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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사찰 보고서’ 작성 전후 “조국 사건 재판부 좌파 성향” 보도 줄줄이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청구 사유 중 하나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보고서가 작성된 시기부터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주요 사건 재판부 부장판사의 이념 성향을 문제 삼는 언론 보도가 줄줄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법무부가 밝힌 대검찰청의 법관 사찰 의혹은 “2020년 2월경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 사건 및 조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의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야기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해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활용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법무부가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활용’했다고 적시한 배경에는 대검이 해당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보수언론이나 야당 정치인들을 통한 비공식 공보 작업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구체적인 경위가 추가 감찰이나 징계위원회 심리 과정을 거쳐 특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 단계에서 확인되는 건 ‘사찰 보고서’가 작성된 시기를 전후로 나온 언론 보도들이다.

지난 1월 6일 모 경제지가 「‘조국 가족비리’ 재판장은 진보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낸 이후, 전날 법무부의 징계 청구 발표 전까지 해당 내용이 언급된 기사는 100여 건에 달한다.

2월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당 재판부에 울산시장 선거 개입 고발 사건 공소장 열람·등사 신청을 하자 재판부가 이를 거부했다는 취지의 내용과 재판장이 ‘우리법연구회’ 소속이었다는 점을 언급한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최근에는 조 전 장관과 관련한 별건 수사의 결과물 중 하나였던 조 전 장관 동생의 웅동학원 채용 비리 사건에서 일부 무죄 판결한 것을 검찰이 항소심에서 비판한 내용과 1심 재판장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내용을 엮은 보도들도 나왔다.

보도에서 언급된 김미리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관련 직권남용 사건,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보수단체 고발 사건 등을 맡았다.

사찰 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올해 초에는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및 사모펀드 관련 사건 재판장이던 송인권 부장판사의 성향과 과거 판결, 재판 절차 등을 문제 삼는 류의 보도들도 잇달았다.

보수언론들은 송 부장판사가 수원지법 형사항소부장이던 2013년 범청학련 전 의장이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취지의 ‘옥중서신’을 작성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국가보안법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그 해 ‘고무·찬양죄’를 규정한 국가보안법 7조 5항에 대해 위헌심판제청을 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이념·성향 문제를 제기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검찰 공소장을 두고 “지나치게 장황하고 산만하다”고 지적한 사례 등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던 과거 사례들도 부적하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해당 내용들이 확산되자 서울중앙지법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 “재판장이 그간 진행하였던 사건 중 소수의 사건만을 들어 이념적으로 편향되었다고 하는 것은 판사 개인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자 재판의 독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음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 재판장이던 송 부장판사는 작년 말 재판 초기부터 정 교수 딸이 받았다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관련한 사문서위조죄 공소장이 부실하게 작성됐다는 점과 검찰이 정 교수를 소환 조사하지도 않고 기소한 과정이 수사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사문서위조 관련 최초 공소를 취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들도 나왔다. 검찰은 올해 2월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기 전까지 법정에서 송 부장판사와 갈등을 빚었다.

통상 해당 사건 공판검사들이 담당 판사들의 판례 등을 바탕으로 성향을 파악해 재판 전략에 참고하긴 하나, 공소유지 실무와 무관한 대검이 주도적으로 특정 사건 담당 판사들의 성향을 조사해 보고서로 남기는 일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해당 보고서가 언론이나 야당 정치인을 통한 비공식적인 공보 활동을 목적으로 작성되고 실제로 그렇게 활용된 것이라면, 수사나 공판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곳에서 법령이 부여한 정상적인 직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한 것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공판검사를 몇 년 해봤지만 이런 종류의 문건을 만들어 재판을 한 적도, 이런 문건을 본 적도 없다”며 “언론플레이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그렇다면 형사 처벌감”이라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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