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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 출신 첫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 “교회는 제주를 위해 죽었는지, 늘 물어야”
22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에 착좌하는 문창우 주교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삼도2동 가톨릭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13
22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에 착좌하는 문창우 주교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삼도2동 가톨릭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13ⓒ김철수 기자

“하느님께서 제가 교구를 맡을 수 있는 책임을 맡도록 하셨다. 제주 천주교회가 어떻게 제주 사회를 위해 죽을 수 있는가. 어떻게 제주 사회를 위해서 살 수 있는가. 제주를 위해서 모든 것을 쏟을 수 있는가. 교회가 성전, 성당 안에서 이뤄지는 것만 가지고 이야기할 게 아니다. 교회만을 생각하는 신앙인은 결코 교회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성경적 징표만 보여주신 것이 아니다. 세상엔 많은 아픔과 갈등과 상처가 있다. 정말 제주를 보듬을 수 있고, 제주를 껴안을 수 있고, 제주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은 어떻게 하면 세상을 위한 교회가 될 것인가. 그 세상은 단지 세속적 의미의 세상만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는 세상을 지향하는 데 작은 몫을 행사하라고 저에게 주신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창우 주교는 지난 13일 제주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주교구장을 맡은 소감을 이야기하며 교회와 제주 사회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회가 제주 사회를 위해 죽고, 살고, 모든 것을 쏟을 수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를 참 생명과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는 호소와 함께 이를 위해 교회가 앞장서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문 주교가 이렇게 제주를 강조하는 것은 세상과 분리될 수 없는 교회의 사명 때문이지만, 동시에 제주는 그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 주교는 제주 출신으론 처음으로 지난 2017년 주교로 임명된 뒤 부교구장을 맡아오다, 강우일 주교가 정년으로 제주교구장을 은퇴하면서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교구장 착좌 미사는 22일 오후 2시 제주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열린다.

늦깎이 신자에서 시작해
가톨릭학생회 활동하던 운동권 청년
사제의 길을 결심하다

지금은 교구장 자리에까지 오른 문 주교지만 신앙생활은 남들에 비해 늦게 시작한 늦깎이 신자였다. 1963년 제주에서 태어난 문 주교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79년, 먼저 예비신자가 된 누나 손에 이끌려 동문성당에 다니면서 천주교 신자가 됐다. 1981년 제주대학교 농화학과에 진학한 그는 자연스럽게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시작했고, 1982년 1월 신앙생활에 새로운 전기를 만나게 된다. 당시 제주교구 사목국장이던 김창훈 신부 권유로 포콜라레 피정을 접하게 된 것이다. 포콜라레 운동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고 이웃과 하나가 되는 정신을 실생활에서 실천하는 운동이다. ‘포콜라레’란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를 뜻하는 말로 포콜라레 운동의 창시자인 키아라 루빅 여사와 동료들이 실천한 따스한 벽난로 같은 위로와 평화를 상징한다.

문창우 주교가 제주 광양성당에서 성찬을 집례하고 있다.  2018.09.3
문창우 주교가 제주 광양성당에서 성찬을 집례하고 있다. 2018.09.3ⓒ천주교 제구교구

가톨릭학생회 회장으로 활동하던 1987년, 그는 민주화운동 현장에 함께 했다. 학생운동을 이끌던 그는 시위 도중 경찰에 쫓겨 제주중앙주교좌성당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일주일 동안 농성을 했다. 문 주교는 자신들을 지켜준 신부들을 보며 사제의 꿈을 마음속으로 키웠다. 1988년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 로피아노로 가 1년 반 동안 포콜라레 영성학교에서 수련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1990년 광주가톨릭대학에 입학했다. 1996년 사제 수품을 받았으며 이후 사제의 길을 걷고 있다. 서문본당‧중앙주교좌본당 보좌신부, 중문본당 주임신부, 제주교구 교육국장 등을 지냈고, 1996년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2007년 제주대학교에서 사회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4년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교수직과 영성지도를 맡았다. 제주 신성여자중학교 교장으로 사목하던 2017년에 제주교구 부교구장으로 임명되어 8월 15일 주교품을 받았다. 이후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장과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을 맡아 왔다.

“예수님의 유언인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를
실천하겠다”

2017년 주교 자리에 오르며 문 주교는 사목 표어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로 정했다. 이는 요한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언으로, 하느님 백성 모두가 세상의 아픔과 분열을 극복하고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게 해달라는 뜻이 담긴 구절이다. 이 성구는 문 주교의 사제 수품 성구이기도 하다. 또한, 대학 시절 만난 포콜라레 운동의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고, 이웃과 하나가 되는 정신과도 통하는 것으로 문 주교에겐 하느님 안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소망은 신앙생활에 있어 커다란 지침이었다.

지난 2016년 8월 15일 삼위일체대성당 열린 문 주교 주교 서품식은 하느님 안에서 모두가 한 백성으로서 하나가 되기를 소망했던 그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자리였다. 강우일 주교의 주례로 열린 서품식에선 제주 강정마을 주민, 세월호 가족, 탈학교 청소년, 제주 4·3 관련 단체 회원, 생태환경 활동가 등이 초대돼 맨 앞자리에 앉았다. 이날 문 주교는 “교회가 제주를 위해 죽었는가를 물으며 제주를 위한 교회를 살아가겠다”면서 “예수님의 유언인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2017년 8월 15일 오후 제주시 한경면 금악리 이시돌 삼위일체대성당에서 문창우 주교 서품식이 열린 가운데 서품을 받은 문 주교가 주교단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년 8월 15일 오후 제주시 한경면 금악리 이시돌 삼위일체대성당에서 문창우 주교 서품식이 열린 가운데 서품을 받은 문 주교가 주교단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뉴시스

문 주교는 인터뷰에서 성직자의 역할도 바로 이런 데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가 되게 하려면 앞장서 세상의 십자가를 져야 하고, 갈등과 고통을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 주교는 “우리 역할은 예수님을 제대로 닮은 것이다. 세상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예수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늘 상대, 이웃, 세상을 향해서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죽음 만이 아니라, 부활이다. 가톨릭에 있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단순한 교리적 지식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내는 열쇠다. 내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놓인 고통과 갈등들을 회피하지 않고, 어떻게 십자가를 질 것인가다. 하느님이 바라시는 참된 세상, ‘새 하늘 새 땅’을 위해 신앙의 역할, 사제의 역할은 그런 가치들을 솔선수범하며 살아내는 것이다. 그런 가치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십자가와 고통을
늘 먼저 사랑하는 것,
모두를 사랑하는 것,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목적은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한 백성으로서 하나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런 사랑의 가치를
제주교구의 신자들뿐 아니라
제주도민에게 전해나갈 것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문 주교는 이런 성직자의 사명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가해와 피해를 넘어 하느님의 시각으로 모든 걸 안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문 주교는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목 표어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의 의미를 “한국사회의 아픔·갈등·시련을 통합해 하느님 백성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제주에선 4·3의 아픔과 상처, 천주교와 제주 지역사회가 충돌한 신축교안(辛丑敎案, 이재수의 난)의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그와 교회에 주어진 큰 과제다.

22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에 착좌하는 문창우 주교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삼도2동 가톨릭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13
22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에 착좌하는 문창우 주교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삼도2동 가톨릭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13ⓒ김철수 기자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뿐만 아니라, 초대교회에서 예수를 목격했던 이들이 살고자 했던 가치는 한마디로 ‘서로 간에 사랑’이었다. 세상이 변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런 삶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늘 생각하게 된다. 천주교와 제주가 만났던 신축교안이 내년이면 120주년이 된다. 그 당시엔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의 방식이 달랐다. 오늘날 천주교인들이 그런 것을 반성하고, 반추하면서 갈등과 상처를 치유해 나가야 한다. 또 4·3이 제주사회에 던지는 고통과 상처가 컸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잘 안다. 교회서 4·3과 관련한 한가지 치유의 방법은 제도적 방법만이 아니라, 가해자, 피해자를 넘어서서 하느님의 사랑의 눈으로 4·3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제가 지난 3년 동안 부교구장으로 활동하면서, 또 사제로 살아가면서 늘 넘어지면서도 붙잡으려 했던 것은 늘 먼저 사랑하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놓인 십자가와 고통을 늘 먼저 사랑하는 것, 모두를 사랑하는 것,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목적은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한 백성으로서 하나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런 사랑의 가치를 제주교구의 신자들뿐 아니라 제주도민에게 전해나갈 것이다.”

특히 내년에 120주년을 맞는 신축교안과 관련해선 천주교 제주교구 차원에서 새로운 사업들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신축교안은 1901년 제주 천주교회와 제주 전통사회가 충돌했던 사건이다. 2003년에는 함께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계획이지만, 황사평은 신축교안 때 민군(民軍)이 주둔했던 곳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외교적으로 보상안 성격을 담아 천주교 교인들의 묘지가 만들어졌다. 교회를 위한 심포지엄과 제막식뿐만 아니라 훗날 제주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 그곳의 납골당 옆에 성당이 들어서면, 그 성당 이름을 ‘화해의 탑 성당’이라고 지으려 한다. 천주교인들은 충돌을 기억·추모하면서, 역사를 잊지 않고, 제주도민들의 아픔을 잊지 않으면서 늘 쇄신하겠다는 공동체와의 약속을 성당 안에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교회 시설만이 아니라, 제주민을 위해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겠다.”

“제주의 현재의 모습과
과거, 미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다양한 이에게
듣는 것이 필요하다”

제주는 과거의 아픔뿐 아니라 제주해군기지 건설, 제2공항 건설 등을 두고 여러 아픔과 갈등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문 주교는 경청과 소통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일엔 순서가 있다. 제게 엄청난 비책이 있다기보다는 제주의 현실, 교회의 현실을 알아야 한다. 시작하면서 경청을 통해서 제주가 어떠한가, 제주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제주의 현재의 모습과 과거, 미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다양한 이에게 듣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에 있는 전문가, 신앙인뿐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풀어가는 데 도움 줄 만한 여러 사람을 제주 천주교회 안에, 논의 구조 안에 초대해 제주의 현실들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현실을 이해하고 이후 제주도민과 더불어 일을 해나갈 계획이다. 제가 재임 동안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주를 위해서 헌신할 수 있을까, 그런 계획들을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다. 교회 안에서는 사람들에게 도움 주는 걸 ‘사목’이라고 한다. 사목을 위해 교회 내적으로 준비할 게 있고, 사회적 약자, 강정 문제, 제2공항 입장, 환경문제 뿐만 아니라, 제주 사회가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면서 준비해야 할 내용도 있다. 이런 부분을 차근차근 조직적으로 구체적으로 잡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맞아
김대건 신부 제주 표착 기념행사 추진

내년 탄생 200주년을 맞는 김대건 신부와 관련해서도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2020년 11월 29일부터 2021년 11월 27일까지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선포했다. ‘희년’은 고대 이스라엘의 전통이다. 당시 6일을 일하고 7일째를 안식일로 쉬듯이 7년째 되는 해를 안식년으로 지켜 땅을 쉬게 했다. 그리고 이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뒤 맞게 되는 50년째 해가 바로 ‘희년’이다. 이때는 대대적으로 부채 탕감, 노예 해방, 토지 반환이 이루어졌다. 문 주교는 “희년은 축제이자, 예수의 충만한 구원을 체험 사건을 집약시킨 제도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으며 희년적 의미 안에서, 신자들이 신앙 안에서 자유와 해방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3·1운동 100주년 기념위원회가 23일 오전 제주시 삼도2동 가톨릭회관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족을 알리고 있다. 사진 가운데는 기념위원장 문창우 주교, 오른쪽은 강우일 주교.2019.01.23
천주교 제주교구 3·1운동 100주년 기념위원회가 23일 오전 제주시 삼도2동 가톨릭회관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족을 알리고 있다. 사진 가운데는 기념위원장 문창우 주교, 오른쪽은 강우일 주교.2019.01.23ⓒ뉴시스

제주교구는 김대건 신부가 첫 미사를 드린 곳이니만큼 탄생 200주년을 맞는 의미가 남다르다. 김대건 신부는 중국 상해에서 사제품을 받고 서해바다로 귀국하는 길에 풍랑을 만나, 1845년 9월 28일 제주도 한경면 용수리 포구에 표착했다. 표착 이후 제주 드린 미사가 한국인 신부가 우리나라에서 집례한 첫 미사였다. 제주교구는 1999년 제주 선교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용수리포구를 성지로 선포했고, 김대건 신부 제주 표착 기념성당과 기념관을 건립했으며 김대건 신부가 탔던 ‘라파엘 호’를 전문가 고증을 거쳐 복원 전시하고 있다.

문 주교는 “‘성 김대건 신부 제주 표착 기념관’에서 표착을 기념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매달 하루를 정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성 김대건 신부 표착 재현행사를 하려고 한다. 기념관에서 간단한 취지와 의미를 설명한 뒤 배를 타고, 차귀도(첫 표착 추정지)로 들어가서 신자들과 재현 행사를 하고 주변 쓰레기를 치우는 등 정화 활동도 함께하는 행사를 기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소통의 화두는 개방성이다.
교회가 제주를 향해
개방된 모습을 갖춰야 한다.
비밀스러운 집단이 아니라,
신앙 안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늘 개방 할 수 있고,
그런 노력 안에서 경직성의 탈출,
장소에서의 탈출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종교활동이 어려워진 환경과 관련해서도 문 주교는 의견을 밝혔다. 종교 생활에 어려움이 있지만, 교회의 역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교회가 세상으로 향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를 통해 신자들은 신앙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전엔 의무적으로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미사에 참석했다면 코로나로 인해 나에게 신앙이 무엇인지, 그전에 당연한 듯 이뤄졌던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됐다. 예전엔 성당이라는 장소에서 모든 게 이뤄졌다면, 지금은 신앙이 꼭 성당뿐 아니라 일상화돼야 한다. 삶에서, 생활 속에서 신자 생활을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신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교회 구조 속에 머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소통의 화두는 개방성이다. 교회가 제주를 향해 개방된 모습을 갖춰야 한다. 비밀스러운 집단이 아니라, 신앙 안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개방 할 수 있고, 그런 노력 안에서 경직성의 탈출, 장소에서의 탈출이 필요하다. 제주 안에서 우리의 신앙이 성당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늘 제주의 사람들의 행복, 제주 사람들의 가치, 제주인이 찾아야 할 본래의 가치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저는 신축교안을 연구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게 됐다.”

문 주교는 지난 1997년 제주 선교 1백주년 기념사업 추진위 주최로 열린 신축교안과 관련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신축교안의 선교사적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지역사회를 향해 교회가 개방된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주교는 당시 그리스도교는 타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그 문화의 고유성뿐만 아니라 자신의 그리스도성을 찾게 한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비춰 신축교안의 문제점과 원인을 분석했다. 신축교안 당시의 선교사들은 조선 후기 사회와 문화에 적응하고자 노력하기보다는 문화 우월주의에 집착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면서, 그들은 선교 상의 특권을 행사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교인들 역시 이들에 의지하여 다양한 정치·사회·경제·법률적 특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주를 찾아오는 사람들과
제주에 오는 이들에게
공동체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약자에게 가난한 이에게
제주의 환경 뿐 아니라
제주의 가난하고 어려운 현실도
경험을 통해 함께 하는
제주인이 되었으면 한다”

문 주교는 이런 반성하는 태도가 제주 천주교회에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제주인과의 소통, 제주인을 위한 교회가 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문 주교는 “흔히 하느님의 영광을 이룬 이들을 성인이라고 한다. 교회 안에서 교회가 요구하는 신앙과 가치를 지킨 분들을 말한다. 그런데 오늘의 성인은 교회의 가치에 더해 이 세상의 가치를 위해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느님께서 천주교 신자만을 위해서 세상을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해 창조하셨다. 교회만이 아닌 제주의 가치를 위해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교회는 제주를 위해 죽었는가, 그것을 늘 물어보는 것이 제주 신앙인의 성찰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임 천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삼도2동 가톨릭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13
신임 천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삼도2동 가톨릭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1.13ⓒ김철수 기자

문 주교는 인터뷰 내내 제주와 하나가 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의 다짐은 예수께서 남긴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복음서 17장11절)라는 호소를 실천하겠다는 약속이다. 아울러 그는 어느 곳보다 큰 아픔을 경험한 제주는 평화와 사랑을 이뤄낼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제주인의 역사. 한국 역사에서 제주인이 마주한 경험은 한의 현실이었다. 제주 4·3뿐 아니라 오랜 역사 안에서 맞이했던 한들을, 아픔과 상처를 이겨낸 제주민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제주의 현실은 한의 현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사랑의 현실, 다른 사람과 공유할 기쁨의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러기 위해 제주민과 더불어 천주교회가 감사하며 보답할 수 있는 여정을 가야 한다. 각자 고유성을 인정하면서도 제주를 위해 각자가 해야 할 몫들을, 관심들을 넓혔으면 한다. “제주를 찾아오는 사람들(관광객)과 제주에 오는 이들(이주민)에게 공동체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약자에게 가난한 이에게 제주의 환경 뿐 아니라 제주의 가난하고 어려운 현실도 경험을 통해 함께하는 제주인이 되었으면 한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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