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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엄마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장기자랑’ 펼친 이유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장기자랑'이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플랫폼74극장에서 상연됐다. 엄마들이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으로 분해 열연 중이다.(2020.11.12)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장기자랑'이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플랫폼74극장에서 상연됐다. 엄마들이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으로 분해 열연 중이다.(2020.11.12)ⓒ민중의소리

"우리 순범이는 모델이 꿈이었어요."
"우리 예진이는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어요"
"로보트 공학자가 꿈이었던 우리 동수!"

지난 12~14일 서울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세월호 희생자 엄마들은 아이들의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분해 연극 '장기자랑'을 선보이고 있었다. 함께 재잘거리고, 노래하고 춤추며, 앞으로의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관객은 울고 웃었다.

'아이들이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했다면, 분명히 저렇게 장기자랑을 펼쳐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코끝에 다시 쥐가 난다. 그러다가 어느새 다시 아이들의 연애 고민, 학교 생활 고민 등에 빠져들어 미소 짓게 된다. 그렇게 세월호 엄마들은 아이들이 가슴에 품었던 꿈과 재능, 그리고 고민을 대신 열연하며 작은 무대를 아이들의 거대한 우주로 채워나갔다.

연극 '장기자랑' 속엔 작곡과 기타 연주에 소질이 있는 아이, 조용하지만 글짓기를 잘하는 아이, 주위 친구들을 잘 챙기고 아이돌이 꿈인 아이, 패션에 관심이 많고 꿈이 간호사인 아이, 글로벌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 하는 아이, 거칠어 보이지만 속만큼은 엄마처럼 따뜻한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이 등장해 수학여행을 위한 '장기자랑'을 준비한다.

극 중 캐릭터,
단원고 아이들 실제 꿈과 재능 반영돼….
"대사 속에 아이들 이야기 녹아 있다"

연극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가상의 인물이 아니다. 캐릭터들은 실제 단원고 희생자 아이들의 '약전'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416 단원고 약전'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과 교사의 꿈·재능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발간됐다.

2학년 7반 곽수인 학생의 엄마 김명임 씨는 연극 '장기자랑'에 대해서 "연극에 나오는 대사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약전을 읽고 거기에 나오는 아이들 얘기를 대사로 꾸민 거예요"라면서 "연극 '장기자랑'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명임 씨는 "그래서 저희가 무대 뒤에 앉아 있고 (다른 엄마들이) 앞에서 대사 하는 것을 들으면 '아 쟤는 누구구나', '아 쟤는 누구네' 하고 알 수 있어요"라며 "그렇게 연극 사이사이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들 이야기이기 때문에 엄마들은 되도록 좀 더 예쁘고 좀 더 밝고 좀 더 즐겁게 하려 했어요"라면서 "모든 사람에게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빛나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데, 엄마들의 몸과 연기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까 아이들을 반짝거리게 표현 못 한 것이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그래도 관객분들이 마음의 눈으로 봐주실 거라고 믿기 때문에 관객 앞에서 저희는 마음 놓고 즐겁게 뛰어놉니다"라며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으시고 마음에 남으시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찾아봐 주시고 생각해주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연극 '장기자랑'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지 일주일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영이가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4월 초연된 연극 '장기자랑'은 코로나 여파로 관객을 꾸준히 만날 수 없었지만, 올해 11월 서울 대학로 공연까지 포함해 총 50여 회를 앞두고 있을 정도로 방방곡곡에서 세월호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이들의 거대한 세계를, 아이들이 품고 있던 거대한 우주를 연극으로 말하고 기억하기 위한 엄마들의 의지 덕분이었다.

게다가 연극 '장기자랑'은 엄마들의 첫 번째 연극이 아니다. 세 번째 작품이다. 앞서 엄마들은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과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선보인 바 있다.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은 옷 속 담긴 서민들의 애환과 삶을 눈물과 웃음으로 녹여낸 작품이고,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세월호 가족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세 작품 모두 엄마들이 소속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작품으로, 김태현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김태현 연출가는 2015년 처음으로 어머님들을 만난 뒤, 지금까지 어머님들과 함께 '세월호' 연극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태현 연출가는 "어머님들 만난 지 만 5년이 넘어가고 있어요"라며 "그러는 동안 어머님들과도 그렇게 대화를 했지만 저 스스로 느낄 때도 극단 노란리본과 연출가 김태현은 한 몸? 운명? 떠날 수 없는? 그런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저도 어머님들을 떠나고 싶지 않고 어떤 어려운 상황 있어도 어머니들 곁에서 계속 에너지를 불어 넣어 드리면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라면서 "어머님들이 그만두기 전까지 저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장기자랑'이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플랫폼74극장에서 상연됐다. 엄마들이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으로 분해 열연 중이다.(2020.11.12)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장기자랑'이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플랫폼74극장에서 상연됐다. 엄마들이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으로 분해 열연 중이다.(2020.11.12)ⓒ민중의소리

"안산은 아침이 아프다"

매일 해가 지는 동네/안산은 아침이 아프다
야간 일을 끝내고/새벽에 들어오는 아빠의/덥수룩한 수염에 찔리고
잔업 마치고 들어 와/새우잠 자는 엄마의/코고는 소리에 짠하고
그리고 우리는/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칼칼한 김치찌개/짭짤한 어묵볶음/모락모락 더운밥이/나를 배웅하지 못해도
어김없이 해가 뜨는 동네/나는 안산을 안다네
덥수룩한 수염과/코고는 소리를 안다네
괜찮아요 괜찮아요 나는
매일 해가 지는 동네/그래서 하나도 아프지 않네

-연극 '장기자랑' 중에서 아영이가 쓴 시-

제작진에 따르면 극에 등장하는 대부분 설정은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가 발생한 2014년 3월까지 유행했던 것들이다. 아이들은 장기자랑에 어떤 곡을 할지 고민하면서 에이핑크, 아이유, 걸스데이 등 당대 유행곡들을 언급한다. 극의 배경이 되는 장소 역시 가상의 장소가 아닌 안산이다.

극 중 등장하는 '안산은 아침이 아프다'라는 내용의 시 역시 단원고 '약전'에 나오는 오준영 군의 문장을 모티브로 변효진 작가가 쓴 것이다.

김태현 연출가는 "부모님들이 때론 너무 일찍 출근해서, 때론 야간 일을 마치고 오셔서, 아이들이 혼자 아침밥을 차려 먹고 가는 상황이 있고 그러지만, '내가 빈자리를 채워가면서 씩씩하게 살 거야'가 좀 일상이 되어 있는 단원고 아이들의 어른스러움을 표현하려고 했어요"라며 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노래 가사를 보면 작가님이 예쁘게 잘 써주셨지만, 아이들이 '우리는 하나도 아프지 않아'라는 부분에서 울컥해지기도 해요"라면서 "아이들이 '우리는 하나도 아프지 않아'라고 하는 그 부분은 참사 발생 전에, 씩씩했던 아이들을 그린 가사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이 그렇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공연 후 관객들에게 "이 아이들이 얼마나 밝고 빛나는 아이들이었는지를 꼭 알리고 싶었다"며 "그래서 다들 열심히 합니다. 좋은 눈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슬픔을 조금 접어두시고 봐주시고,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연극 '장기자랑'은 지역 곳곳에서 계속 상연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과 장소는 가족극단 노란리본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명임, 김도현, 김순덕, 박유신, 이미경, 최지영, 박혜영 출연. 변효진 작, 고수영 음악, 김태현 연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장기자랑'이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플랫폼74극장에서 상연됐다. 엄마들이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으로 분해 열연 중이다.(2020.11.12)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장기자랑'이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플랫폼74극장에서 상연됐다. 엄마들이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으로 분해 열연 중이다.(2020.11.12)ⓒ민중의소리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장기자랑'이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플랫폼74극장에서 상연됐다. 엄마들이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으로 분해 열연 중이다.(2020.11.12)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장기자랑'이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플랫폼74극장에서 상연됐다. 엄마들이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으로 분해 열연 중이다.(2020.11.12)ⓒ민중의소리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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