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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위원장 “한 해 2400명 죽는데, 절반만 죽이자는 게 사람이 할 짓인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8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20210.1.05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8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20210.1.05ⓒ김철수 기자

“한해 2400명씩 (산업재해로) 죽는데 당장 1800명만 죽이자, 절반인 1200명만 죽이자 하는 것이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할 짓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재계 요구가 반영되면서 법 제정 취지가 흐려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같이 분노했다. 그는 “단 한 명의 산재사망자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법의 취지이고 목적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국회 심사는) 죽는 사람의 숫자를 좀 줄여보자는 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심사 과정을 비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8일째인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1.05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8일째인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1.05ⓒ김철수 기자

새해 첫날, 임기 시작을 단식농성으로
“민주노총 존재 이유인 노동자 처우 개선도
살아야 의미가 있지, 죽으면 소용없어”

5일 국회 앞 농성장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달 29일부터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이곳에서 철야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외부 농성장은 영하의 기온에 바람까지 불어 인터뷰가 어려웠다. 바람을 피해 농성 천막 안으로 들어갔으나, 농성장 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볼펜은 얼어서 쓸 수 없었고, 추위 때문인지 노트북도 10여분 만에 방전됐다. 8일째 물과 효소만 먹어가며 단식농성 중인 그는 연이은 언론 인터뷰와 각종 일정을 이곳에서 소화하고 있었다. 잠도 이곳 국회 앞 농성장에서 청하고 있다고 했다.

단식농성에 대해 양 위원장은 “2년마다 했던 것 같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다만, 추위만큼은 만만치 않다는 듯 “내일부터 다시 추워진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잘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23일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된 그의 위원장 임기는 새해 1월 1일부터 시작됐다. 2020년 마지막 날을 이곳 농성장에서 보냈고, 임기 시작 및 새해 아침을 이곳에서 맞았다. 아침에 일어나 인근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집단해고 LG 청소노동자들의 기자회견에 참석했고, 다시 돌아와서 농성을 이어갔다.

임기 시작을 단식농성으로 시작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존재하는 이유는 노동자들의 고용·처우·복지 문제 이런 건데, 이게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죽은 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또 “(산업재해 노동자) 유족들이 오랜 기간 단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인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큼은 제대로 결론을 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오는 8일 본회의까지 끝까지 보려고 한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1.05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1.05ⓒ김철수 기자

“‘단 한 명도 죽지 않게 하겠다’여야”

노동계는 현재 국회 심사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누더기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양대노총은 이날 오후 1시 30분 농성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관계부처)는 느닷없이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의 시행을 유예하자고 하고, 적용대상과 유예기간을 대폭 늘린 안을 제출하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가장 근본적인 입법 취지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후 인터뷰에서, 양 위원장은 “목숨을 지키는 문제에서 어느 정도라고 하는 게 있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민주노총에서 준비하고 10만 명의 국민이 동의해준 입법 청원 내용을 기준으로 논의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지금 누구안, 누구안, 심지어 정부안까지 제출되면서 퇴행하고 난도질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이 낸 법안, 정부가 낸 법안을 보면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라면서도, “(문제는) 죽는 사람의 숫자 좀 줄여보자는 접근방식”이라며 “합당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목적은 단 한명도 죽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어야 하고, 그런 취지에 따라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오는 8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국민 성원이 높은 민생법안 중 여야가 합의를 이룬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심사는 매우 더딘 속도로, 처벌 수위 및 대상을 낮추고 협소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5일 국회 심사 과정에서도 징역형 수위가 낮아지고 벌금형의 하한이 삭제되는 등 전반적인 처벌 수위가 낮아져 당초 원안에서 다소 후퇴됐다.


※ ‘양대노총 통틀어 최초의 비정규직 위원장’ 인터뷰 기사가 이어집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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