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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2021년 대한민국, 땀인가 땅인가

대한민국이 지주의 나라로 빠르게 바뀌어 나가고 있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작년 12월 17일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가 그 방증이다. 부동산 소유 여부와 어디에 부동산을 소유했느냐에 따라 현대판 지주가 될 수도, 소작농이 될 수 있다.

끝 간 데 없이 벌어지고 있는 자산격차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매우 충격적인 데이터를 발견할 수 있다. 가구별 소유 순자산의 격차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아래 [그림 1]은 1분위부터 5분위까지 가구별로 순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순자산 5분위별 가구당 자산 보유액
 순자산 5분위별 가구당 자산 보유액ⓒ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kosis / 필자 제공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는 보유순자산이 고작 3,579만원이다. 대한민국 가구수가 대략 2천만 가구를 조금 상회하니 400만 가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보유한 순자산 평균이 3,579만인 셈이다. 이쯤 되면 자산이 전혀 없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다. 2분위로 올라가 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2분위에 해당하는 400만가구도 보유순자산 평균이 13,068만원에 불과하다. 변변한 전셋집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반면 5분위는 평균 131,482만원의 순자산을 보유 중이다. 5분위는 1분위의 37배, 2분위의 10배에 해당하는 순자산을 가지고 있다. 자산격차가 이 정도 되면 사회 통합이나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연대의식 같은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부동산이 극심한 자산격차의 원흉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분위별 순자산 격차는 너무나 아득히 벌어져 격차를 줄이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지경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분위별 순자산 격차를 벌리는 주범은 누구일까? 짐작하다시피 부동산이다. 아래 [그림 2]는 분위별 순자산을 구성하는 자산유형들의 비중을 잘 보여준다.

 순자산 5분위별 자산유형별 구성비
 순자산 5분위별 자산유형별 구성비ⓒ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kosis / 필자 제공

부동산공화국답게 1분위를 제외한 모든 분위가 순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연 컸다. 눈여겨 볼 대목은 1분위에서 5분위로 올라갈수록 순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데 특히 가장 부자인 5분위의 경우 부동산이 전체 순자산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7%에 달했다. 더구나 5분위는 다른 모든 분위에 비해 순자산 중에서 거주주택 이외의 부동산 비중이 37.6%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5분위 이외의 다른 분위들은 순자산 중에서 거주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연 우뚝했는데 반해, 5분위만은 거주주택과 거주주택 이외의 부동산 비중이 대등했다.

위의 통계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자산 격차의 원흉은 부동산이며 그 중에서도 자가 이외의 투기목적으로 보유한 부동산이 자산격차의 몸통이라는 사실 말이다.

땀이 아니라 땅이 대우받는 사회

같은 나라의 시민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벌어진 자산격차에 더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임금소득의 상승을 아득히 앞서는 참담한 일까지 벌어지는 중이다.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대한민국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3791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단 0.3% 늘었다. 반면 자산 중 부동산의 평균금액은 3억1962만원을 기록해서 2019년보다 5.2% 상승했다. 쉽게 말해 단지 소유만 하고 있었을 뿐인 부동산의 가격 상승률이 피땀 흘려 일한 근로소득 상승률의 17배에 달하는 것이다.

분위별 자산격차가 끝도 없이 벌어지는 사회, 그 자산 격차의 원흉이 부동산인 사회, 부동산이 많으면 현대판 지주가 되고, 부동산이 없으면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소작농 신세로 전락한 사회, 뼈 빠지게 일해 봐야 다락 같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 앞에 기함하는 사회. 그게 신년 벽두에 우리가 마주한 대한민국의 추레한 얼굴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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