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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천작]40분도 아닌, 단 ‘4분’으로 모든 걸 말해주는 영화 ‘포미니츠’
영화 '포미니츠' 스틸컷
영화 '포미니츠' 스틸컷ⓒ스틸컷

독일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영화 '포미니츠'(2006) 포스터 이미지는 최근 본 영화 포스터 중에서 가장 강렬했다. 검은 원피스를 입은 단발머리 소녀가 그랜드 피아노 앞에 불편하게 서서 연주를 하고 있는데 소녀의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다.

포스터만 보면 이 영화를 단순히 음악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실제 보게 된다면, 이 영화가 단순한 음악 영화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예술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더 나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것도 이 영화는 단 4분이라는 시간만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한다. 굉장한 영화다.

주인공 크뤼거는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70~80대 노인이다. 크뤼거는 젊은 시절 사랑한 동성 연인과의 관계를 부정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인종차별주의자다. 흑인 음악을 경멸하는 모습을 아주 자주 보여준다.

제니는 살인죄로 교도소에 갇힌 젊은 여성으로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니는 피아노 이외에 어떤 것에도 애정과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같은 방 수감자가 자살할 준비를 하는 데도 모른 척한다. 어떤 면에서 그녀는 방관자다.

크뤼거와 제니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들에겐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피아노다. 크뤼거는 천재성을 가진 제니에게 흥미를 느끼고 그녀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피아노라는 공감대로 조금씩 우정을 쌓아가지만, 한편으론 서로 다른 성격과 음악적 기호 때문에 충돌하기도 한다. 크뤼거는 제니의 습관을 지적하기도 하고, 흑인 음악을 연주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교도소 측의 허락으로 제니는 피아노 경연 대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데, 영화가 절정을 향해 나갈수록 여러 상황이 제니의 출전을 방해한다. 결국 제니는 교도소에서 생긴 소란으로 경연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되지만 크뤼거의 도움으로 잠시 감옥을 탈출해 경연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세상에 제니의 음악성을 알릴 순간, 경찰이 제니를 체포하기 위해 들이닥치게 된다. 그리고 크뤼거는 경찰을 제지하며 '그녀에게 딱 4분만 달라'고 요청한다.

자신에게 평생 있을까 말까 한 짧은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사회가 이미 '그렇다'고 규정해 놓은 것, 누군가가 멋지고 훌륭하다고 재단해 놓은 것, 혹은 스승님이 그렇게 하라고 강조한 것들을 해야 할까. 제니는 이 모든 것들을 가차 없이 무너뜨리고 그 붕괴된 공간에 자신의 철학과 음악성을 채운다.

내 인생의 색을 채우는 것은 나 자신이며, 예술 세계의 색을 채워 넣는 것도 바로 나 자신이다. 누군가의 도움과 조언을 참고 할 수 있지만 그 중심에 '내'가 존재해야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 자유로움이 4분이라는 시간으로 황홀하게 표현됐다. 흑인 음악을 절대 연주하지 말라고 정색을 하던 크뤼거의 마지막 표정을 지켜보며 제니의 무대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가늠하게 만든다.

나머지 시간들도 절대 싱겁지 않다. 두 주인공의 성격이 워낙 날카롭고 괴팍한 부분이 있어서 관객은 매 순간 조마조마할 것이다. 두 주인공을 감싸고 있는 주변 인물의 역사와 갈등도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데 한몫한다.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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