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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도질 됐다’는 중대재해법 최종안…적용 대상 줄고, 처벌 수위 낮아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었다. 이날 법사위 소위는 막판 쟁점이었던 유예 기간 조항까지 합의하면서 사실상 중대재해법의 '최종안'을 마련했다. 최종안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8일) 열리는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중대재해법의 제정 자체는 큰 의미가 있지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원안보다도 후퇴한 안이 나오면서 "중대재해법이 난도질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법 심사는 이른바 '정부안'이 나온 뒤로 본격화됐는데 이후 열린 소위 회의에서는 조항 하나하나 심사할 때마다 뒷걸음질만 계속됐다.

적용대상 축소되면서 실효성 논란
노동계·시민사회 우려한 유예 조항은 최종안에 포함

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왼쪽)이 7일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후퇴한 내용으로 합의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정의당 의원들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2021.01.07
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왼쪽)이 7일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후퇴한 내용으로 합의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정의당 의원들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2021.01.07ⓒ정의철 기자

원안에서 가장 후퇴한 지점은 법 적용 대상이 대폭 축소된 부분이다. 법사위 소위는 중대산업재해의 경우에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고, 중대시민재해의 경우에도 ▲소상공인 ▲바닥 합계 면적 1천㎡ 미만의 다중이용업소 ▲학교 등은 빼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에는 없던 내용이다. 후퇴의 배경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사실상 업계의 민원을 중기부가 앞장서 관철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 적용 대상에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게 될 경우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산재 사망자 2,020명 중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사망자는 494명에 달한다. 사망뿐 아니라 전체 재해를 놓고 보더라도 최근 3년간 전체 재해자 30여만명 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재해 비중은 32.1%(96,687명)로 집계됐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법안소위1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만 중대산업재해로 처벌할 수 없을 뿐이지 원래 중대재해법이 지향했던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에 대한 내용)은 담고 있다"며 "노동계에서 일정 부분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중대재해법이 원래 하고자 했던 건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원청이 책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했던 '유예 시기'가 결국 최종 합의안에 담긴 것도 개혁 후퇴 지점이다.

법안 심사의 토대가 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에서는 '개인 사업자 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법 공포 후 4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아예 삭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노동계에서 빗발쳤다. 그럼에도 이보다 더 후퇴한 정부안이 나오면서 삭제가 더 어렵게 됐다. 결국 막판 논의 끝에 50인 미만 사업장에 '3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주는 선에서 합의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원안으로 볼 수 있는 '박주민안'과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합의된 최종 합의안의 비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원안으로 볼 수 있는 '박주민안'과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합의된 최종 합의안의 비교.ⓒ민중의소리

법안의 핵심이기도 한 '경영책임자' 처벌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박주민안에서는 경영책임자 정의를 대표이사 및 이사로 규정해 중대재해 처벌 대상에 대표이사가 포함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 의견을 거친 뒤 나온 합의안에서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변경됐다.

이 경우 대표이사는 처벌 망을 피해가고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이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대재해법의 목적은 경영책임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경영책임자 정의의 변경 역시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후퇴 조항으로 꼽힌다.

또한 발주, 임대와 관련된 내용, 인과관계 추정 등의 조항은 아예 합의안에서 들어내 졌고, 공무원 처벌 조항 역시 공무원의 권한과 중대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처벌 수위도 전반적으로 완화됐다. 당초 '박주민안'에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징역 2년 '이상' 또는 벌금 5억 '이상'으로 규정해, 형의 하한선을 명시했었다.

하지만 최종 합의안에서는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 이하'로 후퇴했다. 벌금의 상한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징역형의 하한이 낮아졌고 벌금의 하한은 아예 빠지게 됐다.

여야가 내놓은 '누더기 중대재해법'
김용균 어머니 "중대재해법 심사로 알았다, 국회가 기업이 공무원이 썩었다"

고 이한빛 PD의 부친 이용관씨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단식농성장에서 국회 법사위 잠정합의안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2021.01.07
고 이한빛 PD의 부친 이용관씨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단식농성장에서 국회 법사위 잠정합의안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2021.01.07ⓒ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민주당 내에서도 중대재해법 후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대재해법을 직접 발의하고 법안 심사에도 참여했던 박주민 의원은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박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내용적인 측면에서 당초하고 조금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처벌 수위 자체가 낮아졌고,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중대산업재해 적용대상에서 아예 빠졌고, 중대시민재해 관련된 부분에서는 소상공인이 빠지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소위에서 법안 후퇴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상황도 전했다.

박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데 대해서도 "저는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주장을 했지만 잘 안 됐다"며 "(소위 논의가) 해당되는 부분에 종사하는 분들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 이수진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중대재해법의 누더기 입법과 입법 취지의 후퇴가 우려된다"며 "중대재해법의 후퇴는 노동자 생명권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온전한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한 농성을 이어온 정의당은 중대재해법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제외하겠다고 한다. 발주처 조항이 삭제돼 발주처 공기단축으로 38명의 목숨을 잃은 이천 화재참사와 같은 일이 발생해도 정작 발주처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며 "참담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중대재해법 제정을 논의하면서 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는 너나 할 것 없이 평범한 노동자들의 생명보다 힘 있는 원청과 기업의 책임을 약화시키고 부담을 덜어주는 데에 매진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단식 농성을 중단하고 복귀한 강은미 원내대표도 중대재해법 최종 합의안에 대해 "한마디로 '중대재해 살인 방조법안'이고 '중대재해차별법'"이라며 "양당 원내대표는 이 법을 이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당장 지적되고 있는 문제를 수용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로 단식농성 28일 차에 접어든 김용균 어머니와 이한빛 아버지도 후퇴를 거듭하는 중대재해법에 실망감을 표했다.

고 김용균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참으로 참담하다"며 "이번 중대재해법 심사를 통해 국회가, 기업이, 그리고 공무원이 너무 썩었다는 걸 알았다"고 일갈했다.

고 이한빛 아버지인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도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백혜련 위원장에게 (법안이 후퇴된) 그 이유라도 듣고 싶어 연락했는데 응답이 없더라. 무엇이 두려워 만나는 것도 피하나. 이렇게 외치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게 너무나 억울하다"고 절규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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