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택배법’ 제정 앞두고…“합의한 적 없다” 말 바꾼 재벌 택배사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사회적합의기구합의파기 택배사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사회적합의기구합의파기 택배사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스1

잇따른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협의한 내용을 재벌택배사들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분류작업에 대한 내용을 법에 명시하는 대신 표준계약서에 포함하기로 사전 합의했지만, 택배사 측에서 뒤늦게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반면 택배회사 측은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과로사대책위)는 6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회의에서 분류작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이에 분류작업은 택배사의 업무로 합의됐다. 그런데 택배사를 대표해 참석한 통합물류협의회는 작년 12월 29일 2차 회의 자리에서 1차 회의에서 합의한 분류작업 합의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고 밝혔다.

과로사대책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열린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회의에서 ‘분류작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며, 그 결과 분류작업을 명확화하는 데 합의했다.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회의 결과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회의 결과ⓒ과로사대책위 제공

이날 합의된 ‘분류작업 명확화’의 세부 내용은 ▲분류업무는 그 용어나, 허브·서브터미널 구분 없이 사업자의 업무로 보고, 서브터미널 분류업무는 세부업무를 명확히 나누어 규정(다수 택배에서 본인의 택배를 선별하는 것도 분류업무에 해당) ▲택배기사 기본업무는 집화·배송으로 하고, 현장 여건에 따라 택배기사가 분류업무 수행시 분류 대가를 지급하고 이를 표준계약서에 명시 ▲분류작업에 대한 구인난 해결을 위한 외국인 노동자 투입 허용 여부는 분류작업 근로 작업이나 보수의 개선을 통해 최대한 구인해보고, 보충적인 수준에서 외국인 노동자 투입 허용 고려 ▲정부는 택배터미널 용지확보, 분류작업 자동화 설비 구축 지원 등이다.

과로사대책위는 “(택배사들은)분류작업이라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택배 인수 작업의 연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분류작업이 사업자의 업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부정했다”면서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국민 앞에서 약속해 놓고도 실제로는 여전히 택배노동자에게 분류작업을 전가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진경호 과로사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애초 생활물류서비스법(생활물류법)에 포함시키려던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는 사회적 합의기구 내에서 협의가 이뤄져 표준계약서에 포함하기로 돼 있었다”면서 “하지만 생활물류법이 국토부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기다렸다는 듯 지난달 29일 열린 2차 회의에 참석한 택배사들이 ‘기존 합의사항을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4일 국토부 법안소위를 통과한 생활물류법은 오는 8일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있다. 생활물류법엔 사실상 분류작업에 대해 명확한 개념이 담기지 않은 만큼 사회적 합의기구 내에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결국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은 또다시 택배기사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진 집행위원장은 “이대로 생활물류법이 통과되고 표준계약서에도 분류작업 내용이 담기지 못한다면 결국 생활물류법은 재벌에 특혜만 주는 법안이 될 것”이라며 “실제 생활물류법엔 택배기사들을 위한 내용이 별로 없다. 오히려 90% 정도가 정부가 재벌 택배사들에 유휴부지를 이용해 터미널 부지를 제공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3차 사회적 합의기구 실무회의에서 분류작업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또다시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쓰러지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대책위와 택배연대노조는 지금의 상황이 절체절명의 상황이라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보도자료를 통해 “합의 기구에 참여한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합의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집행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사회적합의기구합의파기 택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집행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사회적합의기구합의파기 택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CJ대한통운 분류인력 2천여명 투입? 다 사기”...
‘심야배송 금지’ 약속 한진택배 노동자 새벽 6시에 배송 완료 메시지

과로사대책위는 택배사들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지원대책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점도 비판했다.

과로사대책위는 “CJ대한통운이 2,259명의 분류인력을 투입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중 700명은 과로사 대책 이전부터 2회전 배송을 위해 투입해 오던 인력들”이라며 “심지어 이들의 비용을 택배기사들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 CJ는 마치 자신들이 돈을 들여 새롭게 인력 채용해서 분류인력을 투입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사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롯데택배와 한진택배는 1천명의 분류작업 인력투입을 약속했으나, 사실상 현재 투입하지 않은 상태와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심야 배송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한 한진택배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한진택배 노동자가 새벽까지 배송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설명한 과로사대책위는 쓰러진 김씨의 휴대폰 문자 내역을 증거로 공개했다. 김씨의 휴대폰에서는 새벽 4시 51분, 5시 18분, 6시 등에 고객 번호로 ‘택배 배송 완료하고 간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긴 내역이 남아 있었다.

진 집행위원장은 “김씨의 가족들은 산재 신청을 위해 김씨의 평소 근무한 기록을 한진택배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아마 김씨에겐 밤 10시 이전에 배송을 완료한 것으로 찍게 하고 실제 배달은 새벽까지 이뤄진 것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택배사가 발표했던 지원대책들이 다 기만적이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같은 주장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대책위가 주장하는 2회전 배송을 위한 인력 투입은 전체 인원의 55.3%였다. 11월 이후 이들에게 지급된 비용은 회사와 집배점 협의에 따라 추후 정산이 이뤄졌다”며 “대책위가 이들을 ‘2회전 배송을 위한 인력’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도 현장 상황을 왜곡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윤정헌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