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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어지는 산재 사망, 누더기 중대재해법은 뭐라고 답할 텐가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현장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11일 낮 광주에서는 폐플라스틱 재생 업체에서 51세의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빨려 들어가 숨졌고, 하루 전인 10일에는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유연탄 저장 업체에서 33세의 노동자가 석탄 운송 설비에 끼여 사망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소규모 사업자에게 처벌을 유예한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번에 제정된 중대재해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아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50인 미만 기업은 법 시행이 3년 유예됐다. 전체 사업장의 98%가 법 적용을 유예받은 셈이다. 그런데도 재계는 ‘과잉입법’이라며 공세를 편다. 11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은 경총 등은 사업주의 징역 하한 규정을 더 낮추고, 50인 이상 중소기업에도 2년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반복적 사망사고 시에만 중대재해법을 적용하자는 주장도 펼쳤다.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법에 ‘보완 입법’을 요구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재계의 요구에 전향적 입장까지 내놨다.

특정 정책에 대해 노동계와 재계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놓고 이렇게 흥정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다. 재계는 작은 기업들이 강화된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 어떤 사업을 하는 데서 반드시 노동자의 목숨이 필요하다면 그런 사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를 죽이지 않으면 망할 기업이라면, 그런 기업은 망해야 마땅하다.

물론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서는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한 사람이 하는 일을 두 사람이 해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고, 안전 설비를 갖추는 데도 돈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재계,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할 일은 이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집중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5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노동자가 죽어도 좋다는 것이 결론이 될 수는 없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26%에 달하며 이런 사업장의 사망 사고 비율은 전체의 20% 수준이다. 산재 사망사고 다섯 건 중 한 건이 이런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10일과 11일 연달아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은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두 사람의 죽음 앞에서 ‘누더기’ 중대재해법은 뭐라고 답할 텐가.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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