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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가 연행 무릅쓰고 청와대 앞 신문고를 울린 이유
서재유 공공운수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이 3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파업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 중 대고각 신문고 북을 치고 있다. 2020.12.30
서재유 공공운수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이 3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파업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 중 대고각 신문고 북을 치고 있다. 2020.12.30ⓒ김철수 기자

“대통령께 아뢰오. 비정규직 처우개선 노동존중 사회는 어디로 갔습니까.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나서 얘기합시다.” (쿵! 쿵! 쿵!)

30일, 잠자고 있던 청와대 신문고가 울렸다.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한국철도공사 자회사 무기계약직·계약직 노동자들에게 시중노임단가를 반영하여 임금을 지급하라며 파업을 시작한 지 50일 차를 맞은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가 대통령에게 문제해결을 호소하며 북을 울렸다.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 대고각에 있는 지름 1.5m에 길이 1.8m 크기의 커다란 이 북은 장인 윤덕진 씨가 만들었다. 윤 씨는 ‘백성이 억울한 일이 있으면 북을 쳐서 알렸다’는 데 착안해 이 북을 만들어, 문민정부 수립을 기념해 이를 기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북은 전시용으로 사용된 지 오래다. 오히려 이 북을 울렸다가 경찰에 연행된 일도 있었다. 1997년 전두환 씨가 구속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사면론’이 제기되자,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와 5.18유가족협회 회원들이 사면 반대 시위를 벌였는데, 당시 회원 중 한 명이 이 북을 한 차례 울렸다가 연행됐다고 한다.

서재유 공공운수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이 3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파업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 중 대고각 신문고 북을 치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고 있다. 2020.12.30
서재유 공공운수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이 3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파업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 중 대고각 신문고 북을 치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고 있다. 2020.12.30ⓒ김철수 기자

다시 신문고 울린 이유
“부패 관료들에 의해 대통령 공약이 사라진다”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파업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고각에 올라 이같이 신문고를 울렸다.

주변에 있던 경찰에 의해 끌려 내려오다시피 한 서 지부장은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그들 말에 따라 핑퐁게임하는 부패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코레일네트웍스 관료들에 의해 대통령 약속이 모두 어겨지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노·사 합의서 약속을 지키라는 우리의 요구는 대통령이 명령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라며 “왜냐면 대통령의 공약을 담은 합의서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당사자들과 만나,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얘기를 듣고, 관계부처를 바로잡아 달라”라고 촉구했다.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와 철도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지난달 9일부터 총파업을 시작해, 이날부로 파업 50일째를 맞았다.

이들 노동자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철도공사와 코레일네트웍스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철도공사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는 2019년 11월 25일 2020년부터 공사 동일 유사업무에 대해서는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10~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자회사 무기계약직·계약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심각한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자회사 비정규직 임금은 철도공사 정규직의 44% 수준이라고 한다.

이 합의는 올해 3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 개선대책’에서 ‘예정가격 산정 합리화 방안’의 모델로도 소개된 내용이다.

이에 따라, 코레일네트웍스와 철도공사도 인상해야 할 비정규직 임금을 고려해 변경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재부 예산편성지침과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 등을 이유로 비정규직 처우개선 인건비 인상을 회피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서재유 공공운수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과 참석자들이 3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파업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2.30
서재유 공공운수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과 참석자들이 3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파업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2.30ⓒ김철수 기자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은 하청계약을 할 때 시중노임단가를 반영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자 법적 의무”라며 “코레일네트웍스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과 법적 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왜 파업이 50일을 넘어갈 때까지 방관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파업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에 진정성이 있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강조했다. 또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무직위원회·고용노동부가 준비하고 있는 자회사 처우개선 대책의 실효성 여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신문고를 울린 서 지부장은 이전처럼 현장에서 곧바로 연행되진 않았다.

이날 철도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의 기자회견은 부산역광장과 철도공사 본사가 있는 대전역 동광장 등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노동자들은 정부에 장기화되고 있는 파업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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