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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세상읽기] 시험과 학교

대입 수능시험이 끝났습니다. 안 그래도 수험생과 그 가족들에게는 힘겨운 시간이었을 것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다른 해와 비교해 훨씬 더 어려운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대학’이라는 타이틀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상황이고 보니 첫 관문을 지나야 하는 수험생들의 마음 고생은 더욱 컸겠지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시험과 학교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Henry Jules Jean Geoffroy Solving the problem 28.6x24.1 pastel on papaer
Henry Jules Jean Geoffroy Solving the problem 28.6x24.1 pastel on papaerⓒ기타

파란 셔츠에 볼록한 뺨, 그리고 붉은 입술을 한 아이의 눈빛이 너무 초롱초롱해서 금새라도 칠판을 뚫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표정이 매우 심각합니다. 하얀 분필로 시험지에 있는 문제를 칠판에 옮겨 적은 손에도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문제를 풀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아주 똑똑해 보이는 아이를 보다가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칠판에 적힌 문제가 ‘2+2 =’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문제를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보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니까요.

프랑스 화가 앙리 쥘 조프로이 (Henry Jules Jean Geoffroy)는 아이들을 묘사한 작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는 당시 내로라하는 파리의 부유층이 자신들의 자녀 초상화를 의뢰하는 작가가 돼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일종의 ‘블루 오션’을 개척한 셈입니다,

조프로이는 화가로서는 특이하게 1885년에 발발한 보불 전쟁에 참여한 공로로 레종 드 뇌르 훈장을 받습니다. 보불 전쟁을 피해 지방으로 외국으로 몸을 피한 화가들도 있었는데 화가 이전에 국민의 길을 택한 그에게 주어진 보답이었을까요?

시골학교 Edward Lamson Henry A country school2 onc 1890
시골학교 Edward Lamson Henry A country school2 onc 1890ⓒYale University Art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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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거기 읽어 봐.” 굵은 매를 든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지목을 당한 아이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머지 녀석들이 문제군요. 난로 옆에 뭔가를 쏟은 아이 때문에 주변이 소란합니다. 심지어는 앞에 나와서 차례를 기다리는 녀석도 뒤를 돌아보며 히죽거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본래 모습이죠. 그래도 자기 차례를 대비해서 책을 보고 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치통 때문에 수건으로 얼굴을 묶고 있는 여자아이는 통증 때문에 책을 볼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하루쯤 학교를 쉬어도 될 것 같은데, 정성이 대단합니다. 창가에 앉아 있는 아이는 이런 소란과 아무 관계 없다는 듯 얼굴을 괴고 상념에 잠겼습니다. 무슨 고민일까요?

미국 화가 에드워드 헨리 (Edward L. Henry)는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뒤 사라져가는 미국 농촌의 풍속을 그림에 담고 관련된 물건들을 수집했습니다. 그것들은 그의 작품 내용을 장식하는 것들이 됩니다. 헨리의 작품은 내용의 정확성과 그림에 담긴 따듯함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지요.

암산, 공립 라친스키 학교에서 Nikolay Petrovich Bogdanov-Belsky Mental Calculation. In Public School of S. A. Rachinsky 1895 onc 107.4x79
암산, 공립 라친스키 학교에서 Nikolay Petrovich Bogdanov-Belsky Mental Calculation. In Public School of S. A. Rachinsky 1895 onc 107.4x79ⓒTretyakov Gallery

교실 안이 소란스럽습니다. 선생님이 칠판에 암산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를 적어 주셨는데 문제를 본 아이들의 표정이 다양합니다. ​제게 봐도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무슨 원리가 있을 것 같은데 그 원리를 찾는 것이 아이들에게 주어진 과제이겠지요.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생각이 날 듯 말 듯 해서 머리를 만지고 있는 아이도 보입니다. ​친구와 상의를 하고 있는 아이도 있고 선생님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물론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아이와 비슷한가요? 실제로 이 학교를 졸업한 보그다노프는 자주 이 학교를 찾았다고 합니다. ​

러시아 화가 니콜라이 페트로비치 보그다노프 벨스키(Nikolay Petrovich Bogdanov-Belsky)는 모스크바 대학 교수를 역임한 라친스키 (S. A. Rachinsky)가 농촌 아이들을 위해 세운 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이 때 라친스키는 보그다노프가 가지고 있는 미술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고는 모스크바에 있는 수도원의 이콘(종교·신화 등의 관념체계를 바탕으로 제작하는 미술) 화가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었고 보그다노프는 훗날 사랑받는 화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위 그림 속 선생님이 라친스키입니다.

교실 문에서 Nikolay Petrovich Bogdanov-Belsky At the school door 1897
교실 문에서 Nikolay Petrovich Bogdanov-Belsky At the school door 1897ⓒRussian Museum

열린 교실 문 안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년이 있습니다. 어깨에 건 배낭과 곳곳이 해어진 옷을 보니 이곳저곳을 떠도는 아이처럼 보입니다. 그러니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겠지요. 마음은 저기 보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공부하고 싶지만 자신이 서 있는 곳은 교실 밖이고, 그것이 지금 이 아이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소년이 짚고 있는 지팡이에 눈길이 갑니다. ​몸은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지팡이는 교실 문 안에 있습니다. 마음은 이미 책상에 앉아 있겠지요.

파리 유학에서 돌아온 보그다노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자리를 잡고 주로 풍속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대중들과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것이 많았습니다. 배워야 좀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생각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돌아보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는 세상에서 배운 지혜가 훨씬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요? 언제쯤 아이들이 수능이라는 관문에서 자유롭게 될 수 있을까요? 어른들의 고민이 더 깊어져야 할 때입니다.

선동기 미술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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