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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깰 수 있을까” 북극 한파에 불안 안고 잠드는 사람들

“내일 아침에 깰 수 있을까?” 김상수(가명) 씨는 걱정과 불안을 안고 매일 잠든다. 20년 만에 돌아온 한파 때문이다. 그는 서울역 지하도 중앙통로에서 잠을 자고 있다.

“추워서 잠자기 너무 힘들다. 자고 일어나면 추위 때문인지 다리가 저려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한다. 그나마 침낭이 있어서 자고 있지만, 너무 추워서 3시간도 제대로 못 잔다.”

11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혹한기 홈리스에 대한 긴급구제 요청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2021.1.11
11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혹한기 홈리스에 대한 긴급구제 요청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2021.1.11ⓒ김철수 기자

거리 홈리스들이 한파에 방치돼있다. 코로나19 까지 더해져 위기가 중첩된 상황이다. 20년 만에 돌아온 한파에도 거리 홈리스들은 갈 곳이 없다.

“코로나 방역을 빌미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지원시설) 희망지원센터에서 이용했던 세탁이나 샤워조차도 이용하지 못하고 출입도 제한받고 있다. 숙대입구역 다시서기센터도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이용이 안 되고, 구세군은 지하에 공사 중이라 이용이 안 된다. 한파가 시작되면서 (영등포구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대피시설) 응급구호방도 화장실과 샤워실이 얼어 씻지도 못한다. 기본적인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추위를 피해 희망지원센터에 들어가려 해도 ‘코로나 검사 확인증’ 없이 못 들어간다. 저도 확인증을 받고 싶지만, 휴대전화가 없어 검사를 받지 못한다. 검사받고 싶어도 못 받는 홈리스가 저만은 아닐 것이다”

한파를 피해 서울역 내부로 들어가면 ‘벌서기’가 시작된다. 방역을 이유로 의자를 다 치워 종일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역 조치가 아니라 홈리스들이 추워서 3층에 몰리니까 의자를 치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렇지 않으면 2층 의자도 다 치워야지 그대로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서 있다가 잠시 앉으면 특수경비용역이 와서 일어나라고 괴롭힌다. 누워서 자는 것도 아니고 잠시 앉은 게 왜 문제인가.”

긴급복지지원법·노숙인복지법에 따른 임시주거비지원도 김 씨에겐 ‘그림의 떡’이다. 노숙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일 때에만 노숙을 위기상황으로 인정하도록 보건복지부가 지원대상을 좁혀놨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시주거비지원 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추위가 극심한 12월 말에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왜 하필 주거 지원이 제일 필요한 겨울철에 중단되는지, 사람보다 행정이 먼저면 되겠나.” 김 씨는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1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혹한기 홈리스에 대한 긴급구제 요청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2021.1.11
11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혹한기 홈리스에 대한 긴급구제 요청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2021.1.11ⓒ김철수 기자

11일 김 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홈리스 7명과 함께 “적절한 난방과 위생 설비를 갖춘 임시거소 혹은 임시주거비를 지원할 것을 권고해달라”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이들을 지원한 ‘2020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이날 오전 인권위 앞에서 혹한기 홈리스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위기에 처한 건 거리 홈리스뿐만이 아니다. 쪽방촌, 고시원 등 비적정 거처 거주자 역시 혹한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김호태 동자동사랑방 대표는 진정에 피해자로 참여한 동자동 쪽방 주민 조남철 씨의 이야기를 전하며 동자동 1000여 가구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저렴 쪽방’에서 살고 있다. 저렴 쪽방은 서울시가 건물주로부터 세를 얻어 주거환경을 개선한 다음 저렴하게 주민들에게 임대하는 쪽방이다. 관리는 서울시립 쪽방 상담소 담당이다. 그러나 시에서 관리하는 집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환경이 형편없다”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최근 한파로 인해 방 안쪽의 창틀까지 얼음이 맺혔고, 방안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로 한기가 느껴질 만큼 난방이 열악하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까지 얼어 지금 주민들은 화장실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쪽방 상담소는 이런 상황을 방관하고만 있어, 주민들은 생리적인 현상마저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다.”

공동기획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폭염과 한파, 장마와 폭설과 같은 기후위기는 주거가 없거나 취약한 홈리스들에게 더욱 큰 피해를 유발한다”라며 “특히 감염병 위기와 결합한 기후위기는 그간의 ‘시설 입소’ 중심의 홈리스 대책이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이므로, 독립 주거 제공을 중심으로 정책을 재편해야 함을 일깨웠다. 그러나 혹서기 동절기 대책은 변함없이 ‘응급잠자리’, ‘시설 입소’와 같은 시설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숙을 위기 사유로 한 긴급지원제도의 개선, 임시주거비지원과 지원주택 정책의 개선과 전국적 확대, 난방 등 구조·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최저 주거기준의 설정 등 홈리스 관련 주거 정책을 개선해 주거 제공을 중심으로 홈리스 정책을 재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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