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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LO 기본협약 비준, 하려면 제대로 해야

당정이 ILO(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에 대해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미 늦어도 너무 늦은 이야기이긴 하다. 이제라도 우리가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고, 그에 맞추어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가 정부입법안으로 내놓은 법안들에는 핵심 협약의 취지와 엇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의원·임원의 출마자격을 단위 사업장 조합원으로 제한한 것이나 해고자의 사업장 출입 제한 등이 그것이다. 누가 노동조합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가는 노동조합이 결정할 문제다. 이를 법으로 제한함에 따라 노동조합의 실질적 단결권은 보장되지 않았다. 이번에 ILO 기본협약 비준을 추구하면서도 이를 제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업장 점거를 금지한 조항도 마찬가지다. 사업장 점거는 노동자들의 주요한 투쟁 방식이다. 그동안의 대법원 판례도 노동자들의 사업장 점거가 사용자의 재산권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보아왔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입법안은 대통령령을 통해 지정된 시설의 일부 혹은 전부 점거를 금지하고 있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ILO 기본협약 비준은 이미 우리 정부가 약속한 사항이다. 우리 정부는 EU와 FTA를 체결하면서 ILO 협약 비준을 약속한 바 있다. 그 후로 9년이 흘렀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이미 EU는 2018년 12월에 이 문제를 분쟁 해결 절차로 끌고갔다. 이 절차는 이미 막바지에 다다랐다. 자칫 EU와의 통상관계에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지경이다.

ILO가 내세운 협약의 취지는 별 것이 아니다. 모든 노동자는 차별 없이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단결할 수 있어야 하고, 사용자의 개입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섭에 참여하고 파업을 포함해 쟁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모든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제한하는 건 명분이 없다.

나아가 정부입법안에서 아예 누락된 특수고용노동자의 실질적 권리 보장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는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이다. ‘경기부양’ 차원의 지원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노동자들, 특히 취약한 처지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갖는 것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빠르고 큰 길이기도 하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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