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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애의 법원삼거리] 죽음의 사슬, 이제 정말 끊읍시다

“생명안전기본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빨리 처리되도록 해달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7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위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 대표 발언의 무게감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본인이, 자신의 입이 주목받는 연설에서 이렇게 공언하다니, 정말 법이 제정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세 달이 지난 지금, 국민입법청원안과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이 법사위에 회부돼있다. 10만명이 제정 필요성에 동의하여 국회에서 심사해달라고 한 법안과 각 정당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 세 달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건설현장에서, 발전소에서, 노동자가 죽고 다쳤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0.09.07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0.09.07ⓒ정의철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무조건 기업을 세게, 처벌해야한다는 법이 아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사고가 나기만 하면 경영책임자들이 처벌받게 된다고 본다면, 이 법을 오독한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충분히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고가 발생하고, 사고가 난 후에야 안전관리의 문제점이 지적되는 구조를 법률 제정을 통해 바꿔보자는 것이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처벌’을 감수해야할 만큼 안전과 건강을 잘 살피고 이를 우선시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혹은 자신이 설치한 시설물에서 누군가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그것이 안전관리 소홀로 초래된 결과라는 점이 밝혀진다면 실제 사업장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 사고가 나면 수사기관에서 수사대상을 정하고, 이들을 기소할지 여부를 정한다. 그리고 재판과정에서는 법원에 그 판단이 맡겨진다. 대부분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되고, 다른 과실사고와 동일한 양형기준이 적용된다(양형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그렇다). 산업재해 관련 수사의 경우에, 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대표이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되어 대표이사가 입건되고 처벌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여러 곳에 공사현장을 두고 있는 대규모 회사의 경우에는 각 현장소장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되어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공사의 규모, 기간, 비용 등을 결정하는 경영책임자들은 수사대상조차 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미 수사단계에서 책임을 물을 대상자가 걸러지게 된다. 설령 입건이 되더라도, 개별 현장의 상황을 알 수 없다고 하여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표이사 제외되고 하위직만 처벌되는 현행 법체계
위험의 외주화와 책임 회피 막아
재해 예방하는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취지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서,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하위직(현장책임자)만 처벌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고, 회사 내 체계를 통해 자신의 의무를 위임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없는 등,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계속 있어왔다. 그래서 경영책임자의 ‘미필적 고의’를 좀 더 넓게 인정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지적과 비판에 그칠 뿐, 실무는 현장 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선에서 그친다. 검찰의 수사의지와 그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4일 오후 4시2분께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숨졌다.
24일 오후 4시2분께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숨졌다.ⓒ뉴시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률 자체에서, 의무를 부담하는 당사자를 기업의 경영책임자, 법인으로 정하고, 이들에게 어떤 의무가 있었고 무엇을 위반했는지, 그래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 수사기관이 살피고, 법원에서 판단하도록 맡기자는 것이다. 규모가 클수록 다단계 외주화를 통해 위험에 대한 책임까지 외주화하는 구조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이윤을 누리게 되는 주체가, 그에 맞는 책임을 지도록 해서 사고 발생 후 제재뿐만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동기부여를 하자는 것이다.

19대, 20대 국회를 거치면서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고 이에 대해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참사가 발생하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초래되고 나서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에 더 많은 관심과 힘이 실렸다. 이 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논의되고 있는 법안의 세부 조항에 대해서는 충분한 토론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비용을 아끼고 시간을 아끼려고 일하는 사람의, 이용하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뒷전으로 두고 결정할 수는 없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작게는 하나의 기업에서, 크게는 우리 사회가 생명과 안전을 중요하고 우선적인 가치로 여길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법안을 심사할 분들이, 왜 죽음의 사슬을 끊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지 한번만 생각해봐주시면 좋겠다.

오민애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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