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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지원’ 공언한 CJ대한통운, 시간 지나자…절반은 택배기사에 부담 전가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0.10.22.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0.10.22.ⓒ김철수 기자

택배분류지원인력 4천명을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과 노동 강도를 줄이겠다고 약속한 CJ대한통운이 정작 인건비 50%를 택배 대리점에 떠넘기고 있다. 대리점은 이를 다시 택배기사에게 넘길 가능성이 높아, 지원 대책이 다시금 택배기사들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민중의소리> 취재 결과 CJ대한통운은 지난 26일 지역별 택배대리점 소장들을 소집해 “택배분류지원인력 지원과 관련해 CJ대한통운 본사가 50%의 운영비를 지원해 줄 테니, 나머지 50%는 대리점 내에서 협의해 진행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이 연이어 사망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물류분류인력 4천명 지원 등의 종합대책을 내놨다. 당시 CJ대한통운은 인력 지원에 매년 5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고, 이 비용을 전액 부담할 것처럼 언론에 발표했다.

하지만 지원책 실행에 대한 협의가 시작되자 마자, CJ대한통운은 전체 비용의 절반만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대리점에 통보한 것이다.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국회사진취재단

대리점에 떠넘긴 인건비 50%...
“배달기사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어”

CJ대한통운이 대리점에 떠넘긴 인건비 부담 250억원의 대부분은 택배기사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CJ대한통운으로부터 인건비 절반을 떠안은 대리점 소장이 부담을 택배기사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택배대리점의 주 수입원은 택배기사들이 받는 택배비에서 떼는 수수료다. 대리점마다 차이는 있지만, 수수료는 건당 택배비의 10%~2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수수료 10%를 떼는 대리점 택배기사 A씨가 지난달 5천개의 물량을 소화하고 400만원을 벌었다면, 대리점은 40만원을 떼고 360만원을 기사에게 내 주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리점 소장이 추가로 부담할 인건비 대부분을 수수료 인상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CJ대한통운 소속으로 택배 대리점을 운영 중인 ㄱ소장은 “대리점도 추가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그 비용을 감당하려면 결국 소속 택배기사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털어놨다.

수수료는 그대로 두고 인건비를 갹출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 일부 대리점에서는 뜻이 통하는 대리점 소장과 택배기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분류인력을 고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추가로 인력을 고용하면 갹출하는 돈이 늘어나게 된다. 반대로 분류 인력을 고용하지 않은 대리점의 경우 이번 지원대책으로 기사들의 인건비 갹출로 ‘없던 부담’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리점 관계자는 “이미 본사가 50%밖에 지원하지 못한다고 못 박은 만큼은 대리점들은 나머지 50%를 택배기사들과 어떻게 분담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이 대리점에 떠넘긴 비용은 기사 1인당 최소 월 10만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리점은 규모에 따라 소속된 택배기사 수가 다르다. 적게는 4~5명에서 많게는 20여명이 넘는 곳도 있다. CJ대한통운은 기사 5명당 1명 꼴로 분류 인력을 지원할 것으로 보이는데, 택배기사 10명이 소속된 대리점이라면 2명의 분류인력이 채용되는 것이다.

현재 일부 대리점에서 자체적으로 운용 중인 분류인력 인건비는 1명당 월 12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택배기사 10명이 소속된 대리점에서 2명의 분류인력을 고용하려면 월 240만원이 필요하고, 이중 50%인 120만원을 대리점과 택배기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 비용을 10명의 택배기사들이 갹출을 한다면 월 12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국회사진취재단

분류지원인력 채용까지 대리점에 떠넘긴 CJ대한통운

인력충원도 대리점에 떠넘기고 있다. CJ대한통운 소속 대리점 관계자는 “대리점이 직접 공고를 내 분류지원인력을 충원하라는 CJ대한통운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인건비 50%를 전가하는 데다 인력 채용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까지 대리점에 전가한 셈이다.

간접 고용방식은 CJ대한통운의 전형적인 고용행태다. CJ대한통운은 약 2만여명의 택배기사 중 5% 수준인 1천여명만 직접고용하고 있다. 나머지 95%는 협력업체인 대리점과 계약한 자영업자(특수고용형태노동자)다.

ㄱ소장은 “언론에는 마치 CJ대한통운이 500억원을 지원해 4천명의 인력을 투입해 줄 것처럼 생색을 내더니 결국엔 부담 대부분을 대리점에 떠넘기려는 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CJ대한통운 측은 “포괄적인 상황에 대한 협의를 대리점과 진행 중”이라며 “상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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