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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코로나 2차 대유행 속에서 사투 벌이는 의료진
이탈리아 로마 산 필리포 네리 병원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2020.12.22)
이탈리아 로마 산 필리포 네리 병원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2020.12.22)ⓒAP/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세계 곳곳의 의료진들은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잠시 숨돌릴 틈도 없이 지난 가을 유럽에는 2차 대유행이 들이닥쳤다. 각국의 의료진들은 또다시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백신이 나오고 있지만 낙관을 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유럽의 팬데믹 현황을 전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소개한다. 르포 사진은 원문에서 볼 수 있다.

원문:FOR EUROPE, IT’S WAVE AFTER WAVE

코로나19가 처음 강타했을 때 유럽 병원체계는 완전히 붕괴될 뻔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기진맥진했고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목숨까지도 잃었다. 봉쇄 조치 덕분에 여름에는 중환자실에 여유가 조금 생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가을부터 시작된 2차 대유행을 맞은 지금 유럽 상황은 1차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사람들은 경악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병원은 복도까지 꽉 찼고 호흡기는 부족하다. 사망률이 치솟자 유럽 정부들은 경제 파탄을 피하면서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 1차 대유행 때보다는 조금 완화된 조치들을 취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실패했다. 12월이 다 갔는데도 여러 팬데믹 과정을 보여주는 그래프들은 호전되기는커녕 무서운 롤러코스터 같다. 2020년은 그런 해였다.

이 와중에 한결같은 것이 하나 있었다. 병원 일선의 의료진이 겪는 고충이다. 이들은 큰 위험에 자신이 노출되는 걸 감수하면서 환자들을 돌봤고, 수많은 이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냈다.

유럽 지도자들은 아무 도움이 못 됐다. 성공적인 대응책을 아직도 못 찾고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이 사실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확진 판정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국가 대부분 지역에 봉쇄령을 내렸고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연말 연휴에 대응 조치를 한층 강화했다. 확산 속도가 상당한 변이 코로나가 발견된 영국에서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런던과 남동 잉글랜드의 대부분 지역을 봉쇄하고 외부에서의 크리스마스 모임을 모두 금지시켰다. 스웨덴 국왕은 정부의 무개입 정책이 “실패”했다고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연말연시가 됐고 백신이 막 도착하기 시작해 피로감이라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에 희망적인 설렘과 무모한 행동이 뒤섞이고 있다. 새해가 되면 확진자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1차 대유행 때 북이탈리아의 발병 중심지였던 베르가모에 있는 간호사 가브리엘 폰티(58)는 “모든 게 다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이번 대유행이 그때보다 더 나을지 아니면 더 심각할지가 관건”이라고 걱정했다.

이런 우려가 만연하다. 유럽연합(EU)의 유럽질병관리본부(ECDC)는 몇 주간 이미 상당했던 유럽 의료진의 부담이 유럽 전역의 30개국에서 더 커졌다고 밝혔다. ECDE는 최소 12개국에서 일반실과 중환자실에 새로 입원하는 환자와 병상 사용률이 모두 증가했다며 “코로나는 계속 널리 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시간이 걸릴 것이다”

프랑스 동부 케제르베르의 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2020.12.18)
프랑스 동부 케제르베르의 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2020.12.18)ⓒAP/뉴시스

마크롱이 감염되기 이전에도 프랑스 정부는 봉쇄조치 해제에 대해 확실한 입장이 없었다. 예상보다 감염률이 더디게 떨어지면서 정부는 봉쇄령 완화 조치를 늦췄다.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 영화관과 극장은 최소 1월 초까지 계속 폐쇄될 전망이다.

11월 초와 중순에 코로나19가 다시 급속히 확산되자 프랑스의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뻔했다. 4월 이후 처음으로 1일 신규 확진자가 연일 3천 명에 이르렀고 전국 중환자실 병상의 97%가 5천여 명 환자로 찼다.

프랑스 정부에 의하면 현재는 약 2천8백 명의 환자가 중환자실 병상의 60% 정도를 사용 중이다. 상황이 조금 호전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전국적인 것은 아니다.

프랑스 중부와 남동부에 걸쳐 있는 오베르뉴-론-알프 주는 다른 지역보다 의료 인프라가 덜 발달돼 2차 대유행으로 인한 피해가 특히 크다. 이 지역에서는 아직 중환자실 병상의 86%를 코로나19 환자들이 사용 중이다.

이 지역의 간호사인 미리엄 라드레이트는 자신이 일하는 병원의 중환자실에 병상이 12개뿐이라고 했다. 원래 수술실에서 일하던 라드레이트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겠다고 지원했는데 너무나 긴 회복 기간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어떤 사람들은 퇴원을 못하고 계속 병원에 있었다”고 말했다.

1차 대유행과 비슷한 끔찍한 일들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라드레이트는 손자로부터 감염된 60대 부부가 사망한 얘기, 그리고 판단이 불가능한 선택을 계속 해야 하는 의사들의 얘기를 했다. 그녀는 “80세가 넘는 응급실 환자는 중환자실에 넣어주지 않는다”며 “충격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이런 충격에 다시금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프랑스 보건부의 최고위급 관료 중 하나인 졔홈 살로몬은 “이번 겨울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팬데믹을 통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태위태’한 체코

체코에서는 몇 주간 꾸준히 줄던 1일 확진자 수가 12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 4천6백 명이 입원 중이다. “위태위태하다.” 체코 병원들의 상황에 대해 질문을 받은 얀느 블래트니 보건부 장관의 답변이었다. 그런 대답이 나올 만하다. 지난달 16일에는 1일 확진자 수가 12월 중 가장 급격히 증가해 무려 8천235명에 달했다.

2차 대유행에 맞서 정부는 모든 식당과 술집을 폐쇄하고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금 시간을 정했으며 실내와 실외 모임의 인원을 6명으로 제한하는 등 다시 대응 조치를 강화했다.

지친 체코 의료진이 애타게 기다리던 강화조치들이었다. 버노대학병원 응급실의 수간호사인 바르보라 마르카코바는 “우리는 지쳤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마르코바도 유럽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환자를 다룰 때 지켜야 하는 수칙과 보호 조치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모든 유럽 나라가 의료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모든 것이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버노대학병원의 전염병 클리닉을 이끌고 있는 라다나 파리즈코바는 “병원은 뒤죽박죽인데 인력마저 부족하다. 살아생전에 이런 일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게다가 사람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마르카코바는 환자의 가족들이 1차 대유행 때보다 화를 많이 낸다. 사망자라도 나오면 우리 탓을 할 정도다. 우리에게는 아주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우리가 우리 자신을 죽였다”

이탈리아 로마 산 필리포 네리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 (2020.12.22)
이탈리아 로마 산 필리포 네리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 (2020.12.22)ⓒAP/뉴시스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던 이탈리아 동북부에 있는 베네토의 주지사는 베네토의 병원들이 몰려드는 환자들 때문에 3월보다 더 감당 못할 상황이라고 했다. 한 마을의 병원 영안실은 넘치는 시체를 수용하지 못해 그 중 일부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을 지경이다.

근처의 북부에 위치한 롬바르디 지역도 상황이 그에 못지않다. 롬바르디는 원래 병원이 잘 갖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롬바르디의 병원 시스템은 이미 1차 대유행 때 와해될 뻔했다. 응급실은 몰려드는 사람을 주체하지 못했고 중환자실에 가야 할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보냈다. 심지어 외국으로 이송된 중환자도 있었다.

롬바르디의 북부 국경에 있는 바레스도 이 상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정부의 봉쇄정책이 여름과 맞물리며 병원들이 한숨 돌렸다. 중환자실 수용능력도 늘렸고 의료진도 충원하고 산소 탱크도 사들였다. 그런데 10월에 다시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회복해서 퇴원하는 입원 환자 수를 금방 넘어섰다.

여러 바레스 병원들의 대변인인 프란세스카 마우리는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환자를 수용한 병원이 될 줄 상상도 못했다”며 11월 한 병원에서는 병상 500개 중 450개를 코로나 환자가 쓰고 있었다고 전했다.

여름에 코로나 환자들을 위해 한 층에 중환자 병상 15개를 마련했던 한 병원은 이제 뇌와 심장 수술 환자를 위한 중환자실 병상을 가져와 그 수를 48개로 늘렸다. 지금은 코로나 환자들이 세 층 전체를 쓰고 있고 매일 1만8천 리터의 산소를 소모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병원의 모든 환자들이 일주일에 1만5천 리터의 산소를 소모한다.)

이탈리아는 11월 초부터 코로나 확진자 수를 줄이고 병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점점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그 효과가 이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 병원 중환자실 병상의 38%와 일반 병실 병상의 45%에 코로나 환자가 있다. 그리고 입원해야 하는 국민이 여전히 많다.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한 이탈리아 남부가 위험한 상황이다.

오랜 기간 동안 부패와 잘못된 운영으로 의료시스템이 망가진 이탈리아 남부의 칼라브리아 지역에서는 11월 한 달 사이에만 3명의 주립보건위원이 해고되거나 사임했다. 그러는 동안 상황은 악화됐다. 병원에는 구급차들이 줄지어 대기했다. 육군은 기차역 주변에 야전병원을 만들었다.

콘테 총리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전국에 봉쇄령을 내리면서 정부의 힘만으로 상황 대처가 불가능해 이탈리아의 인도주의 단체인 이머전시(Emergency)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이머전시는 항구도시 크로토네에 20명의 간호사와 의사를 파견했다고 한다.

한편 지난 11월 나폴리에서는 코로나 감염 의심자가 사람이 북적이는 까르다렐리 병원 응급실의 화장실에서 죽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간호사들이 차에서 대기 중인 환자들에게 산소 탱크를 나눠줬고 의사들은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추가 교대 근무를 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죽인 것이다.” 그 병원의 전염병 담당 의사인 알레산드로 뻬렐라가 한 말이다.


아직 ‘우려스럽다’는 스페인

봄에 1차 대유행이 터졌을 때 스페인의 병원들은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 많은 의료진이 제대로 된 보호 장비 없이 일했고 수만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마드리드의 병원들에서는 복도에서 자는 환자들이 허다했다. 우왕좌왕하는 스페인의 대응 때문에 평상시 국민의 자랑이었던 스페인의 공공의료시스템의 평판이 훼손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가을에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준비 상태와 장비 공급망이 개선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의료진은 보호 장비를 제대로 갖출 수 있었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그리고 계속 약속을 어기는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와 파업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의료진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10월과 11월 사이 신규 확진자 폭증에 맞서 정부가 취한 강경책이었다. 국민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많은 지역의 상황이 크게 호전됐고 병원의 짐이 줄어들었다. 며칠 전의 상황도 나쁘지 않다. 스페인 보건부에 따르면 전국 일반 병상 중 10% 미만과 중환자실 병상의 21%를 코로나 환자가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초부터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다. 실비아 칼존 복지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물론 최근 상황이 크게 호전된 지역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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