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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자라는 아빠] 여섯 살 아이의 자전거 홀로서기

가을바람이 불지만, 아직 초록 잎이 우거진 동네 산책로. 두발자전거를 갓 타기 시작한 아이의 뒤를 따라 달리던 중,

- 으악! 수현아, 잠깐만!
- 아빠, 왜? 똥 마려워? 쉬 마려워?
- 그게 아니고!

나는 찌릿찌릿 무릎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앞서가는 아이를 불러 세웠습니다. 아픈 와중에도 아이의 물음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 핑계로 집에서 몸을 편하게 해줬더니(?) 운동 부족으로 무릎이 아프군요.

수현아, 잠깐만! 아빠는 이제 못 뛰겠어!
수현아, 잠깐만! 아빠는 이제 못 뛰겠어!ⓒ사진 = 오창열

무릎 통증을 겪고부터는 나도 자전거를 타고 아이 곁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자전거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점점 멀리까지 갈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2km 떨어진 처음 가보는 큰 숲까지 다녀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비밀의 숲'이라고 부르는 그 먼 곳까지 자전거로 다녀왔다는 사실이, 아이 자신까지 흡족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모양입니다. 멀리까지 갔고, 또 재미있는 곳을 발견했다면 다음 순서는 집에 가서 엄마에게 자랑하는 일이죠.

아빠와 아들이 자전거를 같이 타면? '부전자전'거
아빠와 아들이 자전거를 같이 타면? '부전자전'거ⓒ사진 = 오창열

지금으로부터 보름 전, 두발 자전거를 처음 연습한 그 날 하늘은 무척 근사하고 멋졌습니다. 노란 노을이 질 무렵 우리는 코로나19로 휴업 중인 공원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사람은 없고 공간은 넓어 자전거를 연습하기에 딱 맞았죠. 아이는 페달을 밟고, 나는 뒤따라 달렸습니다. 아이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아이 어깨를 잡았다가 슬쩍 놓기를 반복했습니다. 10분쯤 지났을까, 아이는 전방을 주시하며 내게 결단의 소리를 외쳤습니다.

- 아빠, 이제 손 떼도 돼!
- 괜찮겠어? 알겠어!

아이 목소리에서 반짝반짝한 모험심이 느껴집니다. 자전거를 따라 몇 초 더 달리다, 우주왕복선 연료 탱크가 분리되듯이 적당한 타이밍에서 아이를 놓아줍니다. 물론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한 채로요. 처음엔 앞바퀴가 비틀비틀했지만 곧 균형을 잡은 자전거는 공터 깊은 곳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갑니다. 아이의 성공에 나는 고래고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넘어지지 않으려 균형을 잡는 동시에 자유를 느끼는 저 작은 몸이 경이롭고 감탄스러웠습니다. 언제 저렇게 컸을까.

- 우와 됐어! 혼자 잘 타네! 아빠가 잡아줄까? 정말 괜찮아? 멋지다! 대단해!

행여 자전거가 넘어질까 뒤따라 달립니다. 붉은 노을과 초록 잔디밭이 아름답게 대비된 풍경 속에서 아이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합니다. 이 감격스러운 순간을 남기기 위해 나는 사진을 요란하게 찍었습니다. 아이가 처음 뒤집기에 성공했던 생후 135일 때처럼, 나의 육아사(史)에서 기념할 만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아이를 위한 사진이 아닌 '나를 위한' 사진입니다.

아이가 처음 혼자 자전거를 탄 순간
아이가 처음 혼자 자전거를 탄 순간ⓒ사진 = 오창열

몇 분 후, "아빠! 멈출래! 잡아줘!"라고 다급히 외치는 아이를 붙들어 세웠습니다. 멈추기 전까지 넘어지지 않고 달린 후 아빠의 품에 돌아온 아이의 첫 마디는 "휴~ 살았다" 였습니다. 아이의 표정에는 긴장이 풀린 직후의 안도감, 새로운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뿌듯함, 상쾌한 기분이 한껏 묻어났습니다. 나는 "너 정말 대단해!"라며, 박수와 '양손 따봉'으로 아이의 용감한 성취를 칭찬했습니다.

- 수현아, 무섭지 않았니?
- 아니.
- 용기를 냈니?
- 아니.
- 그럼 어땠니?
- 너무 좋았어!

'좋았다'는 말이 듣기 좋았습니다. 시원한 바람처럼 내 귀에 행복감이 스칩니다. 스스로 자전거를 멈추지 못해서 잔뜩 굳었을 텐데, 아빠의 과한 리액션 때문인지 무서웠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왕년에 '씩씩이'(태명)였던 이름값을 하는 걸까요. 귀여웠습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운 날의 기억이나 누군가 등 뒤에서 자전거를 놓아준 순간의 긴장,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자유로움은 쉽게 잊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날 저녁 자동차 카시트 안전벨트를 채워주려는데, 아이가 직접 벨트를 채우겠다면서 말했습니다.

- 아빠, 나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어. 자전거를 탔으니까.
- 오~ 자신감 뿜뿜!
- 뿡!뿡!

어디서 들었는지, 아이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게 되는거야!”라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자전거 홀로서기가 가져다 준 선물이군요. 새로운 벽을 가뿐히 넘은 아이가 대견했습니다. 자전거 탄 아이의 어깨를 잡아주듯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다 보면, 정말로 자전거처럼 스스로 균형을 잡으며 독립하는 날이 오겠죠. 무척 이른 생각이지만, 어쩐지 이번 자전거 홀로서기가 그 출발점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아빠의 좋은 양육을 경험하기는 커녕 아빠에 대한 작은 기억 하나 없이 살아왔습니다. 면도를 할 줄 몰라 첫 면도를 내내 망설였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면, 앞으로 내가 어떤 걸 아이와 함께 해야할 지 조금 알 듯도 합니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것을 가르쳐 줄 수는 없겠죠. 아이가 호들갑스러운 아빠의 지지와 갈채 속에서, 언제나 새로운 배움을 즐거워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수현아. 내일도 자전거 타러 가자!

오창열 정신건강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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