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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부터 드라마까지’ 국가보안법 7조가 ‘불법’으로 보는 것들

편집자주ㅣ해방 직후 탄생한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적폐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국가보안법, 그중에서도 특히 7조를 폐지할 것을 촉구해왔다. 최근 국회의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에서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이 발의되고 시민사회도 이에 동력이 되고 있다. 인권존중과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이 숙원을 풀 수 있을지 짚어본다.

①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 ‘국가보안법 폐지’, 촛불정부서 이뤄질까
② ‘트위터부터 드라마까지’ 국가보안법 7조가 ‘불법’으로 보는 것들

국가보안법 제7조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18일 국회 법제 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17대 국회서 국보법 개정안이 논의된지 16년 만이다. '국보법 7조'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국보법 7조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측에 대한 농담이나 조롱도 처벌했던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이 가능하게 만든 근거 조항이 바로 찬양·고무죄를 규정하고 있는 국보법 7조다. 찬양·고무·선전이라는 애매한 표현 덕분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국보법 철폐를 권고하고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도 특히 국보법 7조만은 시급히 개정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7번이나 합헌 결정을 받은 국보법 7조는 올해에도 위헌심판이 제청돼 8번째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받고 있기도 하다.

국회(자료사진)
국회(자료사진)ⓒ뉴시스

'김정은 조롱'도 찬양·고무라는 국보법 7조
'막걸리 보안법'에서 '리트윗 보안법'으로

국보법 7조는 SNS 활동에도 적용되면서 '막걸리 보안법'의 면모를 보였다.

한 인디밴드의 프로듀서인 박정근 씨는 지난 2012년 1월 국보법상 찬양·고무죄로 구속됐다. 박 씨가 북측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에 실린 글 96건을 리트윗했다는 것이 혐의였다.

그러나 박 씨의 트위터 내용 전체를 보면 '우리민족끼리'의 리트윗은 고무·찬양보다는 비판과 조롱하는 의도에 더 가까웠다. 실제로 그가 올린 트윗 중에는 "김정은 청년대장 동지는 사실 스위스에서 초콜릿 제조를 1년 배웠다", "삼대잉여세습" 등 북측 정권을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럼에도 1심은 박 씨를 유죄로 보고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씨의 리트윗을 처음 보는 사람은 이를 희화화한 것이라고 곧바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박정근 씨 사건을 보도한 CNN
박정근 씨 사건을 보도한 CNNⓒCNN 홈페이지 캡쳐

1심 판결은 해외에서도 국보법의 부당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 사건이었다. 당시 유엔 인권위원회, 국제 앰네스티 등에서는 박 씨의 사건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국보법, 특히 7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2심은 "140자 이하의 단문인 트윗의 개별 내용이 반국가단체 주장과 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할 목적이라고 쉽게 추론해선 안 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후 대법원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온 2014년까지 2년여 동안 박 씨는 지루한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박 씨가 구속된 비슷한 시기 온라인의 '리트윗' 행위에 국보법 7조를 적용해 압수수색 등을 받은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2012년 4월 사회당에서 활동하던 권용석 씨가 그의 트위터 글과 리트윗 글이 국보법 7조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권 씨는 "김정일은 영양소가 풍부합니다"라는 농담을 적은 글까지 해명해야 했다.

2012년 10월 당시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던 김정도 씨도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의 글을 리트윗하고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동영상을 올렸다는 혐의로 압수수색 등 조사를 받았다.

'막걸리 보안법'이 시간이 흘러 '리트윗 보안법'이 된 셈이다.

이들 사건들은 박 씨의 무죄 이후 줄줄이 '무혐의' 등으로 종결됐다. 권 씨는 수사를 받은 지 6년여 지난 2018년 12월에서야 검찰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며, 김 씨는 압수수색으로부터 4년여가 지난 2016년 5월에 '내사종결' 처분을 받았다.

전교조 교사 공안탄압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015년 1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개최한 전교조 교사 공안탄압 1심 재판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교조 교사 공안탄압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015년 1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개최한 전교조 교사 공안탄압 1심 재판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된다" 정부 분위기 따라 달라지는 국보법 7조

정부의 분위기에 따라 국보법 7조의 적용도 달라졌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참여정부에서 금강산 관광이 진행되는 등 남북민간교류가 활발해졌던 당시에는 규제를 받지 않던 것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는 국보법 7조 위반이 되는 사례도 있었다.

박미자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전교조가 한국교총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남북교육자 교류 행사 당시 평양 시내 서점에서 아동만화로 그려진 '봉이 김선달' 등 서적 몇권을 구입했다. 해당 서적을 남측으로 가지고 올때도 당국으로부터 받은 검열 절차를 받아 정상적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뒤인 2013년 2월 박 전 부위원장 등 전교조 소속 교사 4명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과거에 평양에서 구매해 가져온 서적에 대한 국보법 7조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도 받았다.

1심에서 재판부는 이적단체 구성과 이적행위 동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만은 인정해 1년 6개월, 자격정지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도 일부 무죄로 봤지만 일부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적표현물'로 인정한 서적 중에는 아동만화 뿐 아니라 '조선의 력사' 등 국내 도서관의 '북한자료센터'에서 열람이 가능하거나 한 때 국내에서도 구입이 가능했던 서적도 포함돼 있다. '이적표현물'을 규제하는 국보법 7조의 '고무줄 기준'이 지적되는 부분이다.

정부의 성향에 따라 국보법 7조의 적용이 달라진 것이다.

이른바 '종북콘서트'라는 오명을 쓴 신은미 작가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의 토크콘서트 사례도 비슷한 경우다.

당시 토크콘서트에서는 재미동포로 비교적 북측의 왕래가 자유로운 신은미 작가가 북측을 방문한 소감을 전하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진행됐다.

참여정부 시절 금강산은 물론 평양까지 왕래가 가능했던 시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 보수 매체로 인해 '대동강 맥주가 맛있더라'는 신 작가의 소감은 '북측은 지상낙원'이라는 표현으로 둔갑해 '종북콘서트'라는 프레임이 씌워졌고, 이에 수사기관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결국 신 작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2015년 1월경 강제 출국과 5년간 입국 금지를 당해 한국을 떠나야 했다.

함께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황 대표도 경찰의 수사를 받았으나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표현하는 등의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경찰은 황 대표에게 50여개의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황 대표는 1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6월을 선고받았으나, 올해 2월 2심에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자료사진)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자료사진)ⓒ제공:뉴시스

국보법 7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막걸리 보안법'에서 '리트윗 보안법'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국보법 7조는 남북정상이 여러차례 만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적지 않은 사건이 접수되는 등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최근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찬양·고무죄 접수 건수를 보면 앞서 사례를 든 박정근 씨 등이 수사를 받은 지난 2011년 121건으로 세자리를 기록한 이후 2012년 108건, 2013년 112건이 접수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2014년 82건, 2015년 87건으로 다소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박근혜 정권 말기인 2016년과 대선이 있던 2017년에는 각각 31건 씩으로 줄어들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8년, 2019년에 각각 67건, 62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김정은은 계몽군주"라고 표현한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고발당하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북측을 긍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하는 등 국보법 7조 적용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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