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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일하지 않는 그대가 새로운 미래를 연다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
책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
책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작은숲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대학 시절 우리는 당당히 외쳤다. 신약성서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에 나오는 이 구절은 노동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일하지 않는 자본가들이 아니라, 일하는 노동자들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하며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일하지 못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아질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일하는 사람만이 먹어야 한다면 일하고 싶어도 일 할 수 없는, 직장을 가지지 못한 이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일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쓸모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게 과연 당연하다는 말인가?

고성장 시절이던 과거엔, 가난했지만 일자리는 풍부했다. 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현재, 부유해졌지만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세상에는 ‘일하지 않는 자’, ‘백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일하지 못하는 ‘백수’는 사회적인 낙오자가 아니며 누구나 만날 수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하는 이가 있다. 또 그는 백수들이 현실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만들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채희태 작가가 쓴 ‘백수가 과로사하는 이유’에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 책은 전통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화시대의 실업은 배고픔이며 무능이었고 모자람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4차 산업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에도 여전히 백수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지 않고, 언제 경제 활동을 하게 될지 불확실하여 막막한 상태에 처한 사람”이며, 사회의 낙오자인지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서 채희태 작가는 “백수라는 삶의 형식이 주변의 비난이나 눈총을 받아서는 안 된다. 당사자의 잘못이나 책임이 아니라 변화된 사회 구조의 자연스런 결과물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채 작가는 “중세의 질서에서 벗어나 있던 부르주아지가 중세의 몰락을 이끌었듯, 소위 직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백수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주역”이라고 주장한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실업자로 낙인찍은 ‘백수’를 미래사회의 주역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의 시스템을 흔들어 놓고 있다. 언택트, 비대면, 재택근무, 배달음식이 일상화되었고, 4차 산업시대의 대표 직종인 유튜버가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1위에 등극하는 등,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백수’로 보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위기인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은행 투자가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의료진, 배달 노동자, 요양보호사 등이 없으면 못 살겠구나 하는 것이죠”. 저자는 장하준 교수를 비롯한 세계 석학들의 코로나19 진단에 자신의 경험을 더해, 백수 현상을 사회학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 ‘백수’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해제를 쓴 전상진 교수(서강대 사회학과)는 이 책을 사회진단서로, 채희태 작가를 “백수를 입구로 삼아 우리가 살아내야만 하는 괴물과도 같은 현대 사회의 비밀”을 소개하는 사회진단가로 소개한다. 채 작가가 ‘백수’라는 사회 현상을 통해 흔히 불안과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현대 사회를 진단하고 “현대사회에 숨겨진 보물을 안내하는 보물 지도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라는 역설적인 제목의 이 책은 갑자기 닥친 코로나로 인해 혼란스럽고 힘들게 살아온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당당함을 선물할 것이다. 당신이 아직 ‘백수’라는 낙인을 두려워한다면 “백수가 인류를 변화시킨 주역이었고 또한 미래세대의 주역이라는 백수 예찬을 고급진 막말을 동원하며 풍자적으로 풀어낸” 이 책이 당신의 어깨를 당당하게 펴줄 것이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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