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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뒷걸음질…사망 시 처벌 징역 2년→1년, 벌금형 하한선 삭제
5일 오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회의 시작 전 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과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1.01.05
5일 오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회의 시작 전 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과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1.01.05ⓒ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5일 국회 심사 과정에서 후퇴했다. 원안보다 징역형 수위가 낮아졌고, 벌금형의 하한은 삭제됐다. 대신 상한을 높이고 벌금형과 징역형을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했으나 전반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아졌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 심사를 이어갔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대재해법 중 사업자 및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조항과 시민재해 관련 조항, 공무원 처벌 조항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법안심사1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에 따르면, 여야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 이하'로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원안으로 볼 수 있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안은 '징역 2년 이상 또는 벌금 5억 이상'이었고, 정부안이 '징역 2년 이상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 이하 벌금'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징역형의 기준은 1년으로 낮춰졌고, 벌금의 하한도 사라졌다.

법인에 대한 처벌 조항에서도 하한선을 없앴다. 원안에서는 법인에 '1억 이상 20억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한 반면, 이날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사망 시 50억 이하의 벌금, 부상이나 질병의 경우 10억 이하'다.

이와 관련 백혜련 의원은 "합의된 사항을 보면, 하한은 없애고 상한을 높이는 형태로 합의했다"며 "실질적인 케이스(경우)에 따라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재량의 여지를 주는 쪽으로 합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백 의원은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범위가 굉장히 넓다. 중소기업도 있고 대기업도 있다. 그리고 아주 다양한 형태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런 점들을 다 고려해 징역형의 하한은 2년에서 1년으로 낮췄지만, 또 임의적 병과가 가능하도록 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같이 병과할 수 있는 형태로 했다"고 부연했다.

소위 논의를 참관한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영세 소상공인도 법안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이유에서 처벌 수준이 다소 완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상황을 전했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위 논의 전 일정 규모 이하의 소상공인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추가로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후퇴 논란'이 일었는데, 이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대신 처벌 수위를 낮췄다는 의미다. 다만, 백혜련 의원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정의당은 하한선이 사라진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처벌 규정의 하한을 삭제했다는 것은 법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남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공무원 처벌도 빠지나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5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21.01.05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5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21.01.05ⓒ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법안의 내용 중 '공무원 처벌' 특례 조항은 여야 논의 결과 아예 삭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의원은 소위 회의 정회 후 기자들과 만나 "원래 박주민 의원이 낸 안도 인과관계상 문제가 있고, 지금 부처에서 가져온 안도 실제로는 문제가 있다"며 "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지금 이 형태로는 갈 수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백 의원은 "계속 논의 중이지만 처벌 조항을 실제로 법 조문화할 수 있다고 하면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뺄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논의들이 오갔다"며 "부처 의견은 (공무원이) 직무유기를 범해서 중대재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돼 있는데 그 인과관계 입증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 20년 전에 잘못된 인허가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냐는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처벌 조항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행정 책임자인 공무원의 관리·감독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원안에서는 법에서 규정한 일부 권한과 관련된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를 야기할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3억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부처 입장을 취합해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입법 취지를 존중해 형법 상 직무유기의 죄를 범해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우 처벌하도록 수정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 논의 결과 정부안마저도 법 체계상 맞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이다.

'온전한 중대재해법' 제정에 사활을 거는 정의당 의원들은 이날 법사위 소위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회의실 앞을 지켰다. 단식 농성을 이어오다 건강 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돼 단식을 멈췄던 강은미 원내대표도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법사위 회의실로 향했다.

강 원내대표는 "임시회가 사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소위 논의도 다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지금 단식 25일을 넘기고 있는 유가족들은 이러다가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안 되는 게 아니냐며 몹시 걱정하고 있다"며 "병원에만 있을 수 없어서 퇴원을 해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법사위 1소위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중대재해법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날 남은 쟁점을 다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혜련 의원은 "저녁 늦게까지 (논의)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오늘 마지막으로 스크린하고 내일 최종 정리를 해야 하는 형태로 아마 진행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8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여야 이견이 없다면 오는 6일 중대재해법 소위 심사를 마무리하고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친 뒤, 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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