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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영의 마음산책] 외모와 자신감

12월생인 저는 두 달 후면 만 35세가 됩니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 일을 시작해 한 달 이상 쉬어본 적 없이 직장생활을 하며 학자금 대출을 20대에 다 갚았습니다. 그 뒤부터 돈을 모으는 목적은 전세 보증금 마련입니다. 서른에 집을 나온 후 최대한 반전세 보증금을 늘려나가다 언젠가 결혼하게 되면 그걸 결혼자금으로 쓰려고 생각중인데 문제는 중간 중간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돈을 쓰다 보니 돈이 잘 모이지가 않네요.

직장은 한 군데를 꾸준히 다녔고 생활비나 유흥비 등은 아끼는 데에 자신이 있습니다. 남들은 저보고 평범한 얼굴이라고 하나 스스로 못생겼다는 생각이 많았고, 두 번째 남친이 제 외모를 못마땅해 하다 다른 여자에게 ‘환승’해갔던 가슴 쓰린 일을 겪은 후로는 저 스스로 외모 비하가 심해져 외모 꾸미기 특히 성형에 대한 욕구가 커져 걱정입니다.

압니다, 저도 머리로는. 외모에 기반한 자신감은 진정한 자신감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외모가 잘난 사람들이 이성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쉽게 인정받고 사랑도 얻는 것 같아 부럽고, 할 수 있는 한 노력은 해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쌍꺼풀이나 필러 같이 간단한 걸로 시작해 조금씩 손을 대다보니 이제 최하 1~2년에 1회 이상은 어딘가를 고치거나 최소한 몇 달에 한 번은 약물을 넣게 되는데 비용도 제 형편에서는 부담이 크네요.

물론 제 주변에 비하면 저는 많이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이제 나이도 들어가는데 돈은 모이지 않고, 인기 있는 경력연차도 피크타임을 지나고 있어 걱정입니다. 자라면서 외모로 칭찬받아보지 못한지라 예뻐졌다 소리를 들을 때는 잠시 좋지만 그것도 잠깐, 그다지 안정감은 생기지 않고 할수록 아쉬운 게 보여 조금 더,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입니다.

어른들한테 혼날 이야기지만 근래 들어 20대를 보면 기가 죽고, 30중반이란 나이가 얼굴에서 부쩍 의식되니 벌써 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집니다.

외모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pixabay

해가 갈수록 사람들의 외모를 가꾸는 수준이 산업적 측면이나 개인의 감각면에서나 나날이 비약하고, 외모를 주된 밑천으로 하는 특정 직군이 아니어도 외모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미적 욕구를 적극적으로 충족하는 현상은 하나의 사회문화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그러나 이런 미용 열풍을 들여다보면, 다이어트, 성형술, 치장에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 구입 등의 소비가 마치 필수적인 것처럼 세뇌시키고 비싸고 위험하기까지 한 상품 소비를 대세로 만들어가는 자본의 극성스러운 유혹에 사람들이 너무 쉽게 현혹되는 현상이 보여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마음입니다.

시급 몇 백원, 월급 몇 만원 올리는 건 너무 어려운 현실에서, 고비용에 신체의 안전을 해칠 수도 있는 수술이나 약물 주입 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된 건 마치 환골탈태하듯 변해버리는 ‘렛미인’의 주인공처럼 되고 싶은 욕망이 너무 커서일까요?

가난한 청춘들, 고비용 미용투자까지 꾀어내는 자본
외모로 평가하는 태도는 필연적으로 자존감을 더 떨어뜨려
미워하던 신체 부분에 말을 걸고 쓰다듬어보길
존재 전체에게 사랑과 힘을 줄 수 있을 것

전편에서 누차 얘기했지만 청춘들 거의 대부분은 가난합니다. 한 달 벌어 한 달 살기도 벅찬 대부분의 청년들에게 마치 이런 미용 투자가 삶의 환경을 바꿔내고 심리적 만족감을 상당 부분 담보해줄 듯이 꾀어내는 자본의 음모에 휩쓸리는 현상을 보면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무엇보다 대중매체나 SNS를 통해서 주입되는 미인의 기준에 근접하고자 얼굴에 독성 물질을 주입하고 이목구비나 얼굴뼈에 칼을 대거나 가슴에 위험한 보형물을 집어넣는 수술 등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팔고 사는 걸 보면 특히 더 그렇습니다. 이는 신체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심리적 측면에서도 위험이 뒤따를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많은 자원과 기회가 낭비되는 것도 안타깝지만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외모로 평가하고, 특정한 모습의 자기만 사랑해주려는 태도는 필연적으로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사실을 환기할 때 특히 그렇습니다. 사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미의 기준을 누군가 설정한 특정 방식대로 따라가다 보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되는 자존감의 토대는 허약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자신감
자신감ⓒpixabay

일정한 외모가 행복을 담보했을 것 같으면 미의 기준이 되어왔던 출중한 미인들은 죽을 때까지 지상의 낙원을 살았어야 할 것 같은데 알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거니와 그들도 그저 인생에서 겪어야 할 희노애락을 겪으며 사는 건 별반 다르지 않은 걸 보면 정작 기대와 환상만큼 미모는 많은 것을 책임지고 담보해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형태든 그 모습 자체가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을 부정하는 마음이 고통을 생산하는 것이지요. 수용하면 사라질 고통을 스스로 부정하고 저항함으로써 붙들고 온몸과 마음을 들볶고 있다고나 할까요. 자신의 가치감을 외모를 통해 확인하고자 많은 돈과 위험을 감수한 결과가 오히려 자신감을 잃게 되고 자유롭기보다 외모에 더 구속되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자기 모습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혐오하는 병적 상태가 되어 극심한 고통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는 걸 한 번 더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니 자존감, 자신감과 같은 심리적 자원의 확보는 보다 안전한 방법을 통해 만들어 갈 것을 적극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자기를 아껴주는 실천은 보기 싫어하는 신체부분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을 건네주는 일로도 가능합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미움 받으면 미워지지요. 예뻐지려면 먼저 사랑받아야 합니다. 오랜 시간 못마땅해왔던 신체부분을 계속 미워하고 처치할 생각보다 그 부분에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는 것으로 자기 사랑을 시작하는 겁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존재할 이유가 있는 그 부분의 그런 모양새를 평가하기보다 그대로 인정해주고 그간의 학대를 사과도 해보시구요. 일부러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생했다, 감사하다, 사랑한다, 예쁘다’ 해주는 겁니다. 자기 신체를 조금은 더 친절하고 자비롭게 대해주는 일은 자기 존재 전체에게 힘을 주는 일이 됩니다. 자신의 모든 부분을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대해주는 걸 통해 고비용 미용술로도 얻지 못한 평화와 자신감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정말 해볼 만하겠지요? 이 미용술의 좋은 점은 별도의 시간과 돈이 들지 않으면서 심층에서 차오르는 자신감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 큰 밑천들 것도 없는데 겨울이 오기 전 시작해보시겠습니까?

신미영 열린학교상담아카데미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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