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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아이폰12의 슬픈 운명, 더 싼 4G 요금 못써도 괜찮습니까?
서울 시내 휴대폰 대리점 모습. 2019.05.12.
서울 시내 휴대폰 대리점 모습. 2019.05.12.ⓒ뉴시스

5G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이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치면서 ‘이럴 거면 차라리 4G(LTE) 요금제를 쓰겠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는 5G폰 개통 시 LTE 요금제 가입을 막고 있어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폰12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통 3사 대리점에서 사면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없다. 이통사가 자사 유통망에서 판매한 5G폰은 5G 요금제로만 개통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다.

외국은 다르다. 프랑스 최대 이통사 오랑쥬(Orange)는 5G폰으로 출시된 아이폰12로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다. 오랑쥬에서 아이폰12를 사고, 데이터를 월 70GB 제공하는 요금제에 가입하는 소비자는 LTE 요금제(19.99유로·약 2만6,200원)와 5G 요금제(24.99유로·약 3만2,700원)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오랑쥬도 한국 이통사처럼 5G 요금제가 LTE 요금제에 비해 다양성이 떨어지지만, 통신 세대에 따른 요금제 가입 제한을 두지 않아 소비자 선택폭이 넓다.

미국 2위 이통사 T모바일은 5G와 LTE 요금제가 구분돼 있지 않고, 5G 접속에 대한 추가 요금이 붙지 않는다.

T모바일은 60~85달러 요금제 3종을 운영하며 LTE폰이든 5G폰이든 해당 요금제 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앞서 T모바일은 5G 상용화 시기이던 지난해 3월 5G 요금제 가격을 LTE 요금제에서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터지고 비싼 5G 통신, 소비자 외면에 이통사 가입자 목표 못 미쳐

최신폰으로 LTE 요금제를 가입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망 구축이 미비해 효용이 떨어지는 5G 요금제를 쓰느니 통신비를 절약할 수 있는 LTE 요금제를 쓰겠다는 것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오픈시그널이 6~9월 서울·인천·부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통 3사 평균 가용률은 20~30%대 수준이었다.

5G 가용성은 5G 요금제 가입자가 네트워크망에 접속한 시간 중 실제 5G망에 연결된 시간의 비율을 의미한다. 가령 5G 가용성이 25%라고 가정하면, 스마트폰으로 1시간 인터넷을 쓸 때 15분만 5G망을 쓰고 나머지는 LTE로 접속했다는 의미다.

해당 조사는 5G망 구축이 비교적 많이 진척된 수도권으로 한정됐다. 지방권까지 포괄한 가용률은 15% 수준으로 떨어진다. 오픈시그널이 2~4월 전국으로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5G 가용률은 SK텔레콤 15.4%, LG유플러스 15.1%, KT 12.5%로 나타났다.

이통사의 5G 요금제는 LTE 요금제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돼있고, 종류도 적어 소비자 선택폭이 좁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 5G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불만 사항을 조사한 결과, 5G 요금제가 비싸다는 응답이 48.5%(388명)에 달했다.

당시 소비자원은 이통사가 운용하는 5G 요금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에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SK텔레콤의 5G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 등에 따라 4종(5만5천~12만5천원)으로 운용되며, LTE 요금제로는 6종(3만3천~10만원)이 있다.

5G 품질 논란으로 5G 가입자 증가 추세는 업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총 약 925만8,865명이다. 당초 이통 3사는 올해 5G 가입자 1,500만명을 목표 내걸었으나, 예상보다 확장세가 더디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30일 발표한 ‘한국 5G 사용자 경험 보고서-2020년 6월’ 보고서에서 한국 통신사별 5G 가용성을 보면, SK텔레콤이 15.4%로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높았고 이어 LG유플러스 15.1%, KT 12.5%로 나타났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30일 발표한 ‘한국 5G 사용자 경험 보고서-2020년 6월’ 보고서에서 한국 통신사별 5G 가용성을 보면, SK텔레콤이 15.4%로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높았고 이어 LG유플러스 15.1%, KT 12.5%로 나타났다.ⓒ오픈시그널

자급제 5G폰 LTE 요금제 가입 허용…보급률 낮아 실효성 의문

한국에서 5G폰으로 LTE 요금제에 가입하려면 자급제로 단말을 구입해야 한다. 자급제는 대형마트·가전매장·온라인몰 등 이통사와 별개의 유통망에서 단말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약정 기간 없이 이통사나 알뜰폰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통 3사는 소비자단체·과기부와 협의를 거쳐, 지난 8월 자급제 5G폰에 한해 개통 시점에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도록 이용약관을 수정했다.

이통사 유통망을 통해 구입한 경우는 여전히 5G 요금제 가입이 강제된다. 이통 3사 약관을 보면, ‘LTE(5G) 요금제 가입을 위해서는 LTE(5G) 단말이 필요하다’고 명시돼있다. ‘자급제 단말은 LTE 단말 여부와 관계없이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다’는 내용은 예외 조항 형태로 담겼다.

이통 업계 관계자는 “5G폰의 LTE 요금제 가입을 제한하는 건 사업적 측면에서 원활한 5G 시장 형성을 위한 성격”이라며 “5G망 투자와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수익성 확보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약관을 수정할 때 과기부 신고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5G폰은 LTE 요금제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약관을 정부 차원에서 제재하지 않은 것이다.

과기부는 “그간 세대별 이용 가능한 단말이 존재한다는 점과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세대 간 요금제 전환이 제한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통사가 5G폰의 LTE 요금제 가입을 일부 허용한 데 대해 과기부 측은 소비자 불편을 자율적으로 개선한 사례로 평가했지만, 자급제폰 보급률이 높지 않아 실효성 의문이 제기된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체 스마트폰 가운데 자급제폰 비중은 11.8%에 그친다.

전 의원은 지난달 과기부 국정감사에서 “나머지 88% 국민을 위해 5G가 전국에서 안정적으로 운용될 때까지 이통사에서 가입할 때도 LTE요금제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7.15.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7.15.ⓒ뉴시스

이통사 5G폰, LTE 요금제 가입 까다롭네…지원금 반환 부담에 절차도 복잡

이통사 유통망을 통해 단말을 구입한 경우 5G 요금제로 개통하고 추후에 LTE 요금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다.

다만, 단말 구매 조건에 따라 일종의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

이통사가 유통하는 단말은 이른바 ‘이통사폰’으로 불리는데, 공시지원금과 석택약정할인 2가지의 이통사 지원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공시지원금은 가입한 요금제에 따라 단말 값을 깎아준다. 요금제가 비쌀수록 공시지원금도 커진다. 선택약정할인은 요금의 25%를 매월 할인해준다.

선택약정할인을 받은 경우에는 위약금 없이 5G에서 LTE로 요금제를 바꿀 수 있다.

공시지원금을 받은 경우는 셈법이 복잡해진다. 6개월 이내에 요금제를 전환하면 공시지원금을 일부 반환해야 한다. 개통 당시 가입한 5G 요금제와 새로 가입한 LTE 요금제에 대한 공시지원금의 차액에서 약정 유지 기간을 반영해 차액정산금을 산정한다.

개통 이후 6개월이 지났더라도 이통사가 정한 금액 미만의 요금제로 옮기면 차액정산금을 물어야 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4만5천원, KT는 4만7천원 미만 요금제로 바꿀 경우 차액정산금 면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5G 요금제에서 LTE 요금제로 전환하는 과정도 번거롭다. 이통사 대리점이나 모바일에서는 5G 요금제 내 변경만 가능하다. 5G 요금제를 LTE 요금제로 바꾸려면 사용하던 유심칩을 LTE폰에 꽂아 LTE 요금제를 가입한 이후 다시 5G폰으로 옮겨야 한다.

이통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폰은 이통사 관리하에 운영한다"며 "LTE폰은 LTE 요금제, 5G폰은 5G 요금제 가입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G의 LTE 요금제 가입은 원칙에 벗어나는 것이라 이통사에서 요금제 전환 업무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SK텔레콤은 광케이블을 매설하기 어려운 지역에도 5G 서비스 제공을 강화하기 위해 ‘5G 무선 프론트홀 장비’를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SK텔레콤 엔지니어들이 5G 무선 프론트홀 장비를 구축하는 모습.
SK텔레콤은 광케이블을 매설하기 어려운 지역에도 5G 서비스 제공을 강화하기 위해 ‘5G 무선 프론트홀 장비’를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SK텔레콤 엔지니어들이 5G 무선 프론트홀 장비를 구축하는 모습.ⓒ제공 : SK텔레콤

LTE 상용화 때도 3G 가입 제한…“소비자 효용 미미한 5G와는 상황 달라”

5G 품질 논란 속에서 위약금 부담과 복잡한 전환 과정 등 소비자 불편에도 이통사가 개통 시점에서 5G폰의 LTE 요금제 가입을 강제하는 건 고가요금제 유인 목적으로 풀이된다.

LTE 요금제보다 대체로 비싼 5G 요금제는 이통사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끌어올려 실적 상승효과를 낳는다. 이통사는 과거 LTE 상용화 초기에도 LTE폰의 3G 요금제 가입을 막으면서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했다.

LTE 서비스와 5G 서비스는 초기 품질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TE는 3G 대비 속도 등 품질 개선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요금 인상을 부담하더라도 LTE 요금제 가입이 수용됐으나, 5G는 품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 의원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2010년 14%에서 LTE가 상용화된 2011년 38%로 급등한 이후 2018년 96%에 달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많은 국민이 LTE로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3G와 LTE는 속도차가 10배 이상, LTE와 5G는 속도차가 4~5배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 반감이 LTE 상용화 당시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LTE 상용화로 스마트폰 사용성이 대폭 향상됐으며,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변화는 소비자 수요를 일으킬만한 효용이 인정됐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5G 서비스가 안정될 때까지 이통사 유통망에서 5G 휴대폰 구매할 때도 LTE 가입이 가능하도록 과기부가 이통사에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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