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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일본 정부가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쓰나미로 사고가 나 멈춘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기 위한 절차들을 단계적으로 밟고 있다. 자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국제기구에 자신들의 계획에 대해 공유하며, 가장 주변국인 한국 정부와 시민에게도 관련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중이다. 아직 공식적, 구체적 입장 표명은 없지만, 조만간 방출 여부와 관련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은 노심 용융 사고가 발생해 방사능이 유출됐고, 부서진 건물엔 지하수와 빗물이 유입돼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도쿄전력 측은 이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ALPS)’ 등을 통한 정화처리를 거쳐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원전 부지에 설치된 탱크가 2022년 여름에 가득 찬다고 한다. 향후 원전 폐로 과정에서 나올 폐기물을 저장하려면 더 이상은 부지가 없고,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시점이 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오는 11일로 꼭 5년이 된다. 사진은 지난 2014년 2월 10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원자로 주변에 오염수를 보관하는 원통형의 탱크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 2016.03.08.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오는 11일로 꼭 5년이 된다. 사진은 지난 2014년 2월 10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원자로 주변에 오염수를 보관하는 원통형의 탱크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 2016.03.08.ⓒ뉴시스

지난달 20일 한국 언론인들을 만난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결정을)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고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며, “단언할 수 없지만 연내일 가능성도 있다. 당연히 도쿄올림픽 이전(2021년 7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대사관 측은 ALPS로 처리된 오염수엔 방사성 물질들이 거의 제거되고 삼중수소(tritium)만 남아있으며, 삼중수소는 사람의 체내나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고 생물에 농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해양방출을 한다면, 현재 저장된 오염수를 그대로 배출하는 게 아니라, 재처리 및 정화과정을 거쳐 과학적,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배출 기준에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배출 이후에도 환경에 영향을 주는지 살피기 위해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오염수 ALPS 처리와 관련해 “계속해서 꾸준히 투명성을 가지고 정보 제공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교한 설명을 하겠다”면서,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의견 청취할 기회를 마련해 왔다. 한국 국민의 불안 불식에 도움될 것이니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일본 정부관계자는 한국 수협중앙회 측 인사들을 만나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ALPS 전후 과정을 검증하고 방사능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니터링에 관심이 있으면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오염수 방출) 결정 자체는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일본이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결국 일본 측 입장은 방사능 오염수를 배출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방식이나 안전성 등에 대한 정보를 국제사회에 제공하고 문제제기에 귀를 닫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일본 정부의 배출 결정을 검증하고 문제제기 및 중단할 방법은 강구되고 있을까.

외교부 자료사진
외교부 자료사진ⓒ뉴시스

현재 한국 정부는 관련 정보를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조치가 안전한지 어떤지에 대해 계속 묻고 확인하며, 관련 국제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와 우려를 공유하고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소송에 나서는 것에는 난색을 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 일본 정부는 어떠한 결정도 내린 바 없다”라며,“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정한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도선량인 1mSv/y(연간 1밀리시버트)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인데, 이 계획으로 뭔가를 판단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일본 정보를 얻으려 하고 있다. 일본 정부 계획이 안전한지 아닌지 판단하기엔 관련 정보가 너무 적다. 관련 정보를 얻으려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출 결정까지는 일본의 주권적 사항이고, 이후 절차에 대해 국제사회와 협의 하겠다’는 일본대사관 관계자 발언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일본이 갖고 있는 계획이 안전한지 여부에 대해 판단할 정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일본의 선의에 따라 요구하는 게 아니라, 바다의 헌법인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른 정당한 국제법 권리에 의해 요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일본이 방류 결정을 했을 시 입게 될 환경 피해와 관련해 국제 소송을 제기하는데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환경) 소송 제기는 몇 번 있었지만, 끝까지 가서 판결은 받은 것은 거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나라가 행위의 불법성, 즉 구체적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넘기 어려운 기준”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배출과 관련해 우려와 관심을 나타내는 나라가 한국 외에는 별로 없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에 이 문제와 관련한 우려를 공유했다. 그런데 우리만큼 관심 표명하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 국가들은 일본의 계획이 과학적으로 타당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배출 수준을 만족시켜 건강과 환경에 영향이 미미하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리해보면, 우리 정부는 일본 조치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문제제기 할 의사는 있어 보이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일본의 오염수 배출 결정을 막을 묘수는 없어 보인다.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지금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지 않으면, 일본은 해양 배출을 감행하게 될 것이다. 방류 이후 안전성 검증 등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접국이 사고로 나온 이례적인 대량의 방사성 물질의 해양 방류가 안전할 것인가 여부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한국 정부가 일본 측의 방출 계획이 안전한지 실현가능한지 등을 사전 검검하고 이에 따라 동의 여부를 밝히는 것도 정당한 일이다.

대학생 기후행동 서포터즈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철회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0
대학생 기후행동 서포터즈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철회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0ⓒ김철수 기자

현재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에 삼중수소 외에도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등 더 위험한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도, 일본 정부가 이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삼중수소가 체내에 축적되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위험성도 있다고 제기하고 있다. 그러니 해양방출을 할 게 아니라 탱크를 더 증설해 장기 보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현실적으로 본 배출방법 중엔 수증기 방출도 있다.

그러니 우리 정부는 빠르게 일본 정부로부터 받아낸 자료로 직접 과학적 검증에 나서야 한다. 과학적 검증결과는 일본 조치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정하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이며, 국제 사회에서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환기하는데도 필요한 자료다. 또 해양 배출 외 방법에 대해서도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각각 안전성 검증을 하지고 제안해야 한다. 더 안전한 방식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일본에도 도움이 된다.

과학적 입증 결과 일본 조치에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거나 최선이 아니라면,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적어도 우리 측 검증이 끝나기 전엔 해양 방출 결정을 미루라는 의사표명 정도는 확실히 해야 한다. 이런 사전적 대처가 없다면 일본 측 조치에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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