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이란 당국에 의해 억류 중인 한국 국적 선박의 선원들이 안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 측은 해당 선박의 억류가 '환경 오염 등 기술적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4일 오후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중이던 우리 국적 선박 1척(한국 케미호)이 이란 당국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했음을 확인했다. 현재 해당 선박은 이란 반다르아바스 항에 입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당 선박에는 총 20명이 탑승하고 있으며, 이중 선장과 항해사 등 5명이 한국 국민이다. 우리 국민 외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국적의 선원들도 함께 타고 있다.
최 대변인은 선원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 "이란 주재 한국대사가 접촉한 이란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선원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면서, "방금 있었던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과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와의 면담에서도, 이란 대사는 '선원들이 안전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외교부와 이란 현지 공관은 우리 선박 억류 소식이 확인된 4일 오후부터 재외국민보호 대책본부와 현장 지휘반을 가동하고 있다. 외교부는 연이어 대책회의 및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가지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또 외교 채널을 가동해 이란 정부 측과 계속 접촉하며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외교부는 오후 1시20분 샤베스타리 이란 대사를 초치해 사건에 관해 강한 유감을 전달하고,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구했다.
최 대변인은 외교부가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우리 선박 및 선원들의 조기 억류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선박이 억류된 지역에는 주 이란 대사관의 담당 영사가 파견된 상태다. 또 조만간 고경석 국장을 실무반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이란에 급파해, 이란 정부와의 양자 교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 대변인은 선박 억류 사유에 대해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는 이란 측 언급이 있었던 걸로 안다"면서, "이란 외교부 고위 당국자, 주한 이란 대사 등도 '이번 건은 단순히 기술적인 사안이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 "억류 과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관계나 법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유관기관과 협조 하에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필요에 따라서 관련 법적 문제도 계속해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란 정부 측이) 환경 오염에 저촉되는 고소가 들어와서 법 활동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하며, "관련해 양국 외교부가 해결하자는데 공감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의 '이란 정부가 한국에 동결된 70억달러의 원유 결제 대금과 관련해 협상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이란 측에서 '절대 아니다'라고 1차적으로 대답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여러가지 동향 및 배경이 있어, 모니터링 하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억류 건을 해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외신을 통해 전해진 이란 정부 입장도 외교부 측 설명과 일치한다.
AP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케미호 억류와 관련해 "지방 당국의 초기 보고에 따르면, 이 사안은 완전히 기술적인 것"이라며 "해당 선박은 해양 오염에 대해 조사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해안으로 이동된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이란 정부 대변인 알리 라비에이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선박 억류는 이란의 인질극'이란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만약 인질극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 자금 70억 달러를 근거없이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 발생 전, 외교부는 이란 측과 최종건 1차관의 이란 방문에 대해 조율해 왔다. 외교부는 선박 억류 사건이 발생했지만, 그럼에도 최 1차관의 이란 방문은 변함없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최1차관은 오는 1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한다. 선박 억류 건은 물론, 양자 간 현안에 대한 폭넓은 협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5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고 대 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후 한국과 이란 간 교역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 은행들은 미국 제재로 인해,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해야 했다. 이란 중앙은행 명의 한국 내 계좌가 동결돼, 이란 측은 70억달러 규모(약 7조6천억원)의 원유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한국에 동결된 자금 중 일부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를 위해 사용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협의 중이다. 정부는 백신 구매가 인도적 차원의 거래이기 때문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척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 국제 프로젝트)를 통해 백신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대금 납입에 있어 한국의 원화 자금을 이용해 납부하려고 한다"라며, "이를 놓고 미국 재무부와 우리가 다방면으로 협의해 왔다. 그래서 미국 재무부로부터 특별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 승인에 따라 우리가 코백스 퍼실리티로 대금을 지불하려고 했는데, 이란 측이 송금 과정에서 달러로 바꾸기 위해 미국 은행에 돈이 들어가면 미국 정부가 이 돈을 어떻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란과는 좋은 분위기에서 교역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1차관이 이란을 방문하려고 했다"라며, "이란 대사 측에 최 1차관이 방문해서 인도적 교역 확대 및 관계 확대 등을 논의할 수 있게 그 전에 우리 선박을 풀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고, 이란 외교부와는 같이 노력해나가자고 이야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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