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자위적 전쟁억지력’ 강조·‘경제건설’ 매진 천명한 김정은, 8차 조선노동당대회로 관심 주목시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북한의 국방력 강화가 ‘자위적 조치’임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의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남한을 향해서도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혀 관계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10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시작된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북한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했다.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는 8차 정기당대회를 앞두고 대내외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기본적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자위적 수단으로서의 전쟁억지력 강조

이날 행사는 열병식인만큼 개량화된 현대식 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보이는 전략무기의 경우 이름이나 구체적인 특징을 설명하지 않았으나 두께와 길이가 길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화성-15에서 개량된 것으로 분석하는데, 이동형 탄도미사일로는 세계 최대규모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체에 ‘북극성-4’라고 쓰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열병식에 등장했다. ‘북극성’은 북한에서 개발하는 SLBM으로 지금까지는 ‘북극성-3’까지만 확인이 됐었다.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미사일은 신형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600㎜ 초대형방사포와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이라고 불리는 KN-23 등도 열병식에 나왔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전략무기를 선보인 것은 2018년 2월 건군절 70돌 기념 열병식 이후 2년 8개월만이다. 그간 각종 전략무기들이 더욱 개량됐음을 대내외에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이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왼쪽)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A형'(오른쪽)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신문이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왼쪽)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A형'(오른쪽)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뉴시스

김 위원장은 “불과 5년 전 바로 이 장소에서 진행된 당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과 대비해보면 누구나 잘 알 수 있겠지만 우리 군사력의 현대성은 많이도 변했으며 그 발전의 속도를 누구나 쉽게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직면하고 있거나 맞다들 수 있는 그 어떤 군사적 위협도 충분히 통제 관리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만약 힘이 없다면 주먹을 부르쥐고도 흐르는 눈물과 피만 닦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인 이같은 전략무기들이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는다”며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하여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전쟁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지금껏 취해온 기본 입장을 다시 부각한 것이다. 하지만, “남용되거나 선제적으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자위적 수단’임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힘’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손을 마주잡는 날 오길’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

남북관계에 관해서는 한 문장이 언급됐다. 김 위원장은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몇 달 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당시와 비교한다면 사뭇 달라진 뉘앙스다. 특히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이후 대남 사과의 연장선에서 이번 발언을 살펴본다면 ‘개선 의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서해 공무원 사건 당시 남북이 정상간 서신이 오갔음을 드러내기도 했던 것을 봤을 때, 당국간 신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1일 NSC를 개최하고 이 연설을 분석해 입장을 내놓았다. 청와대는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 관계 복원하자는 북한 입장에 주목한다”며 서해 공무원 사건 공동조사와 군 통신선 복구 및 재가동에 호응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남한은 ‘환경 조성’을 시점으로 내세웠고 북한은 ‘보건위기 극복’을 시점으로 내세운 만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당국간 교류의 지렛대로 삼으면서 관계 개선을 차츰 노려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어려움 솔직히 드러내…인민 향해 “고맙습니다!”

이번 연설에서 가장 많은 부분은 북한이 처한 현실에 관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올해에 예상치 않게 맞다든 방역전선과 자연재해복구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들이 발휘한 애국적이고 영웅적인 헌신은 누구든 감사의 눈물 없이는 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응이 북한에도 녹록치 않았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는 일단 “세상을 무섭게 휩쓸고 있는 몹쓸 전염병으로부터 이 나라의 모든 이들을 끝끝내 지켜냈다는 이 사실, 우리 당이 응당 마땅히 해야 할 일이였고 응당한 성과”라고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실 년초부터 세계적인 보건 위기가 도래하고 주변 상황도 좋지 않아 고민도, 두려움도 컸다”며 “인민 모두가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되여 국가와 자기들 스스로를 지키고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섰기에 모든 것이 부족하고 뒤떨어진 나라의 방역 부문이 일떠서게 되였고 남들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방역 안정 형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북한에서도 코로나19 대응이 녹록치 않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연설에서 상당히 주목되는 부분은 김 위원장이 자신을 책망하는 대목이다. 특히 연설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수차례 등장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0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연설중 울먹이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0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연설중 울먹이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김 위원장은 “하늘 같고 바다 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며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솔직히 드러내고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인 셈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경제건설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당 조직들과 정부, 정권기관, 무력기관들이 우리 인민을 위하여, 인민들에게 더 좋은 내일을 안겨주기 위하여 무진 애를 쓰며, 정성을 다해 일하도록 더더욱 엄격한 요구성을 제기하고 투쟁하도록 하겠다”며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혁신과 발전, 실질적인 변화를 이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노동당 8차 당대회 ‘구체적 목표’ 제시 예고

이번 열병식 연설은 지금껏 발전시켜 온 전략무기를 통해 전쟁억지력을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북미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함과 동시에 향후 경제건설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요약된다.

김 위원장은 “강위력한 최신무기들로 장비한 혁명무력이 있기에 그 어떤 침략 세력도 절대로 신성한 우리 국가를 넘볼 수 없으며 조선 인민의 앞길을 감히 막지 못한다”고 밝힌 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인민이 더는 고생을 모르고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음껏 누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관계 개선과 경제건설과 관련된 구체적 방향은 내년 1월로 예정된 조선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인민의 단결된 힘을 체득하는 과정을 통하여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잘 알게 되었다”며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는 그 실현을 위한 방략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8차 당대회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관련기사

김동현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