이 있다. 바로 수련 효과를 배가하는 낮고 안정적인 톤의 ‘요가소년 목소리’이다. 과장을 좀 보태면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들은 사람은 없다. 특히 명상을 통해 심신의 응어리를 풀어 몸을 이완하는 수련, ‘요가 니드라(수면 요가)’에서 그의 목소리는 진가를 발휘한다.

요가소년
요가소년ⓒ요가소년 제공

“제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감정을 사람들과 계속 교감하고 싶어요”

요가를 시작하기 이전, 요가소년은 팟캐스트 ‘책 읽는 라디오’ 제작자로 활동했다. 평소에 책 읽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던,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었다. 첫 솜씨는 서툴렀지만 그 자체로 즐거웠고, 하나하나 구색을 갖춰가며 노하우를 쌓았다. 그는 ‘책 읽는 라디오’가 7살이 되던 해까지 자리를 지켰다.

요가소년은 당시에 느낀 보람도 “내가 좋아하는 책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던 점”이라고 꼽았다. 그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감정을 사람들과 계속해서 교감하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요가소년의 구독자들은 그를 ‘진정한 인플루언서’로 꼽는다. 요가소년은 “가능한 오래, 요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알려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나아가 “요가를 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철학, 가치는 다르겠지만 넓게 보면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며 멀리 내다보며, 천천히 가되 나 또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짐했다.

이어 “중장기 계획, 기가 막힌 청사진은 없지만 분명한 건 요가소년 채널을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어떤 시도를 하던 오래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영상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요가소년은 최근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생긴 ‘건강한 부담감’도 기쁘게 즐기고 있는 중이다.

요가소년은 오늘도 매트 위에 선 이들에게 이야기했다. “목표를 향해 가는 모든 분들이 멀리 내다보고 조금씩 천천히, 함께 오랜 시간 수련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마스테”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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