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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재해법 처리가 원칙’이라는 민주당 지도부가 아직 말하지 않은 것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번에 처리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1월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처리할 것이다."
-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11월 18일, 인터넷기자단 합동 인터뷰)

이낙연 대표도, 김태년 원내대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가 '원칙'이라고 한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법을 강화하는 방안 역시 당내 이견이 없다는 게 공통된 주장이다. 174석 거대 여당을 이끄는 두 대표가 공언한 것이니, 이번에야말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전망이 밝아졌다고, 그렇게 마음을 놓아도 되는 것일까.

이즈음,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정말 분통이 터진다"며 다시 국회를 찾았다. 김 이사장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이유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는 대국민 호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 8월 국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을 직접 올렸고, 이 청원은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현재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약속했음에도 김 이사장은 이들에게 '정치는 왜 존재하는가'를 되물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는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 모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덧붙인다.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고.

국회 운영의 원칙이 상임위 중심주의라고 하지만 사실은 여당 지도부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내세우는 변명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들이 해야 할 답변은 처리 의지를 언급하는 데에서만 그칠 게 아니라 법 안에 어떤 내용을 반드시 담아낼 것인지, 어떻게 관철해 나갈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산업재해 문제를 다뤘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달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핵심은 위험을 제대로 예방하고 관리하지 못한 '실질적 책임자'에게 강한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시 원청 사업주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할 수 있을지가 논의의 관건이지만, 이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은 여전히 모호하기만 하다.

심지어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처벌 범위가 너무 넓고 모호하다', '법이 너무 거칠고 이상적'라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이를 반박하거나 당의 입장을 정리하는커녕 '다른 법과의 상충 여부나 법 체계의 정합성을 따져야 한다고'만 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민주당을 향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라는 요구가 거세다. 사실 이러한 요구는 민주당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핵심을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할 것이냐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당론이 되면 법안 논의가 경직된다"는 것이라니 무책임할 따름이다.

총선 이후, 과거 열린우리당의 분열을 곱씹으며 똘똘 뭉쳤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기득권 저항에 밀려 개혁 과제들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 바깥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화하지 않는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개혁 의지를 상실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면 책임 있는 개혁 입법으로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서울 종각역 4거리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에서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가 안전한 노동 현장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2019.12.07.
지난해 서울 종각역 4거리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에서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가 안전한 노동 현장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2019.12.07.ⓒ정의철 기자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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