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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세 경영 공식화한 현대차그룹

재계 2위의 현대차그룹 회장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취임했다. 정주영, 정몽구의 뒤를 이은 3세경영이 시작된 셈이다. 지난 2년간 정 신임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맡아왔지만 이번 회장 취임은 이를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20년만에 그룹의 ‘총수’가 교체된 것이다.

정 신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고 “그 결실들을 모든 고객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끈 ‘자동차전문그룹’에서 친환경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내세운 기업의 비전에 대해선 외부에서 논할 여지가 없다. 치열한 국제 경쟁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뛰어난 인재들이 많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여력이 있는 회사라면 적절한 판단과 실행력으로 미래를 헤쳐나가면 될 것이다.

3세 경영도 무조건 터부시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른바 ‘오너’ 경영이 좋은지, 혹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더 나은 지는 정답이 없는 문제일 것이다. 정 신임 회장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었는지를 누가 판단할 것이며, 설령 지금까지 잘 해왔거나 못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계속 그럴 것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특정 집안이 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갖고 있다면 이를 인위적으로 해소할 방법도 없다.

문제는 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승계하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다. 아버지의 지분을 정당한 상속세를 내고 물려받아 지배권을 유지한다면 그 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들은 지나치게 적은 지분으로 여러 기업들을 지배해왔고, 이 때문에 ‘승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편법과 불법에 의존해왔다. 자녀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지배권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의 분할과 합병으로 멀쩡한 회사가 망가지는 것이 그것이다.

이미 정 신임 회장이 보유한 3조원 가량의 재산은 이런 일감 몰아주기와 비상장주식을 활용한 편법 증여의 결과다. 더구나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이 물고 물리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2년 전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을 추진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

주주와 노동자, 사회를 설득할 수 없는 편법과 불법은 결국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모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이제라도 정 신임 회장은 삼성그룹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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