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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5천 배전 노동자 고통 대변한 류호정, 한전 사장 “최선 다해 개선하겠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배전 노동자의 작업복을 입고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0.10.15.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배전 노동자의 작업복을 입고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0.10.15.ⓒ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15일 한국전력공사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필수 인력이지만 하청업체 소속이란 이유로 여전히 엄혹한 노동환경에 내몰려 목숨 걸고 전봇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배전 전기원 노동자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했다.

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한전을 상대로 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에게 456곳의 계약 업체에 소속된 전국 5천여 명 배전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전달했다. 배전 노동자 복장을 입고 질의에 나선 류 의원은 김 사장에게 “제 질의는 원활한 전력 공급을 위해 배전 설비를 보수하는 배전 노동자들의 생각임을 꼭 염두 해 듣길 바란다”고 전제했다.

류 의원은 우선 22,900V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직접 만지는 ‘직접 활선 공법’에서 이른바 ‘절연 스틱’을 활용해 전선을 직접 만지지 않고 작업하는 ‘간접 활선 공법’(스마트스틱 공법)으로 작업 방식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장치가 미흡해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피해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이 직접 활선 작업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여전히 이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도 꼬집었다.

류 의원은 일터에서 노출된 사고로 감전과 화상 피해를 입어 팔이 절단되거나 맨살과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부상을 입은 피해 노동자들의 사진을 국감장에서 공개했다.

또한 자신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작업차에 달린 플라스틱 버킷을 타고 전봇대 꼭대기에 올라 간접 활선 공법을 체험하며 느낀 장비 자체의 문제점과 노동자들이 느끼는 신체적 부담 및 위험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류 의원은 현장 방문 영상을 김 사장에게 보여준 뒤 “스마트스틱의 길이가 1.7m, 무게가 5~6kg이라고 한다. (작업을 위해서는) 그 끝부분을 잡아야 하는데 (스틱) 끝부분을 잡고 (버킷) 바깥으로 꺼내야 하니 무게 중심이 쏠린다”며 “굉장히 무겁지 않겠나. 그 상태로 조작도 어려워서 이분들이 하루 종일 일하면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사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간접 활선 방식으로 전환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직접 활선 방식으로 작업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 공법은 바뀌었는데 지난 8월에만 3건의 감전 사고로 노동자가 중상을 입었다”며 “이 사고의 책임은 업체에만 있나”라고 질타했다.

이에 김 사장은 “한전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15.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15.ⓒ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류 의원은 “노동자들이 죽으려고 일하는 것도 아닌데 반복해서 사고가 나고 있다면 구조적인 문제를 찾아봐야 한다. 한전으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아 일하는 중에 난 사고”라며 “현실에서 한전의 정책이 정착되지 않았다면 그것 또한 한전에 책임이 있다. 더 큰 사고들이 터지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류 의원은 한전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환경·보건·안전(EHS) 경영의 지속적 개선을 위해 목표와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의 한전 경영방침이 배전 노동자의 현실에 비춰 진정성 있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고도 비판했다.

류 의원은 “배전 노동자의 백혈병은 이미 (지난해 3월) 산재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지금도 갑상선암 등 암 환자 그리고 뇌경색 등으로 10명이 산재 요양을 신청해놓고 기다리는 중”이라며 “그런데 한전은 백혈병 산재 인정의 근거가 된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전자파 노출 수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부정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사장은 “전자파에 대해서는 아직 국제적으로도 그 전자파가 초래할 수 있는 병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지금 없는 걸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류 의원은 “그렇지만은 않다”고 즉각 반박하며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발주한 ‘활선 작업 근로자의 건강관리 방안’이라는 연구용역에서 ‘활선 작업자 질병 등록관리 시스템 도입’을 권고했다. 이것은 되고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김 사장이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하자 류 의원은 “되고 있지 않다. 한전이 손을 놓고 있다”며 “이분들 평생을 한전 작업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인데 협력업체 소속이라 1년, 2년마다 소속이 계속 바뀌어 이런저런 이유로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없다. 한전이 책임감을 갖고 대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김 사장에게 ‘노동환경 실태 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했다. 류 의원은 “배전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작업환경 건강 실태조사를 2021년 상반기까지 실시해 새로 도입한 (간접 활선) 공법은 무엇이 문제인지, 준수하지 않은 업체가 있다면 단속하고 보고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 사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사장은 “위원(류 의원)의 말을 새겨 다시 한번 전반적으로 조사하겠다”며 “(간접 활선 공법이) 차츰차츰 주로 일본에서 수입해 오다가 국내에서 지금 개발해서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위험에 노출돼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한다. 최선을 다해서 이 부분이 더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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