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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다국적 담배회사와 전쟁 벌이는 ‘Fighter’, “한국 소비자들이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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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율이 올라가 미국 국민들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미국은 다국적 담배회사에 이런 제안을 합니다. 다른 나라로 진출을 도와줄테니, 그 나라 가서 담배를 팔라고요. 그렇게 한국 담배시장이 ‘개방’됐습니다”

그 결과 미국 국민들의 담배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한국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기는 했으나, 규모 자체는 미국보다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시장 개방이 이뤄진 이후인 1988년 한국의 1인당 담배 소비량은 2,915g, 미국은 2,427g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후 양국 모두 지속적으로 담배 소비량이 줄어들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미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인당 담배 소비량이 1000g대에 진입한 것도 한국은 2015년(1,581g)이었으나 미국은 1994년(1,905g)으로 20년 이상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의 담배 시장이 다국적 담배회사에 개방됐다고 하면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가 담배를 독점 판매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부가 판매하는 것인데, 안전한 것을 팔지 않겠나’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국민들이 한국의 담배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담배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 수년간 관련 연구,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는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을 15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2012년 런던대학교에서 국제보건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담배규제정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Stanton A. Glantz 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고, 현재는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부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며 관련 연구·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센터장은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6회 총회부터 8차까지 정부대표단으로 참석해 담배규제기본협약 발효에 기여했고, 2018년에는 제네바 총회 부의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 담배규제정책계 대표적인 전문가로 통한다. 최근엔 일련의 연구·활동 등을 담은 책 <담배전쟁_한국은 어떻게 담배판매 격전지가 됐는가>를 펴내기도 했다.

책  표지
책 표지ⓒ제공 = 헬스북스

한국에 담배시장이 개방되기까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 다국적 담배회사 내부문건 추적

이 센터장은 한국 담배시장이 다국적 담배회사에 의해 개방된 것에 주목했다. 이 센터장은 다국적 담배회사의 한국시장 진입을 추적하기 위해 다국적 담배회사 내부문건 분석, 전문가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한국 담배시장이 일부 개방된 것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 시절인 1986년이다. 그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87년 당시 최대 담배 소비국 2위는 미국으로 한 해 동안 5,750억 개비를 소비했다. 1위는 중국으로, 1만4,520억 개비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국적 담배회사 입장에서는 미국이 사실상 전 세계 1위임을 뜻했다. 중국은 다국적 담배회사 기업의 진입을 엄격히 막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은 난처했다.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담배 소비를 많이 하면서 사망한 국민들 역시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다국적 담배회사에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된다. 다국적 담배회사가 미국에 담배를 덜 판매하는 대신, 다른 나라 시장을 개척해주겠다는 것이다.

책 저자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을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15
책 저자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을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15ⓒ김철수 기자

“다국적 담배회사가 미국정부의 제안을 받고 1960~1970년대에 처음으로 이동한 지역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과 같은 남아메리카 지역이에요. 그 다음, 1980년대에 아시아로 오게 됩니다. 한국은 당시 다국적 담배회사로서는 진출하기에 매력적인 곳이였습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1987년 기준 한국은 한 해 동안 820억 개비(세계 담배 시장 중 12위)의 담배를 소비했다. 아시아 지역 중에서는 4위인 일본(2,950억 개비) 다음 순위였다. 실제로 한국은 1970년에서 1984년 사이에 담배 수요가 39.6%에서 76.2%로 약 2배 성장했다.

이 센터장은 다국적 담배회사 문건을 분석한 결과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고 한다. “만약 미국계 다국적 담배회사가 1975년부터 1984년 한국 내 담배시장을 15%만 점유했다면 미국 담뱃잎 재배 농가는 1억 8,300만 달러의 추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당시 한국은 정부에서 담배를 엄격히 관리해 외국산 담배가 수입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고 있었다. 한국 담배 시장 진출이 그만큼 욕심이 났다는 이야기다.

다국적 담배회사는 실제 행동에 돌입했다. 한국이 미국에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이용했다. 1980년대 중반 한국의 총수출 규모는 270억달러였는데 이 중 미국 수출은 40%에 육박했다. 다국적 담배회사는 마침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는 점을 이용했다. 다국적 담배회사는 이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담배 산업 자유화를 함께 논의를 해달라고 미국 정부 측 인사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1985년 4월에 열린 3차 회담에서 미국산 담배제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적 무역 장벽’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1982년부터 1988년까지 이어진 회담 과정에서 미국은 ‘차별적 무역’을 지속해 강조했다.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이익을 얻어가면서도 담배 시장은 한국 정부가 독점 상태를 유지하는 행태를 보여, 미국이 무역 시장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에 양국 간 담배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 통상법 ‘슈퍼 301조’에 따라 미국무역대표부(US Trade Representative, USTR)로 하여금 한국의 무역관행을 조사해 ‘무역보복’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정부가 ‘차별적 무역 행위’를 하고 있다며 보복하겠다고 꺼내 든 법이 바로, ‘슈퍼 301조’다. 한국 정부도 이 법을 통해 협박을 받아본 적이 있는 셈이다. 그 배후엔 지속적으로 로비를 했던 다국적 담배회사가 있었다는 게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한국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한국 정부는 1986년 매년 국내 담배시장의 1%의 외국산 담배를 수입하기로 했다. 또 지속적인 ‘슈퍼 301조’ 협박에 이기지 못해 1987년에는 외산 담배에 부과되는 기존관세 100%를 70%까지 내렸다. 이후 1988년엔 50%, 2001년엔 40%로 인하했다. 또 2012년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해 오는 2027년 관세 폐지를 선언했다.

“그래서 담배정책은 담배를 피는 이들에게 ‘피지말라’고만 펼치면 안됩니다. 다국적 담배 기업를 규제하고 담배 상품을 규제해야 합니다”

책 저자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을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15
책 저자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을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15ⓒ김철수 기자

시작된 다국적 담배회사와의 전쟁
“담배 회사는 단 한 번도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밝힌 적 없다”
소비자에게 안전한지 점검하지 않는 한국 정부

이 센터장은 다국적 담배회사와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니코틴’에 대한 논쟁이다. 다국적 담배회사 측은 ‘니코틴은 중독만 되는 성분으로, 위험하지 않다’, ‘니코틴은 카페인과 다를 바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다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담배가 안전하다는 것이다.

니코틴은 담배의 핵심 성분 중 하나다. 대마초보다 강하며 헤로인, 코카인과 비슷한 수준의 중독성을 보인다. 이 물질은 체내에서 흡수가 잘 되는 물질로 흡연하게 될 시 단 7초만에 뇌에 도달해 혈압과 맥박을 상승시킴으로써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킨다. 동시에 교감·부교감 신경계를 흥분시켜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도록 한다. 혈압과 심장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만큼 고혈압과 심장 관련 질환을 일으킬 위험을 가졌다는 게 세계암학회의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심지어 니코틴은 35~60mg을 투여할 경우 1분 안에 죽음에 이를 수 있어요. 다국적 담배회사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은 싹 숨기는 방식으로 교묘히 논리를 펼칩니다. 게다가 전자담배가 들어온 뒤로, 니코틴 구매가 쉬워졌어요. 국민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것이죠”

타르는 담배에서 대부분의 유해물질들의 원천이다. 독성이 매우 강해 화장실 구더기 구충, 화초 제충제로도 사용하기도 하는 물질이다.

담배에 대해서 잘 아는 이 센터장이지만 담배 성분에 대해서는 “잘모릅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WHO에서는 2019년 5월 31일(세계금연의날) 기준으로 담배 연기에는 70여가지의 발암물질과 7,000여가지의 화학물질이 들어가 있다고 해요. 하지만 이것조차 담배 연기를 분석한 결과물이지, 담배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는지에 대한 게 아니죠. 담배에 무슨 성분이, 어떤 비율로 배합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다국적 담배회사에서 담배 전 성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발암물질과 화학물질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담배에 들어간 성분을 밝히기 위해서는 추정 물질을 알아야 해요. 예를 들면 담배에 비타민이 들어 있다고 하면 비타민을 찾아내는 성분을 집어넣어서, 비타민이 들었다는 걸 확인하는 게 성분 분석의 기본입니다. 때문에 무슨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담배의 경우, 성분 분석을 할 수 없는 거죠”

단, 한 가지 슬픈 방법은 있다고 했다. 담배로 인해 유발되는 병으로 사람이 죽었을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한 추정 물질을 담배에 대입해보는 경우다. 이 센터장은 “사람이 죽었을 경우에서야 담배의 어떤 성분에 인해 죽음에 이르렀다고 알게 되는 거죠”라고 씁쓸해했다.

이 센터장은 담배 속에 어떤 위험한 성분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것과 더불어 한국 정부의 감시조차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KT&G가 담배 한 갑을 제조하면 그 담배가 편의점에 도착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요?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도 위해가 되는 성분이 없는지, 깨끗하게 만들어졌는지 감독하고 문제가 있으면 처벌하는데 담배는 한국 정부의 감시가 아예 없는 상황입니다. (거칠게 말해서) 담배 제조 공장에서 만들면 곧장 편의점으로 향하게 되는 식인거죠”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담뱃잎을 갈아 넣는 과정에서 설령 바퀴벌레가 들어갔다고 해도, 정부 감시자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는 그대로 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은 달라요. 정부에서 담배의 96가지 성분에 대해서는 제조사가 제출하도록 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유독 다국적 담배회사에 대한 정책규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다국적 담배회사에서 어떤 규제도 없는 우리나라 시장 진입을 1순위로 두고 있는 것이죠”

책 저자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을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15
책 저자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을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15ⓒ김철수 기자

‘Fighter’(전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이 센터장은 앞으로 ‘담배회사’와 어떤 싸움을 준비하고 있을까.

“원래 11월에 전자담배 업계는 서울 코엑스에서 시연회 등 행사를 열기로 했어요. 코엑스는 개방된 장소로, 청소년들도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한 공간이예요. 그런 공간에서 전자담배 시연회를 열면 안 되죠. 그래서 저희가 서울시, 보건복지부 등을 설득해 반대해온 결과, 결국 무산됐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시연회 대신 11월에 토론회를 열겠다고 했다더군요.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도 보건복지부와 함께 전자담배업계의 논리에 대한 반박 토론회를 열 예정입니다”

이 센터장은 요즘 이 토론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두꺼운 관련 자료들이 이 센터장의 책상을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책<담배전쟁_한국은 어떻게 담배판매 격전지가 되었는가> 맨 앞장에 사인을 받았다. 문장을 고민하던 이 센터장은 이런 문장을 썼다.

“Let's us fight together for tobacco free world” (담배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싸우자)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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