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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이야기] ‘직장 내 괴롭힘’ 상담, 언제쯤 명쾌하게 할 수 있을까요?

부산 노동권익센터가 문을 연 지 이제 3개월이 됩니다. 처음에는 전화로 한 두 건 상담이 왔었는데, 이제 센터에 찾아오는 노동자들이 늘어나 지난 9월부터 11월인 지금까지 400여 건의 상담이 진행되었습니다. 임금 관련 문의가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해고, 근로계약내용, 실업급여 등에 대한 노동청 진정 절차 또는 법적 대응 방법을 알고 싶다는 상담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직장 갑질',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이 많아 놀라웠습니다. 이 경우 법률 구제와 마음건강상담(개인심리상담 지원 서비스)가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데, 좀처럼 해결해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상담으로 센터에 방문하는 노동자들 대부분, 이미 일터 내에서 자체조사를 마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받았다 하더라도 제대로 사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입니다. 그 때문에 2차 피해를 겪고, 약물 치료와 상담을 받으며 민사 소송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119가 직장 갑질 대처법 십계명을 발표하고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19.07.16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119가 직장 갑질 대처법 십계명을 발표하고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19.07.16ⓒ김철수 기자

안타깝게도 현행 법 관련 조항에는 피해자들의 마음에 드는,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다른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는 강한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 근로감독관 자체 조사 규정이 없습니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어떤 조치를 해야하는지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해당 법조문의 1항에는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에 의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같은 조문 2항에서는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이는 해당 사업장 자체 조사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라, 피해노동자로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 질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당사자라면, 조사 진행이 제대로 되는지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위의 법조문 6항에는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만 있을 뿐, 조사하지 않는 사업주에 관한 처벌 내용이 없습니다. 사업주가 직접 조사하지 않아 피해자의 구제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가 아닌, 피해자에게 불이익 처분을 주었을 때만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구제의 올바른 모습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후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사업장 자체 조사를 우선에 두도록 한 것은 여전히 문제가 됩니다. 그러므로 감사실처럼 고용노동부 내에 직장 내 괴롭힘 조사기관을 따로 두도록 하고, 이곳에서 조사토록 하는 방법이 필요하겠습니다. 근거자료 제출은 진정 시 근로감독관에게 하되, 조사는 외부에서 독자적으로 진행되게 말입니다. 상담을 하러 오는 노동자들이 2차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 제3의 기관에 의뢰해 조사를 할 수 없냐 혹은 그렇게 조사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119가 직장 갑질 대처법 십계명을 발표하고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19.07.16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119가 직장 갑질 대처법 십계명을 발표하고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19.07.16ⓒ김철수 기자

사전에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할 수 있게 하는 조치중 하나로 '교육'이 있습니다. 법정필수교육에 성희롱 예방 교육은 포함되어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조치 사항에 관한 내용은 없습니다. 이는 취업규칙에만 필수 기재 의무 내용으로 들어 있어 강제성이 약합니다. 꾸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하도록 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는 일터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이럴 거면 왜 법을 만들었나요?”, “‘너만 조용히 있으면 다 괜찮은데 왜 일을 만드느냐?’는 말을 듣는 제가 문제가 있는 건가요?”입니다. 이런 노동자들께 저는 언제쯤 명쾌한 답을 할 수 있을까요?

성지민 부산 노동권익센터 노동안전실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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