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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애의 법원삼거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둘러싼 오해와 왜곡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냉한 기운에, 따뜻한 무언가를 찾게 만드는 그야말로 한겨울이다. 이 혹독한 추위 속에, 더 이상의 죽음은 없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곡기를 끊고 국회 안팎을 지키는 분들이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정부 부처간 협의안, 법사위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쟁점들에 대한 의견을 보면, 법의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여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이 법이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짧게나마 쟁점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

① 이 법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살 수 없게 만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대표이사를 포함하여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이들에게 생명, 안전과 관련된 주의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여 사상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의무를 부담하는지 아닌지 불분명했던 이들에게 당신이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의무가 있다, 위반해서 피해가 발생하면 이런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밝혀 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이 제정되면, 미용실, 목욕탕, PC방과 같은 경우, 일하는 직원이나 이용자의 부주의로 작은 사고가 나기만 하면 무조건 영업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 마음 편히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 내지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주가 받게 되는 처벌의 정도가 강해지는 것은 맞지만, 이 법이 제정되기 때문에 무조건 사업주가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아니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다중이용업소에서 지켜야할 의무를 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여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면 관련 조항에 따라 처벌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받아왔다. 그리고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도 한다.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이로 인해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지고 묻게 되는 것이지, 결과발생만으로 모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오른쪽부터)가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위해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0.12.30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오른쪽부터)가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위해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0.12.3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② 의무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정하고 있는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과연 그럴까? 현재 법사위에서 심사되고 있는 법안에서는,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유해․위험방지 의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정하면서, 관련 법령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포함하거나, 이 법 또는 다른 법이 정하고 있는 의무임을 명시하거나,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조직․인력․예산․편성과 점검의무 등을 부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할 때 ‘업무’의 내용과 이에 따른 주의의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지게 되고, 형사처벌을 예정한 이 조문에서 ‘업무’라는 단어 외에 다른 설명은 없다. 다만 이 법조항을 통해 지키고자 하는 법익과 다른 법조항과의 비교를 통해 그 의미를 확인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상의 위해를 가했을 때 책임을 묻겠다는 명확한 입법취지를 전제하면서, 포함되어야 할 법령을 예시하고,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않는 안전수칙(2인1조 작업 등) 또한 포함될 수 있는 방식으로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에 대하여 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입법목적과 관계법령, 그리고 그동안 사업장 내에서 필수적인 안전장치로 확인된 요소들이 포함되도록 정하고 있는 의무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불명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③ 위험의 외주화를 제대로 막아야 한다

제정안에서는 형식을 불문(위탁, 용역, 도급, 임대 등)하고, 외주화가 이루어질 경우 원청사업주에게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에 따른 결과발생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고자 한다. 보다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한 낮은 비용으로 맡은 업무를 처리해야 지속적인 원하청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조 속에서, 독립적인 하청사업주에게 업무를 맡겼기 때문에 관여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는 원청사업주의 항변은 형식과 표면만 강조한 것일 뿐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도급인에게도 안전․보건조치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여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수급인과 동일하게 처벌받도록 한 것에서 나아가, 다양하게 변형되는 위험의 외주화에 따라 책임까지 외주화하는 구조를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동등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외주화’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현실에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④ 사업장 규모에 따른 적용유예, 법의 실효성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안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4년간 적용유예를 예정하고 있고, 정부부처 협의안에 의하면 여기서 나아가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2년간 적용유예가 필요하다고 한다.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간 중대재해 발생현황만 살펴보더라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중대재해 중 84.9%가 발생했고, 사망자수도 79.1%에 이르렀다. 추락사고, 붕괴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설업의 경우 50인 미만 사업체가 93.3%에 이른다. 2018년 기준 전국 사업체 수 대비 50인 미만 사업장은 98.8%에 이른다. 여기서 나아가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2년, 4년을 유예할 경우 실제 이 법을 지켜야 할 유인을 제대로 제공할 수 있을지, 이 법의 제정을 통해 더 이상의 죽음을 막자는 법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면, 사업장 규모에 따른 일률적인 적용유예가 아니라 정부부처의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어떤 정책이 미비한지를 검토하고 갖추어 나가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회원들이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화꽃과 함께 노동자들의 유품이 놓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해고없는 세상을 촉구하고 있다. 2020.12.31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회원들이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화꽃과 함께 노동자들의 유품이 놓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해고없는 세상을 촉구하고 있다. 2020.12.31ⓒ김철수 기자

⑤ 인과관계의 추정 – 왜 도입을 요구하는 것일까?

관련 법 위반 사실이 몇 차례 확인되었음에도 시정되지 않아 사상 사고가 발생했거나, 사고 현장을 은폐․훼손하는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는 경영책임자 등의 주의의무 위반과 그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정할 것을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무죄추정의 원칙, 형사책임주의에 반한다는 반론과 지적이 있다.

왜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도입해야한다고 했을까? 모든 사례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산업재해, 시민재해가 발생하면 현장의 안전성에 관한 문제점이 지적되었음에도 시정하지 않다가 참사가 발생하거나, 사고 현장을 은폐하고자 한 흔적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범죄의 경우 초범에 대한 재범 비율이 97%에 이른다. 사상의 피해가 발생하기까지, 어떤 의사결정이 있었는지에 관한 모든 정보가 사업주에게 편중된 상황에서, 그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한 산업재해, 시민재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요소를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하겠다는 취지이다. 적어도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제정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다른 법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규정이니 없애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기 때문에 인과관계 추정과 같은 조항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해가 바뀌고, 1월 5일이 되어야 법사위 소위가 다시 열린다고 한다. 10만명의 국민이 입법청원을 하고 여러 의원들의 법안이 발의되었음에도, 2020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이 되어서야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와 논의가 시작되었다. 임시국회 내에는 꼭 통과시키겠다는 약속만큼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이다. 법조항 하나, 문구 하나는 그동안 산재와 시민재해로 희생된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더 이상 그 아픔을 반복할 수 없다는 수많은 이들의 절규와 외침의 결과이다. 부디 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법이 제정되기를 바란다.

오민애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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