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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기본협약 비준’으로 코로나 대응할 수 있을까..“시급, 정부입법안 보완해야”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청년재단에서 열린 '노조할 권리와 ILO핵심협약 비준-코로나19 대응의 주춧돌' 국제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0.15.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청년재단에서 열린 '노조할 권리와 ILO핵심협약 비준-코로나19 대응의 주춧돌' 국제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0.15.ⓒ뉴시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문제로 최근 유럽연합(EU)과의 FTA 분쟁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해당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도 정부입법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제출했지만, 해당 법안이 ILO 기본협약 취지에 반하는 일부 내용이 포함돼 있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이 부분을 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한국노총, ILO 노조활동지원국(ACTRAV)은 15일 ‘노조 할 권리와 ILO 핵심협약 비준 – 코로나19 대응의 주춧돌’이란 주제로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국제토론회를 개최했다.

마리아 헬레나 안드레(Maria Helena Andre) ILO 노조활동지원국 국장은 단순 경기부양책으론 팬데믹에 따른 제조업, 호텔·관광·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피해를 막지 못한다며 노동기본권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대노총 대표자들도 ILO 기본협약 취지에 반하는 내용이 정부입법안에 포함돼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ILO 기본협약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알렝 펠세(Alain Pelce) ILO 선임전문가도 화상통화로 참가해 토론 발제에 나섰다. 그는 한국에서 발생한 수많은 ILO 제소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미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기본협약과 현행법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가이드라인은 다 나와 있다. 기본협약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행하고 준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검토가 끝났고 지침도 나와 있으며, 로드맵까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한국경영자총연합(경총) 관계자는 한국의 상황이 유럽과 다르다는 이유 등을 들며 ILO 기본협약 취지에 반할 수 있는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고용·근로관계에 한한 사업장 출입 허용 등을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사 양쪽의 요구를 듣고 균형 있는 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면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충분히 의견수렴이 이루어져 논의의 진척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기본취지 망각한 정부안...보완해야”

토론회를 ILO 노조활동지원국과 공동주최한 양대노총 대표자들은 ILO 기본협약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의 입법안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뒤늦게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이 안은 ‘ILO 기본협약 비준을 통한 노동기본권의 온전한 보장’이라는 목적과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가득 차 있다”라며 “파업 시 직장점거 금지, 조합원 외 사업장 출입제한,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부입법안은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기본 취지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다행스럽게도 최근 집권여당에서 이를 보완하는 내용의 노조법 등 개정안이 의원 발의됐다”고 짚었다. 그는 “이마저도 국제기준에 많이 미흡하지만 일면 진전된 사항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도 ILO 기본협약 비준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19발 위기는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더욱 혹독하게 다가왔다”며 “이들 노동자들에게 노조 할 권리가 더욱 절실한 이유이자, ILO 기본협약 비준이 시급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정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법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핑계 등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역대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김 비상대책위원장은 “협약 비준 지연으로 기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사용자단체가 동의할 때까지, 보수 야당이 동의할 때까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라며 “국회는 노동법 개악 시도를 중단하고, 기본협약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데에 힘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열린 '노조할 권리와 ILO핵심협약 비준-코로나19 대응의 주춧돌' 국제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0.15.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열린 '노조할 권리와 ILO핵심협약 비준-코로나19 대응의 주춧돌' 국제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0.15.ⓒ뉴스1

정부입법안서 논란이 된 내용들
노조법 제2조 라목 왜 삭제 안했나
시설 점거 못하게 막은 건가

토론회에서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제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국제기준에 비추어 평가했다.

박 교수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문제와 관련해 “노조법 제2조 라목 단서규정은 해고자도 노조법상 노동자에 포함된다는 노동자 개념과 모순되기 때문에 라목 전체를 삭제해야 한다”며, 노조법 제2조 라목이 정부입법안에서 삭제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ILO는 2004년 11월 해고 및 실업 상태에 있는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을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고, 해외 국가의 입법사례를 보더라도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또 박 교수는 ‘노동조합 대의원 및 임원 자격’ 관련하여 “ILO는 여러 차례 우리 정부에 비조합원의 노조임원 자격을 부정하는 현행 법 규정의 폐지를 권고해 왔다”라며 “정부안은 ILO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짚었다. ILO는 노조간부의 자격조건에 대한 결정은 노조 규약의 재량에 맡겨야 할 사항으로, 당국이 간섭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의 문제 또한 노·사 자율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지 입법적 관여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노조가 주로 기업별노조라는 특수성이 있어 그 특수성에 따른 노조활동상의 여러 법적·현실적 제약이 가해지는 만큼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문제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쟁의행위 시 사업장 내 주요 업무시설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 점거를 금지한다고 명시한 정부입법안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대법원 판례는 사업장 시설의 부분적·병존적인 점거로서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직장점거 형태의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라며 “그렇지만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 대해서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점거형태의 쟁의행위는 전혀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입법안에서 누락된 특수고용노동자의 실질적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적극적 노동행정조치 및 노조설립신고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정부도 시급하다 판단..국회서 대안 모색되길”

한편, 김수진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정부도 ILO 기본협약 비준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노동계 입장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2017년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2년 가까이 논의해 오다가 결과적으로 합의에 실패하긴 했지만 공익위원이 제출한 안을 토대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도 정부입법안을 제출했다”며 “최대한 국제 수준에 맞도록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우리나라 노사관계 특수성을 감안한 균형 있는 안을 마련하려고 했고, 그렇다보니 노·사 양쪽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의를 위한 안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한다. 21대에서 곧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충분히 논의해서 어느 정도 대안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박귀천 교수의 지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노조법 2조 라목을 삭제하면, 사용자로 구성된 노조가 생길 수 있고,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닌 순수한 자영업자로 구성된 노조가 설립될 수도 있는 우려가 있다”며, 라목을 남겨둔 이유에 대해 해명했다.

‘노동조합 대의원 및 임원 자격’ 관련한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기업별노조가 많은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며 “노조임원 및 대의원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기업 노·사 관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비종사자가 임원이 되면, 원활한 교섭이 어려울 수 있고 갈등이 증폭될 수 있어 제한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장 점거 관련해서는 “정부는 기본적으로 노동3권을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최소한의 사업장 주요생산시설에 대한 점거 문제는 불가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수고용노동자 기본권 보장 문제에 대해선 “최근 법원 판결에서도 노조법상 노동자는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했기에, 정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아직 느리고,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특수고용노동자를 법으로 규정하는 건 고민이 많다”며 “오픈된 규정을 유지하면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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