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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그림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삼성병원에서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여만의 일이다. 경영자로서 이건희 회장이 남긴 명암(明暗)이 있을 것이다. 잘 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가 한국 사회에 남긴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도 짙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그의 시대에 정점을 이뤘다는 사실은 무슨 핑계로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 그는 구시대적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며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노동조합의 깃발을 들었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염호석, 최종범 두 열사의 죽음은 온전히 그의 책임이다.

황유미 노동자 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며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이 사건으로 삼성은 2012년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악덕기업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법·편법 승계를 지시한 것도 그의 몫이다. 단돈 60억 원으로 8조 원대 거부(巨富)에 오른 이재용의 현재 위치는 이 사회에 정의와 공정이라는 도덕을 박탈했다.

2005년 안기부의 삼성 X파일 사건으로 드러난 삼성의 정계 장악 음모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삼성은 돈의 힘으로 정계를 주무르려 했고, 사실상 삼성 공화국을 만들려 했다. 이 역시 고인의 책임이다.

2008년 불거진 삼성 비자금 사건 또한 잊을 수 없는 일이다. 비자금 조성 외에도 떡값 로비를 통해 검찰을 장악하려 한 일, 미술품을 이용한 탈세와 비자금 축적, 중앙일보 위장 계열 분리, 서울통신기술의 편법 전환사채 발행,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배정 사건, e삼성의 변칙 지분 거래 등 수많은 비리들이 이 사건과 얽혀 있었다. 한국 재벌 역사상 가장 규모가 방대한 비리 백화점이었던 셈인데, 고인은 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고인의 죽음으로 삼성은 명실상부한 이재용의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불법·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한 이재용 역시 경영권을 소유할 그 어떤 정당성도 갖지 못한다. 거센 사회적 저항으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서서히 막을 내리는 중이지만 그건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공이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사회적 투쟁의 산물이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그림자를 완전히 청산하는 건 현재진행형의 과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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