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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아파트값 높여 전세시장 안정시키라는 말인가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계속 상승하는 반면 매매가는 진정되는 기미다. 4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오름 폭이 0.09%로 전주(0.08%) 대비 커지며 66주 연속 상승했다 한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1%의 상승률을 보여 6주 연속 횡보하고 있다.

특기할 대목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눈에 띄게 하락하는 모습은 아닌데 반해 거래량은 급감했다는 사실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15,589건에 달해 정점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7월 10,654건, 8월 4,957건, 9월 1,894건으로 수직하락 중이다. 흔히 거래량이 가격에 선행한다는 점에서 거래량의 급감은 주목할 현상이다.

1서울 송파구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자료사진)
1서울 송파구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자료사진)ⓒ김슬찬 기자

이명박 정부 시기에도 전세가격 폭등이 있었다

임대차시장은 매매시장과는 달리 투기적 가수요가 거의 없다. 따라서 임대차시장에서 발생하는 가격의 등락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기인한다고 보면 대략 틀림이 없다. 66주째 지속 중인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의 상승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뜻이다.

오래 전 일이라 모두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겠지만, 우리는 이미 같은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바로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상승을 거듭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준금리가 추세적으로(2008년 5.25%→2012년 2.75%) 떨어진데다 집값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도무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전세의 공급을 맡고 있는 민간 임대인은 금리가 낮아지자 빠른 속도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으며(전세공급의 감소), 서울 아파트를 매수할 구매력이 있는 무주택 시장참여자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자 주택을 구매하는 대신 전세시장에 잔류하길 원했던(전세수요의 증가) 것이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줄어드니 전세매물은 품귀현상을 빚을 수밖에 없고, 전세매물의 품귀는 당연히 전세가격의 폭등으로 귀결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험한 전세가격 폭등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은 자명하다. 투기적 가수요가 거의 없는 전세시장은 수급의 지배를 받는데 전세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금리와 집값 상승에 대한 전망이라는 것이 그 교훈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의 방아쇠는 금리 인하

아래 그림은 2018년 9월부터 2020년 9월까지의 서울 아파트전세가격지수의 변동추이를 보여준다.

서울 아파트전세가격지수 변동추이 ; 자료:한국감정원(2020)
서울 아파트전세가격지수 변동추이 ; 자료:한국감정원(2020)ⓒ필자 제공

이 그림을 보면 전세가격과 금리와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서울 아파트전세가격지수는 2018년 10월 100.4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동년 11월 30일 기준금리가 1.5%에서 1.75%로 25bp 인상되자 동년 12월에 100.2로 떨어진다. 기준금리가 오르자 전세가격지수가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하락을 거듭하던 전세가격지수는 2019년 6월 97.8로 저점을 찍은 후 7월 97.9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하락하던 전세가격지수가 저점을 찍고 상승추세로 전환한 계기는 2019년 7월 18일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였다. 당시 1.75%이던 기준금리는 1.50%로 0.25bp하락한다. 그 이후 기준금리는 2019년 10월 16일 1.25%, 2020년 3월 17일 0.75%, 5월 28일 0.5%순으로 차례차례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바닥까지 내려가자 전세가격지수도 상승을 거듭해 2020년 9월 현재 102.7까지 도달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의 추세적 상승의 시발점이 2019년 여름에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 이후 기준금리는 추세적으로 인하되어 실효하한까지 내려온 상태고, 코로나 쇼크에 의한 글로벌 경기위축 우려로 인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상당 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임대인들이 전세물량을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펼쳐진 것이다. 전세공급이 빠르게 줄어드니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건 정한 이치다.

매매시장이 불타오르면 전세시장은 안정돼

이명박 정부 시기의 전세가격 폭등은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이어졌다. 전세가격 폭등이 진정되고 전세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한 건 박근혜 정부가 ‘빚내서 집사라’고 시민들의 등을 떠밀던 2014년 이후다.

매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전세로 거주하던 시민들이 빚내서 집 사려는 대열에 앞 다퉈 합류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전세입자가 대거 자가 거주자로 변신하는 마법(?)이 일어난 것인데, 이렇게 전세 수요가 감소하니 전세시장이 안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 대부분의 미디어와 야당 일부는 문재인 정부에게 전세시장 불안의 책임을 지라며 맹공을 퍼부어대고 있다. 이들은 극단적인 저금리 상황에다 매매시장 진정에 따른 마찰적 요인이 더해져 전세시장이 불안한 것인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빚내서 집사라’고 선동할 수도 없고,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할 수도 없는 문재인 정부의 처지만 딱할 노릇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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