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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속에서 찾은 아버지의 맥박, 연극 ‘새들의 무덤’
연극 ‘새들의 무덤’의 한 장면.
연극 ‘새들의 무덤’의 한 장면.ⓒ즉각반응 제공

"무덤 속에 살고 있는 아빠를 본 거야?"

하수민 연출가가 쓰고 연출을 맡은 연극 '새들의 무덤'은 극 후반 관객에게 이와 같은 물음을 던진다. 대답은 당연히 '예쓰'다. 여기서 무덤 속이란, 한국 현대사 속을 말한다. 이처럼 연극은 1960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파헤친다.

이미 사라진 시간, 어쩌면 죽은 시간, 하지만 존재했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무대 위에 세워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시대는 1968년, 1976년, 1980년, 1988년, 1997년, 2014년, 그리고 2020년이다.

하수민 연출가는 휘몰아치는 현대사 속에 '아버지들'을 넣었다. 극중 큰 테두리를 장식하는 것은 딸을 잃은 아버지 오루다. 하지만 극 중 아버지는 오루만이 아니다. 1980년대 진도에서 모든 걸 잃고 서울로 올라온 판수와 귀녀, 1990년대 IMF 위기로 봉제 공장 압류를 압둔 오루와 배손, 배손의 아기를 받아주는 할매, 야박하기 짝이 없는 은행원 모두가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이다.

먹고 살기 위해 어촌에서 혹은 시골에서 서울로 대거 '이주'한 우리 아버지들은 자본을 맹신하며 성공하기도 때론 실패하기도 한다. 또한 아버지들은 1990년대 한국의 경제 위기로 도산 위기에 처하는 쓰라린 경험도 한다. 2010년대 안전하지 않은 고용 구조에 노출된 채 일하는, 일해야만 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보인다.

연극은 한국이라는 무덤 속을 살아온 아버지들의 맥박에 손을 올린다. 열정적이고 격정적이었지만 한편으론 나약했던 아버지의 맥박이 전해진다. 나의 진짜 아버지의 얼굴도 떠오른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진도 어촌마을, 서울 창신동, 안산 풍경 어디쯤에서 나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 알고 있었던 아버지의 사적인 역사와 '새들의 무덤' 속 아버지의 역사가 악수하는 경험을 작품은 제공한다.

서울문화재단의 '2020년 서울메세나 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오는 18일까지 동양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하수민 연출. 서동갑, 손성호, 김현, 장재호, 곽지숙, 김시영, 조형래, 홍철희, 박상훈, 정연주, 박채린 등이 출연한다.

연극 ‘새들의 무덤’의 한 장면.
연극 ‘새들의 무덤’의 한 장면.ⓒ즉각반응 제공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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