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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간첩” 전광훈 발언이 표현의 자유? 혐오 표현 몰지각 드러낸 법원
전광훈 목사.
전광훈 목사.ⓒ민중의소리

“피고인의 ‘문재인 간첩’ 발언은 공적 인물인 피해자의 정치적 성향 내지 행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 표명이나, 그에 대한 수사학적 과장으로 보일 뿐,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는 곧 민주사회의 근간이 되고 이를 통해 사회는 더욱 건강하게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를 제한함에 있어서는 표현의 자유의 근간과 본질을 해치지 않도록 제한 법령의 적용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30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문재인은 간첩” 발언 관련 명예훼손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위는 무죄 판단 부분, 아래는 판단의 전제로 든 부분이다.

요약하면 전 목사의 ‘간첩’ 발언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간첩’의 사전적, 법적 의미는 ‘적국을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 대한민국은 아직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등으로 인해 ‘간첩’이라는 용어가 반드시 그 본래적 의미로만 사용되지 않고 수사학적·비유적 표현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반국가 내지 반사회적 세력’과 같은 의미에서부터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로 확장, 변용돼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그 발언의 문맥이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간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사실 적시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그동안 분단 상황이라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상 ‘간첩’이라는 표현은 사전적 의미보다는 특정 세력을 사회적으로 배제하려는 목적, 즉 차별과 적대를 위해 사용된 혐오 표현에 가깝다. 이 점에서 재판부가 과연 혐오 표현에 대한 지각이 부족한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특히 이러한 표현들의 경우 헌법의 기본정신인 ‘인간의 존엄’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보호에서는 제한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재판부가 전 목사의 혐오 표현을 ‘정치적 이념 검증’의 일환으로 본 점도 이분법적 이념 논쟁에 근거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 퇴행적이다.

“문재인이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전 목사의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하며 피해자의 정치적 행보나 태도에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이므로 사실은 적시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인 공인으로서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더욱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여기서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를 가로막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온 ‘이념 검증’을 ‘사상의 자유’ 보장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현실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치를 조화적 관계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재판부의 이번 판단에는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보수논객 변희재 씨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주사파’라고 표현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판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다수의견(8명)으로 “정치적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종북’, ‘주사파’ 등 용어가 사용됐지만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반대의견을 낸 5명의 대법관 견해는 달랐다. 당시 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우리 사회에서 ‘종북’, ‘주사파’라는 용어는 그러한 입장으로 규정된 사람들을 민주적 토론의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공격 수단으로 사용되어온 측면도 있다”며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편 법원은 전 목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단을 내렸다.

전 목사가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해 1월 사이 광화문 광장 기도회 등에서 여러 차례 “총선에서 우파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발언한 데 대해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려면 후보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총선 후보자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한 것은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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