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부터 주한미군 야간통행 금지 조치가 단계적으로 해제되고 있던 당시 주한미군 관련 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판권 행사는 되레 감소해 주한미군 범죄에 우리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가 올해 6월 발행한 '2020 법무연감'에 따르면 야간 통행금지령이 해제된 2019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관련 범죄 발생 건수는 전년 대비 26%(351건→444건)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미측관할 범죄를 제외한 미군과 미군속(군무원) 관련 범죄만 보더라도 전년 대비 무려 34%(312건→417건) 이상 증가했다.
범죄 유형도 다양했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진애 의원(열린민주당, 비례대표)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중 2019년 주한미군의 범죄유형별 증가율을 살펴보면 성범죄사범 27%(26건→33건), 마약사범 100%(8건→16건), 강력사범 5%(82건→86건), 교통사범 25%(154건→193건) 등으로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반면 기소율은 평균 25%에 불과했다. 국내 평균 기소율 35%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범죄에는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법무부는 주한미군 범죄가 늘어났다는 객관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2020 법무연감'에서 SOFA 사건 처리 현황에 대해 "미군범죄 발생 건수는 2010년 419건, 2011년 397건, 2012년 344건, 2013년 365건, 2014년 405건, 2015년 387건, 2016년 388건, 2017년 374건, 2018년 351건, 2019년 395건으로 매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통계를 잘못 해석한 것이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미군인과 미군속 등의 범죄를 총계한 건수로, 2019년에는 미군속 등을 제외한 미군인 범죄 건수만으로 기준을 달리해 비교한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2019년에는 사실과 다르게 주한미군 범죄 건수가 '비슷한 추세'로 증가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하지만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면 미군범죄가 이례적으로 100건 가까이 대폭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한미군은 2011년 야간에 기지 밖으로 외출한 장병들의 음주, 폭행 등 일탈행위가 논란을 일으키자 소속 장병들에게 야간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그 뒤 2019년 6월, 90일간 야간통행 금지 시범 해제와 같은 해 9월 이 조치의 90일 연장 결정을 거쳐, 12월 17일에는 야간통행 금지에 대한 완전해제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미군범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대폭 늘어났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야간통행 금지 해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진애 의원은 "작년부터 완전허용된 주한미군 야간통행으로 인해 미군범죄는 크게 증가했지만, 검찰의 주한미군 범죄 기소율은 국내 기소율보다 크게 낮다"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의 엄정처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한 김 의원은 "법무연감의 수치가 고의축소가 아닌 단순오기라고 하더라도 주한미군 범죄에 대해 '매년 비슷한 추세'라고 해석한 것은 유감"이라며 "주한미군 야간통행 금지가 전면 해제된 지난해 상황을 반영해서 더욱 신중하게 분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지현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