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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이재용 징역 9년 구형...“진지한 반성 없는 ‘준법감시위’, 양형 반영해선 안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3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30ⓒ김철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특검이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심리로 30일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이 삼성으로부터 뇌물로 받은 말 세 마리 중 한 필(라우싱)을 몰수 명령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특검이 1심과 2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한 것에 비해 낮은 형량이다.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또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는 각 징역 7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 수동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피해자가 아닌 '승계작업' 등 편의를 제공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강조하면서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를 수용해 직무 관련 이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범행으로 판시했다"면서 "피고인 주장과 같이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겁박을 거절 못 해 마지못해 들어준 수동적 뇌물이 아닌 적극적 뇌물 공여 범행"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파기환송심 내내 쟁점이 됐던 준법감시위원회 운영의 양형 반영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요구한 양형 반영 기준인 '기업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에 대해 전문심리위원의 평가는 부정적"이라며 "오히려 평가 결과가 부정적임에도 보완 노력을 하지 않아 진지한 반성이 결여됐다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양형 가중요소를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재판부를 향해 "이 부회장에 대한 권고형량 범위는 징역 5년~16년5월"이라며 "최종 선고형량을 정할 때 양형범위의 중간 형에 가깝거나 그 이상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고, 하한으로 선고하는 것은 법원조직법에 반한다"고 강력하게 실형 선고를 요청했다.

특검은 "무조건 과도한 엄벌을 해달라는 게 아니고 피고가 우리사회 공헌을 무시하라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다만 헌법과 법률에 의해 유지되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 가치인 법치주의의 가치와 헌법정신을 수호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3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30ⓒ김철수 기자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뇌물 요구에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관련된 모든 사건에서 대통령의 직권남용적 요구가 있었다는 점이 일치돼 인정됐다"며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업의 재산권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횡령 혐의는 뇌물 혐의의 부수적으로 발생한 범행"이라며 "횡령 금액이 양형의 기준이 된다는 것은 본말의 전도"라고 주장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를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다른 변호인은 "여전히 개선해야 하지만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독립된 준법감시위를 두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면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 변화가 다른 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후진술에 나선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져 경황이 없던 중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자리가 있었는데 지금 같으면 결단코 그렇게 대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힘든 시간이었지만 모든 게 제 불찰, 제 잘못,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제가 꿈꾸는 승어부(勝於父·아버지보다 낫다는 의미)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저의 정신과 자세를 바꾸고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철저한 준법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음달 18일을 파기환송심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됐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1심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50억여원을 뇌물액으로 추가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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