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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칼럼] 코로나 시대, 거꾸로 가는 홈리스 정책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본조건은 무엇일까.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없고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은 건강을 악화시키고 살아가는데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는 상식선에서 또는, 일반적 경험으로 알 수 있는 ‘진실’이다.

그렇다면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한 사람에 대한 사회보장은 어떠해야 할까. 당연히 최소한의 의·식·주가 빠짐없이 부족하지 않게 보장돼야 할 것이다.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동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 전 광고가 나왔다. 한국의 1950~60년대와 현재를 비교하며, 가난했던 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내용의 광고였다. 한국의 급속 성장과 발전을 자랑하기 위한 이러한 광고는, 현 시대에 실존하는 가난을 가린다. 또 ‘위기의 줄 세움’ 이라는 폭력과 결을 같이 하기도 한다. 이런 광고와 같은 기조의 차별적인 정부정책이 존재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가난한 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 내몰리고 가려져 살고 있다.

서로 떠넘겨 온 홈리스 복지
코로나 시대에 더 해진 방기

한국의 홈리스 문제는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사회적 논의의 장에 올랐다. 하지만 논의만큼 정책이 충분히 마련되지는 않았다. 홈리스에 대한 사회보장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 ’, ‘정말’과 같은 의미의 부사를 모조리 사용해 설명해도 모자랄 만큼 부족한 상태다.

IMF 외환위기 당시 실직 노숙인을 포함한 빈곤층 대책으로 도입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존 노숙인을 배제하고 신규 노숙인 중에서도 일부만을 포괄하며 노숙문제를 방치했다.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는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난 2012년에서야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노숙인복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다른 사회보장제도들과 다르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정책이 아니라 지방정부 소관이다. 계획에서부터 실행까지 각 지방정부의 의지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정책에 불과하다. 때문에 하지 않고 있는 지자체가 더 많고, 하고 있는 지자체들조차 이미지 관리용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숙인복지법’은 주거와 노동, 의료 그리고 급식까지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온전하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약한 고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숙인들에게 더 큰 위기를 발생시켰다.

서울시가 노숙인 공공일자리 임금 삭감 방침을 밝힌뒤,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모아 적은 후 서울역 지하도에 붙여두었다. 2020.05
서울시가 노숙인 공공일자리 임금 삭감 방침을 밝힌뒤,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모아 적은 후 서울역 지하도에 붙여두었다. 2020.05ⓒ사진 = 홈리스행동

한 달에 70만 원 가량의 임금을 받으며 3~ 6개월 간 참여할 수 있는 ‘서울시 노숙인 공공일자리’는 경제상황을 이유로 임금 삭감 위기에 놓였었다. 아르바이트 노동 등에서 일명 ‘꺽기’로 불리는, 노동시간을 줄여 주휴수당 등을 제하는 악덕 고용주들의 편법을 서울시가 시도하려다 당사자들과 홈리스행동 등이 문제제기하자 철회했다.

홈리스에 대한 주거정책은 쪽방이나 고시원에 거주할 수 있도록 월세를 2~3달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이런 공간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요구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집 답지 못한 공간을 홈리스 주거 정책에 사용해 온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반인권적인지 코로나 시대가 새삼 확인시켜 준다. 그렇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책은 없다. 지금도 주거지를 필요로 하는 노숙인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고시원이나 쪽방으로 유입되고 있다.

모욕 못 견디겠으면 밥도 먹지 말라니

코로나19는 심지어 홈리스들의 먹는 문제까지 발생시켰다. 이전에도 균형 잡힌 식생활은 어려웠지만, 무료급식소를 통해 끼니를 해결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들어서며 무료급식소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이렇게 된 원인은 명확하다. 홈리스들의 먹는 문제를 책임과 권한 없는 민간에 의탁해왔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공공이 운영하는 거리홈리스 대상 무료급식소는 단 한 곳도 없다. 정확하게는 서울역에 위치한 ‘따스한채움터’(채움터) 한 곳이 있지만 법에서 정하는 무료급식소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공간만 공공에서 제공하고 종교재단 등 민간단체에서 돌아가면서 급식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민간 급식소들이 문을 닫자 채움터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서울시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을 해결한답시고 노숙인 이외에는 이용할 수 없다고 적힌 안내문을 채움터 문 앞에 붙인 후 전자회원증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노숙인 이외의 사람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침은 노숙인복지법에 어긋난다.

'따스한 채움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노숙인들을 위한 식사 배식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따스한 채움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노숙인들을 위한 식사 배식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사진 = 뉴시스

노숙인복지법에서 ‘노숙인 등’은 거리를 비롯한 쪽방·고시원·여관·여인숙·사우나·PC방·만화방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포괄한다. 때문에 이 글에서 노숙인과 홈리스를 혼용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도 채움터에서 무료급식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노숙인 외의 홈리스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며 자화자찬한 바 있다. 과거 자신들이 했던 긍정적인 평가를, 법을 어기면서까지 뒤엎는 행정에 어떤 공공성이 담보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전자회원증 도입’이다. 서울시는 이들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어 방역의 일환으로 회원증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소지나 전화번호가 없는 상태에서 전자회원증을 만든다고 어떻게 소재파악을 할 수 있을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거리 홈리스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려는 차별적이고 불순한 의도가 선명하다.

급식소 문제가 발생한 뒤 당사자들과 홈리스행동 등에서 비판하자, 결국 전자회원증을 만들지 않더라도 이용할 수 있게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권력관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전자회원증 도입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당사자들 대부분은 결국 의지와 상관없이 회원증을 만들 수밖에 없다. 밥을 먹기 위해 신분증 제공, 사진 촬영, 노숙 이력 확인을 거쳐야 한다. 정보 인권과 교환하는 방식의 사회보장이라니 처참하다.

서울시 공공 무료급식소 '따스한채움터'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견. 2020.11
서울시 공공 무료급식소 '따스한채움터'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견. 2020.11ⓒ사진 = 홈리스행동


무료급식소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아래는 채움터를 이용하며 모멸감을 느꼈다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다.

“채움터는 밥이 참 형편없습니다. 가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국에 간도 잘 안 맞고. 무슨 시설 수용소 집단 비슷해요. 상주하는 조리사가 있어서 책임감을 갖고 하면 좋은데, 이 쪽에서 와서 하고, 저 쪽에서 와서 하고”

“눈칫밥 먹는 거 같죠. 노숙생활 오래하신 분들은 몸이 말이 아니잖아요. 제대로 못 들을 수도 있어요. 근데 ‘하~ 선생님 쫌 오라고요. 말귀를 못 알아들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잖아요”

“늦게 먹는다고 XX을 해요. 밥은 백 번 씹어야 소화가 잘 된다고 그러잖아요. 근데 여기 채움터 같은 경우는 어떨 때는 늦게 나갈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거 가지고 트집을 잡아요. 왜 늦게 나가냐고”

“나는 젓가락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숟가락 끝에 포크 같이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그거 하나 가지고 먹어라. 그 뜻은 일하는 사람들이 인원이 많으니까 설거지하기 그러지 않습니까? 이해는 가는데 인간적인 모멸감을 받아요. (반찬이) 집어지지도 않아요. 국을 뜨면 그 사이로 줄줄줄줄”

먹는 문제는 1차원적인 문제다. 균형 있는 식생활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내일을 상상할 수 있을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다. 자선에 기대어 공공의 책임을 방기하고, 모욕과 밥을 교환하려 하더니, 이제는 정보 인권까지 침해하는 방식의 급식 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

곧 내년 서울시 예산안이 결정된다. 서울시가 홈리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같은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현재와 같은 정책을 유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방역이 우려된다면 홈리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집을 제공해야 한다. 명부 작성 등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정보, 전화번호가 필요하다면, 휴대전화와 그 휴대전화를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을 위한 소득보장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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