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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 처방 논의할 때...“‘이재명 기본대출권’도 해보자”

한국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꼭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면 무엇일까. 경제적 약자들이 붕괴하면 한국 경제 전반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저소득층의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은 지난 8월 ‘2분기(4~6월)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근로소득은 전년대비 18% 감소한 177만7천원이라고 밝혔다. 반면, 가구당 전체 소득의 월평균은 527만2천원으로 1년 전보다 4.8% 늘었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 가구당 전체 소득 감소를 막았다고 통계청은 풀이했다.

경제 생태계의 모세혈관으로 불리는 ‘자영업자 폐업’도 늘었다. 지난 10월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자영업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임금근로자 수는 14만3천명 줄어 663만6천명을 기록했다. 특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같은 달 기준 133만2천명으로 1991년 9월(132만6천명) 이후 가장 적었다. 30여년 전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대안은 있다.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최근 책 ‘나라가 빚을 져야 국민이 산다’를 발간한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는 전면적인 일자리보장제를 통해 ‘실업률 제로’를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사회에 복지제도가 취약한 점을 들어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차원에서 ‘기본대출권’ 도입도 해보자고 밝혔다.

“모든 국민이 경제적 곤궁에서 벗어날 때 국가 경제도 건강해지고 이는 정부 정책으로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전 교수를 지난달 30일 부산 경성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재명이 주장한 ‘기본대출권’에 쏟아진 집중포화
전용복 “이재명의 기본대출권도 해보자”

전 교수는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차원에서 ‘기본대출권’도 함께 해보자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일자리 보장제가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경제적 약자들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무엇이라도 하자는 차원에서 기본대출권 도입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대출권에 대해 “서민 금융 ‘복지’ 정책으로 봐야 한다. 정책의 목표는 ‘대출’이 아니라 ‘서민지원’ 혹은 ‘금융복지 서비스’ 제공이라면 일정 정도의 손실은 매우 정당하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이렇게 밝힌 이유에 대해 “정부는 공공정책을 시행하기 때문에 민간처럼 이윤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밝혔다.

민간은행은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 전 교수의 설명을 종합하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민간은행의 이윤 추구 프로세스는 이렇다.

예를 들어 신용등급 10등급인 A와 B가 제2금융권인 C 저축은행에서 100만원을 빌렸다고 가정해보자. A는 원금·이자를 모두 상환했지만 B는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원금·이자 상환을 하지 못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은행은 B 사례처럼 부실이 날 것을 방지해 A와 B 모두에게 금리를 24%(법정 최고금리)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 즉, B에게 난 부실을 A를 통해 메우는 형식인 셈이다.

이마저 제2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은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기도가 지난해 적발한 사채업자들 중에서는 저신용자에게 30만원을 빌려주고 이자만 110만원을 받아가는 등 8000% 넘는 비상식적 고이자를 챙긴 이들도 있었다.

전 교수는 “최근 제2금융권의 데이터를 통해 계산해본 결과,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10등급이 34%의 부실률이 났다. 그런데 이 부실률은 어떻게 산출했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단기대출을 많이 해주고 있다. 즉, 단기대출에서 3개월 동안 원금·이자를 납부하지 못할 때 부실로 처리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르다. 공공정책을 시행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반영된 정책이 바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대출권’이다. 기본대출권은 저신용자들이 저신용을 이유로 돈을 못빌려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누구나’, ‘생애 단 한 번’, ‘천만원의 자금’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복지’의 성격이 강해 이 제도의 이름도 기본대출권이라고 지었다. 즉, 대출을 하나의 권리로 본 것이다.

전 교수는 “100억이 있다고 할 때 1%의 수익만 추구해도 1년에 1억씩 이윤이 난다”라며 “정부는 이 1%의 수익률을 포기해도 된다. 공공정책이기 때문에 회수 기간을 길게 잡고 천천히 갚도록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민간은행과 같이 3개월 안에 갚으라고 할 게 아니라 예컨대 30년에 걸쳐 갚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긴 시간에 걸쳐 상환하도록 할 경우, 갚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기본대출권 구체화할 전용복 교수의 제언
“공공은행 설립하자”

기본대출권제도를 구체화할 방안도 제시했다. ‘공공은행’을 설립하는 것이다.

전 교수가 구상한 공공은행의 구조는 이렇다. 민간은행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상업은행 영업부’(영업부)와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한 ‘서민대출부’(대출부)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영업부는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고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시행한다. 통상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0.5%(2020년 11월 기준)로 민간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은행은 이를 가지고 대출사업을 진행한다. 영업부는 이런 방식으로 고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시행할 수 있다. 민간은행과 같이 이윤도 남길 수 있다.

영업부에서 남긴 이윤은 공공은행의 대출부로 넘어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저신용자들을 위해 사용된다.

전 교수는 “화폐 발행권은 국가의 주권인데 민간은행에 위임해서 대출을 독점하도록 했다”라며 “정부가 고유의 화폐 발행권을 사용해 공공은행에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가 낸 '나라가 빚을 져야 국민이 산다' 책 표지.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가 낸 '나라가 빚을 져야 국민이 산다' 책 표지.ⓒ제공 = 진인진 출판사

미상환자에게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일자리보장제’ 도입을 통한 자금 이전

공공은행을 통해 저신용자들에게 저금리에 대출을 해줬다고 하더라도 미상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전 교수는 미상환자 발생에는 일자리 부재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일자리보장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미상환자에게 공공서비스 봉사 등 사회적으로 유용한 노동을 제공하게 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라며 “공공서비스가 실행되면 그것을 정부가 고용한 것으로 하고 관련 예산을 대출 기금에 이전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보육서비스’다. 전 교수는 “정부가 특정 일자리를 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바텀업방식(Bottom up approach)이 되어야 한다.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몇 명의 아이를 어떤 방식으로 양육할지 계획서를 들고 오면 정부가 승인해주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책 대상을 선별하는 데 행정비용을 들이지 않도록 심사도 간소화하자는 것이다.

전 교수는 “문제는 하위 50% 이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정부도 인정하는 생계도 제대로 못 벌고 있는 분들이다. 정부가 이 분들에게 일자리를 주면 어떨까. 내년도 최저임금 기준으로 184만원정도를 매달 지급하면 그 분들도 생활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실업률 제로’를 만들자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문제는 ‘일자리보장제를 시행하기 위해 어떻게 자금을 만드느냐’하는 점이다.

전 교수는 “정부는 재정적자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정부의 재정이 한 사회의 거대한 전환도 만들어낼 힘을 가졌음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번 ‘나라가 빚을 져야 국민이 산다’ 책을 통해 중국 경제 체제 전환에 정부 재정이 막대하게 투입됐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전 교수의 책에 따르면 1980년 중국은 기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개혁개방정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개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회·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유산업에 대한 개혁을 미뤘다. 국유산업을 시장경제체계로 빠르게 전환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 등이 일어나 실업률이 치솟을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국유산업이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국유은행의 대출로 메꿨다. 부실채권이 발생하더라도 대규모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방어전에 나선 것이다. 여기서 대출을 해준 국유은행은 공공은행의 일환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양적완화’와 유사한 방식이 중국에서 이미 1980년대에 발생했던 셈이다.

전 교수는 “이와 같은 교훈은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다”라며 “지금은 명백히 위기 상황이다. 빚이 아니고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빚을 져야 할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코로나19 전염병처럼 외적 충격으로 경제가 무너질 때, 정부가 빚을 지고 그 충격을 완화해야 위기가 지나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라며 “정부가 민간 대신 빚을 지는 방식이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더 ‘바람직’하기도 하다. 정부의 부채는 가정·경제 혹은 기업의 부채와 다르다. 정부 부채가 많다고 국가가 파산하지도 않고 어떤 부정적인 경제 효과를 염려할 필요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건전성이라는 허구적 관념에 포로가 되지 말고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양질의 경제를 물려주자”고 했다.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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