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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 최악의 코로나 위기에서 보여준 대반전
이탈리아에서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됐던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한 학교에 학생들이 돌아온 모습. (2020.9.14)
이탈리아에서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됐던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한 학교에 학생들이 돌아온 모습. (2020.9.14)ⓒLaPresse·AP/뉴시스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첫 유럽 기착지는 이탈리아였다. 지난 3월 이탈리아에서는 확진자 수가 8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의 대응은 늦었고 의료 시스템은 붕괴 직전이었다. 군용트럭에 실린 희생자들의 시신이 줄지어 화장터로 향했다. '살릴 사람만 살린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이탈리아는 중국과 함께 '코로나19 진앙지'라는 조소를 받아야 했다. 서구 세계는 이탈리아가 겪는 최악의 위기를 당연시했다. 이탈리아인들은 무질서하고 나태하기 때문에 위기 대응을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편견이 만연했다.

하지만 9월 현재 상황은 급반전됐다. 지난 21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자료에 따르면 최근 14일 기준 이탈리아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수는 34명이었는데, 스페인(300.5명), 프랑스(192.5명)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이탈리아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방역 모범 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학교는 다시 문을 열었다. 국민투표도 큰 탈 없이 치러졌다.

이탈리아는 어떻게 단 몇 달 만에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그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국제관계 전문지 포린 폴리시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How Italy Snatched Health From the Jaws of Death

올해 1월 코로나19가 이탈리아를 강타했다. 이탈리아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적인 죽음의 여정에서 유럽의 첫 번째 기착지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3월 "이탈리아 보건의료 체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신음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Bild)는 코로나19 희생자들을 묘지로 운구하는 군용 트럭의 섬뜩한 행렬을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비극적 운명이 안겨준 충격으로 세계는 이탈리아에 대해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우월감을 무심코 드러내고 말았다. 무질서한 이탈리아인들은 위기 대응에 실패하고 있지만, 자신들은 다를 것이라는 우월감 말이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이탈리아는 코로나19 대응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독일이나 핀란드와 같이 유럽의 방역 모범 국가들 수준으로 감염률을 낮췄다. 그뿐만 아니라 사망률을 그들 국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대중교통 방역이 바로 이탈리아가 제대로 성과를 보여준 한 분야이다. 최근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체공항)은 영국 항공 서비스 조사기관 스카이트랙스로부터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청정 등급 별 다섯 개를 받았다.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객들은 진단검사를 받고 탑승 전 결과를 받는다. 성공적이라는 게 입증된다면 이러한 조치는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많은 공항, 항구, 기차역에서 승객들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의 한 의원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불평을 토로하면서 "영국의 검사 체계는 완전히 엉망인데 이탈리아 공항에서는 승객들이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가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건 공항이나 기차역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는 의원 수 감축 의제를 놓고 유권자 3분의 2가 참여한 가운데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어쨌든 팬데믹 한가운데서 이탈리아가 보여준 활약은 세계로 하여금 이탈리아를 상대로 거들먹거렸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종종 난장판이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관료주의에 찌든 것처럼 보였던 그 이탈리아 말이다. 물론 그런 비난은 대부분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탈리아 학자 로베르토 오르시가 2013년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치적 실정은 이탈리아를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부채에 허덕이게 만들었다.

미국 지질학 연구팀은 2010년 보고서에서 부실 건축 때문에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이란에서는 3천 명이 죽고 이탈리아에서는 150명이 죽으며 미 캘리포니아에서는 3명이 죽을 거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2016년 대지진 이후, 그리고 현재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이탈리아는 놀라울 정도로 민첩하게 대응했다. 정말로 세계는 이탈리아의 대응으로부터 한두 가지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1월 하순 중국에서 온 감염자에 의해 이탈리아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1월 31일까지 이탈리아에서는 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불과 4주 반 뒤 3천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면서 정부는 학교와 대학을 폐쇄했다.

며칠 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북부 지역 전역에 봉쇄령을 내렸다. 그러나 별 효과는 없었다. 4반세기를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영국인 사업가 마크 로위는 "북부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수천 명이 남부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전역에 대한 동시 봉쇄 조치가 필요했다"고 성토했다.

그러고 나서 3월 22일까지 이탈리아에서는 확진자가 6만 명이 나왔다. 정부는 공장 폐쇄를 명령했다. 이탈리아인들의 일상은 병원, 슈퍼마켓, 약국, 집으로 국한됐다. 그러나 고난은 계속됐다. 3월 26일 712명이 사망했다. 다음날 바이러스는 91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세계는 고통받고 있는 이탈리아를 적잖은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다. 독일 일간 빌트는 "우리는 항상 당신들처럼 살고 싶었다. 당신들은 너무도 느긋하고, 너무도 아름답고, 너무도 열정적이다. 당신들처럼 파스타를 요리하고, 캄파리 소다를 마시며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고 비꼬았다. 영국 일간 더 선과 수많은 해외 언론들은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봉쇄령으로 인해 만날 수 없는 연인들의 러브스토리를 전했다. 연인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발코니에 나와서야 서로의 얼굴을 겨우 볼 수 있었다.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이다.

그사이 우방국들은 이탈리아의 긴급 의료용품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오히려 러시아와 중국이 미심쩍은 지원과 대대적 선전으로 이탈리아 국민들의 점수를 땄다. 4월초 이탈리아 여론조사 기관 SWG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 응답자 중 52%가 중국이 우호국가라고 답했다. 작년 10%에서 큰 폭으로 오른 수치이다. 32%는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응답했다. 작년에 비해 17%포인트 늘었다. 반면 45%는 독일에 대해 적대적이라고 답했다.

가끔씩 발코니 로맨스는 있었을지 몰라도 이탈리아는 파멸의 늪에 빠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반년 뒤 상황은 급반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2주간 10만명 당 약 3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같은 기간 스페인(311명), 프랑스(193명)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다. 방역 모범 국가인 독일의 26명에도 상당히 근접하게 됐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모나리자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0.9.15)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모나리자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0.9.15)ⓒAP/뉴시스


이게 다가 아니다. 사실상 다른 모든 나라들과 달리 무질서하게만 보였던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위한 품위 있는 추모식을 성사해 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황폐화됐던 도시 베르가모에서는 6월 '베르가모의 아들'로 불리는 19세기 오페라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레퀴엠 공연이 장엄하게 펼쳐졌다. 이어 이달 밀라노 두오모 성당에서는 주세페 베르디의 유명한 레퀴엠 공연이 열렸다. 두 공연에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희생자와 보건의료 종사자들을 기렸다. 대부분 라트비아 수도 리가와 같이 동상을 세우거나 영국 맨체스터처럼 온라인 교회 예배를 드리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보여준 놀라운 음악 추모식들은 단연 독보적이다.

물론 가슴 아픈 일들이 있었다. 현재까지 3만5천738명의 이탈리아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숨졌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다른 '조직적인' 국가들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이겨내 왔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이탈리아의 낮은 감염률을 감안할 때 파괴적인 2차 대유행이 닥칠 것 같진 않다.

어떻게 이탈리아는 불과 단 몇 달 만에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사업가 로위는 정부와 국민들 모두 놀라운 속도로 위기 상황에 적응해 냈다고 말한다. 그는 "비상사태였다. 그리고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타격을 입은 첫 번째 국가였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전무했다"며 "정부는 아주 혹독한 조치를 취했지만 상당히 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초기에는 많은 대응 조치가 너무 늦었고 어설펐다. 로위는 "게다가 이탈리아의 보건의료 서비스는 분권화돼 있었기 때문에 각 지역 당국자들과 방역 전문가들이 중구난방이었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사태가 미지의 영역이라는 걸, 그리고 정부는 대담하게 행동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모든 공개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명령도 포함된다. 첫 며칠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상당수가 벌금형에 처해졌다.

전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탈리아 중앙정부는 미국 연방정부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졌다. 그러나 정부의 여타 조치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탈리아 일반 국민들의 강인함이었다. 퇴역 장군 빈첸초 캄포리니 전 국방부 참모장은 이탈리아의 거버넌스가 무질서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오히려 국민들의 자발적 네트워크를 구축시켰고, 이로 인해 우리는 '조직적인' 나라들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이웃의 노인들을 위해 장을 대신 봐줬다. 지역 카라비니에리(이탈리아 국가 헌병) 경찰서도 솔선수범에 나섰다. 이들은 우체국에서 생활보조금을 받던 노년층 주민들이 집밖을 나설 수 없게 되자 보조금을 대신 전달해 주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대지진과 같은 재난을 극복해 냈던 이탈리아인들은 현재 직면한 또 다른 위기에도 준비돼 있었다.

이탈리아의 덜 엄격한 조직 문화는 이번 팬데믹뿐만 아니라 장래에 닥칠 수 있는 위기에서도 이점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캄포리니 전 참모장은 "우리 이탈리아의 문화에서 규제는 의무규정이라기보다 권고로 받아들여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일단 사람들이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규칙을 준수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AGI 뉴스 통신사의 수석 편집자 지암파올로 로오디도 동의했다. 그는 "이탈리아인들은 보건의 관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즉각 이해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규칙을 따른다고 느낄 때, 정부 당국에 대한 불신 때문에 청개구리처럼 규정을 어기고 싶다는 유혹을 어느 정도 떨치게 된다. 어떤 측면에서 그런 관점은 이탈리아와 스웨덴의 팬데믹 대응 방식을 합쳐놨다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스웨덴은 규제보다는 권고 방식을 택했다. 정부는 봉쇄를 강요하기보다 대중에게 책임감 있는 행동을 호소했다. 전략은 제대로 작동한 것 같다. 스웨덴에서는 초기에 사망자가 급증했으나 지금은 감염률이 감소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이었던 크레이그 푸게이트도 비슷한 대목을 지적했다. "혼돈을 포용하라." 그는 최근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행사에서 주장했다. 정부는 국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푸게이트는 국민을 정부가 짊어져야 하는 짐짝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부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바로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자연에 의한 것이든, 적대국에 의한 것이든 더 많은 위기가 닥칠 것이다. 십 대들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은 강요를 받기보다 자율권 보장받을 때 더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심각한 재난에 직면해 똘똘 뭉쳐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코로나19에 훌륭히 맞섰듯 이탈리아 국민들이 완전히 무너진 국가 경제를 정상궤도로 되돌려놓는 데 힘을 합쳐 행동할 수 있는지 아닌지다. 그것은 너무도 어려운 과제이다. 유럽연합이 약속대로 코로나19로 최악의 타격을 입은 국가들에게 5천400억 유로 규모의 구제 패키지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이탈리아 정부가 "혼돈을 포용하라"는 구호를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전략의 표어로 채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구호는 지금까지는 이탈리아 국민들이 저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돼 왔다.

그것은 가히 풀뿌리 위기 관리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위기에 대한 온전한 해답은 아닐지라도 그 일부가 돼야 한다는 점을 이탈리아가 보여주고 있다.

최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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