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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이케아코리아지회장이 조합원들에게 감동한 이유
지난 3일 이케아코리아 광명점 앞에서 열린 이케아노동자 쟁의돌입선포 기자회견.
지난 3일 이케아코리아 광명점 앞에서 열린 이케아노동자 쟁의돌입선포 기자회견.ⓒ이케아코리아지회 제공

지난달 3일 이케아코리아 노동자들은 생전 처음으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단체로 처우개선 요구를 담은 ‘등 벽보’(등에 붙이는 벽보)를 붙이고 일하는 행동이었다. 노동조합의 쟁의지침을 이행하기 전에는 정말로 할 수 있을까 걱정과 우려도 컸지만, 막상 당일 노동자들은 관리자들의 방해와 업무배제 조치에도 흐트러짐 없이 쟁의지침을 이행했다.

정윤택 마트산업노조 이케아코라이지회 지회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조합원을 믿고 가면 된다는 조언을 들은 바 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이케아코리아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단체행동권)을 행사한 날이었다. 회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시간표를 짜주면 짜주는 대로 일해야만 했던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일한 만큼 대우를 받기 위해 회사와 협상에 나선 것이다. 덕분에 7개월 동안의 긴 교섭에서도 한 치의 양보도 없던 회사가 최근 조금씩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정윤택 마트산업노조 이케아코리아지회 지회장이 투쟁 구호가 적힌 핸드폰 화면을 들고 있는 모습.
정윤택 마트산업노조 이케아코리아지회 지회장이 투쟁 구호가 적힌 핸드폰 화면을 들고 있는 모습.ⓒ마트산업노조 제공

노조 위원장이 된 음악인

지난 9일 정 지회장과 대면 인터뷰하기로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다. 대신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서면과 전화통화로 정 지회장을 만났다.

현재 동료 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을 든든한 배경 삼아 투쟁의 전면에 나선 그지만, 사실 그는 노동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이케아코리아에 입사하기 전에는 인디 음악 분야에서 밴드 구성원, 라이브 엔지니어, 프리랜서 음악감독 등의 활동을 하던 음악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케아코라이에 입사하고 삶이 달라졌다. 동료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동료와 회사에 대한 애착 그리고 개선의 가능성을 보면서 노조활동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처음이었던 시작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 지 6년 만인 올해 2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이케아코리아지회가 출범했다. 사람중심 경영과 환경보호 등을 강조하며 사회적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 온 이케아지만, 여타의 기업처럼 이익을 우선하는 만큼 이케아코리아에도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는 노동자들이 많았다.

이케아코리아 노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동료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던 정윤택 지회장은 “노조가 필요하다는 말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는 차별 없는 평등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현실에서는 차별하고 무시하는 일이 많았다. 형평성 있게 급여가 지급되느냐는 질문에 징계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다. 그러면서 언제나 ‘글로벌 기준, 국내법 준수, 동종업계 평균’이란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이었다.”

노사위원회라는 대화창구가 있긴 했지만, 직원들의 목소리는 공허한 외침에 그쳤다. 노사위원회 회의에서 문제점을 전달해도 회사는 개선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동료들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 그와 평소 회사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던 황혜민(조직실장) 씨, 신유정(사무장) 씨, 류용기(총무부장) 씨 등이 함께했다.

모두가 처음 도전해 보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

“회의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낯설고 힘들었다. 각자 가정도 있고, 탄력근무제로 인해 들쑥날쑥한 시간표로 시간 맞춰 모이기조차 쉽지 않았다. 일하면서 노조 일까지 하려니 다들 신경이 곤두서 다투기도 했다.”

그래도 함께 회사를 개선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노조 설립에 뛰어들었다. 마트산업노조의 조언을 들었고, 주변 동료들에게 설립 전부터 노조를 만들면 가입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많은 동료들이 호응했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이케아코리아 광명점의 경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해주는 분들이 많았다”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가입해 준 조합원들 덕분에 창립멤버들도 어려움을 참고 나아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케아코리아 노동자들이 구호가 적힌 핸드폰 화면과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이케아코리아 노동자들이 구호가 적힌 핸드폰 화면과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케아코리아지회 제공

한 달 사이 200명 가입
800명 규모 된 노동조합

노조의 협상력은 조합원 수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노조 규모가 클수록 회사와의 협상력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케아코리아지회의 현재 조합원 수는 약 800명가량 된다. 전체 직원이 1700명이고 아직 노조가 생기지 않은 지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다.

처음부터 조합원 수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조합원 수는 지난달 3일 처음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크게 불었다.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회사의 대응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가입을 한 것이다. 쟁의행위가 시작된 지 한 달 사이에 약 200명가량의 조합원이 가입했으며, 올해 오픈한 이케아 동부산점에서도 노조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분노했던 지점은 ‘등 벽보’를 붙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관리자들의 대응이었다.

※ 관련기사:‘처우개선 구호’ 등에 붙였더니...더럽다며 노조원 격리시킨 이케아코리아

지난 6일 이케아코리아 수도권 한 매장에서 관리자들은 “깨끗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등 벽보’를 붙이고 일하는 노동자의 매장 출입을 막았다. 또 회사는 메일로 전 직원에게 “엄격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하고, ‘등 벽보’를 부착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격리조치·명단작성·부서이동 등의 압박을 가했다. 실제로 ‘등 벽보’를 붙인 노동자들은 컴퓨터실 등의 장소로 격리됐다. 등 벽보를 붙인 노동자를 따로 분리해서 세운 뒤 소독제를 뿌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격리된 상황에서도 쟁의행위를 이어갔다. 정 지회장은 “업무가 배제되는 상황에서도, 조합원들은 쟁의지침을 실행했다. 준비한 ‘등 벽보’가 모자라 못 붙이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참여율이 높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케아코리아 단체교섭
이케아코리아 단체교섭ⓒ이케아코리아지회 제공

노동자들이 단체행동 나선 이유
마지막 보루 ‘파업’ 예고한 노조

35개국에서 300개가 넘는 대형매장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는 2014년 경기도 광명점을 시작으로 현재 고양점, 기흥점, 동부산점 등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펜더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전 세계 불황인 상황에서도, 이케아코리아는 한국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며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케아코리아는 좋은 기업이미지 광고를 통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올해 7월 MBC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회사 관계자는 이케아의 복지제도를 소개하며 회사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케아코리아 노동자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이케아코리아 노동자는 “MBC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고, 많은 직원이 상실감을 느꼈다”라며 “정말 저렇게 안 하고 있는데, 얼마나 우리를 무시하면 저렇게 거짓된 방송을 할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기만한다고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당시 회사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이상적인 근로환경으로 탄력근로제를 소개했는데, 막상 현장에선 무분별한 탄력근로제와 제한적인 연차 사용, 낮은 임금 등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딸의 결혼식조차 가지 못하고, 수년 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과 밥 한 끼 먹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고.

이런 문제 등을 개선하고자, 노동자들은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후 회사가 노조에 단체교섭 재개를 요청하고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뚜렷한 개선안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노조는 ‘등 벽보 → 피켓 시위 → 태업’ 등으로 점차 단체행동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 7일 노조는 “오는 12월 20일부터 25일 사이에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조합원들을 믿고 한발 더 내디딘 것이다. 정 지회장은 “(파업 전까지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어, 이를 대비해) 매장을 돌면서 조합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꼭 파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표명하는 조합원들이 많아서 놀랐다”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케아코리아 노동자들
이케아코리아 노동자들ⓒ이케아코리아지회 제공

애착 그리고 가능성

일하면서 노조를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에 대한 애착이 있지 않고선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쟁의기간 중 한 노조 관계자는 “모두가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지회장도 일하면서 노조를 만들고 단체행동도 하는 이유는 그만큼 회사에 대한 애착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홍보하는 만큼 실현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이상적인 지향점을 가진 회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관리자도 있지만, 개선될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라고.

“부정부패를 경계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려는 모습, 사장과 직원 사이에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려는 점 등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한국에서 모범적인 기업이 될 수 있고, 직원들도 더 만족할 수 있는 직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그는 회사에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UNI(Union Network International, 국제노동네트워크)에서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글로벌 기업 이케아가 국가별 차별적 규칙을 운영하지 말고 좋은 글로벌 기준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적용해 주길 바란다. 노동 선진국들의 노동존중 문화와 정책이 이케아코리아에서도 실현되고, 그런 점들이 알려지길 바란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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