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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시민단체·민주당·진보정당이 내놓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해법은?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재발방지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실태조사를 보고하고 있다. 2020.11.18.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재발방지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실태조사를 보고하고 있다. 2020.11.18.ⓒ뉴시스

지난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무산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 개정 법률안 통과를 통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의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의견이 모인다. 지난 12일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이 시행되려면 시행의 근거가 되는 이 법이 통과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의 근본 원인은 택배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고 등 탄압을 견디며 택배노동자들이 어렵게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택배사들이 택배노동자들을 교섭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노동환경 개선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과로사의 근본 이유라는 지적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과로사 대책위)와 한국진보연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은 18일 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택배노동자 과로사 재발방지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과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계류 중 생활물류법, 부족한 점 많지만…
“통과되어야 한다” 입을 모으는 이유

토론회 참가자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생활물류법이 부족한 점은 많지만, 일단 이 법안이 통과되어야만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의 첫발을 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8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 13명은 과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택배업을 정부가 적극 관리하자는 취지로 표준계약서 도입 및 종사자 쉼터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생활물류법을 발의했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생활물류법 개정안이 올해 안으로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법안이 대선 시기를 앞두고는 정상적으로 다뤄질 수 없다고 보고, 대통령 선거 이후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한다는 것도 예상할 수 없다”며 “올해 제정되지 않으면 정부 관계부처가 발표한 것 또한 헛발표가 되고 의미 없이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2일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적정 작업시간 유도, 지연배송 불이익 조치 금지,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 확대 등 택배노동자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대책이 비록 미흡한 지점이 있지만, 과로사 대책위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대책이 이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생활물류법이 반드시 통과되어야만 한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생활물류법 연내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생활물류법은 이미 지난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과로사 대책위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생활물류법 찬반 여부’를 묻는 질의서를 보낸 결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대부분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답변을 유보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올해에만 벌써 15명의 택배노동자가 숨졌다고 하는데, 이달 15일 롯데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가 또 숨졌다. 통계에도 정확히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생활물류법이 지난해에 통과됐으면 (올해 15명의 과로사가 이어졌을까) 하는 슬픔과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과로사 대책위 질문에 거의 전원이 답을 안 했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라며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함께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같으면 강력하게 규탄하고 싶지만, 이 법이 정말 급해서 규탄하진 못하겠고 제발 좀 도와 달라고 호소한다”고 했다.

또 안 소장은 “법이 통과되어서 백마진과 폭리가 근절되고 단가가 올라가면 택배노동자 1인당 배송해야 할 물량도 줄어들게 될 것이고, 그 자리에 수천 개 일자리가 생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서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줄이고, 국민들도 덜 미안하게 택배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와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모두가 누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재발방지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실태조사를 보고하고 있다. 2020.11.18.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재발방지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실태조사를 보고하고 있다. 2020.11.18.ⓒ뉴시스

노동기본권 보장됐으면
과로사 문제도 없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근본 문제에는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직의 현실이 있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김기완 진보당 공동대표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분류작업 등) 공짜노동을 강요당하고, 수수료 삭감을 요구받는데도 택배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단결권과 교섭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택배사는 나날이 성장해 갔지만, 택배노동자는 과로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7년 1월 세워진 택배연대노조는 시작부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노조가 결성될 분위기가 조성되니, 택배사가 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대리점을 통째로 폐점시켜, 노조 결성을 주도하는 택배노동자들을 집단으로 해고시켰다. 황당하게 일자리를 잃었지만, 택배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이란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현재도 해고 노동자로 머물러 있다.

이후에도, 택배사들은 택배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도 택배사들은 택배연대노조의 교섭 요청에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응하지 않고 있다.

김 공동대표는 “정상적으로 교섭이 이루어졌다면, 과로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을 것”이라며 “그런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기에 과로사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택배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교섭을 요구하는데, CJ대한통운·롯데·한진 등은 한결같이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 우리사회가 주목하고 택배사들이 교섭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택배노동자 스스로 생명-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힘을 갖는 것. 이게 가장 근본적인 과로사 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택배노동자 1주 평균 노동시간 71시간
76% “몸 불편해도 억지로 참고 일해”
70% “코로나 이후 1~2시간 이상 퇴근 늦어져”
78% “폭우 쏟아져도 일 나가”

과로사 대책위 택배노동자 2차 실태조사 결과
과로사 대책위 택배노동자 2차 실태조사 결과ⓒ과로사 대책위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뇌심혈관계질환 산재인정 기준을 보면 ▲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면서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한랭·온도변화·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중 2가지 업무에 해당할 경우 등이다.

이를 기준으로 봤을 때, 과로사 대책위가 지난 8월 820여 명의 택배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실태조사에 이어 9월에 2차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는 최근 잇따른 택배노동자의 죽음이 과로사가 분명하며, 필연적으로 과로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이라는 게 한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과로사 대책위 택배노동자 2차 실태조사 결과
과로사 대책위 택배노동자 2차 실태조사 결과ⓒ과로사 대책위

실태조사 결과, 택배노동자들의 1주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으로 놔심혈관계질환 산재인정 기준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일도 일요일과 명절 정도만 쉬고 있었으며, 몸이 불편해서 쉬고 싶을 때도 “억지로 참고 일한다”고 답한 노동자는 76.8%에 달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다보니, 아파도 평소 쉴 수 있는 시간도 없고 병원 갈 시간도 없이 참고 견디면서 일한다는 것이다.

또 허리, 어깨·목·팔·손목·손가락, 엉덩이·다리·무릎·발 등의 통증을 앓고 있다는 노동자가 80%를 넘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바빠서 치료받으러 가질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임인 사무처장은 “참고, 또 참고 일하다가 결국 심장 부여잡고 쓰러지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60.7%의 노동자가 20~30% 가량 물량이 늘었다고 답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몸이 불편한 빈도가 늘었다”고 답한 노동자가 86.8%였다. 대부분 퇴근시간이 늦어지면서 과로한 탓이었다. 실태조사 참가자 중 70.2%가 “퇴근시간이 1~2시간가량 늦어지거나 그 이상 늦어졌다”고 답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작업하는 경우가 78.7%였으며, 폭설(69.0%)과 폭염(79.6%) 등 악천후시에도 작업한다는 답변도 많았다. 2019년 한 해 동안 업무로 인한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도 45.2% 노동자가 있다고 답했는데, 한 사무청장은 “전체 노동자의 재해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사고비율”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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