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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거짓 보고’ 종용하며 비정규직 사망 방치했나

현대자동차가 외주업체에 ‘허위보고’를 강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키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 ‘안전조치를 했다’고 보고받아 작업을 승인하는 관례가 결국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압축 기계에 끼어 숨진 현대차 외주업체 노동자 김모(54)씨의 현장 작업 책임자 A씨는 13일 “원청(현대차)은 안전 조치를 지켰다고 신고하지 않으면 작업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공정은 사전에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안전 조치 실행 내역을 현대차에 보고하게 돼 있는 곳이다. 현대차는 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하고 작업을 최종 승인한다. 보고와 승인 결과는 ‘공사전 위험성 평가표’에 기록된다.

사고 당일 위험성 평가표를 보면 △위험지역 출입전 운전정지 △동력차단 △동력 조작스위치 잠금 등이 안전 조치로 기록됐다. 작업 전 동력을 차단하고, 장비 운전이 정지된 상태에서 작업했다는 뜻이다. 현실은 달랐다. 평가표대로 지켜진 것은 없었다. 기계는 가동 중이었고 50대 노동자는 가동 중인 기계에 끼여 숨졌다.

사고 전날, 안전 조치 내용을 담은 공사전 위험성 평가표
사고 전날, 안전 조치 내용을 담은 공사전 위험성 평가표ⓒ제공 : 금속노조

평가표를 작성한 A씨는 “안전조치에 규정된 리스트를 넣지 않으면 원청은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 조치 한 두 개를 뺐다가 반려된 적이 여러번”이라며 “원청도 우리가 적은 리스트대로 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리스트만 신경 쓸 뿐 규정을 지키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사전에 승인받은 평가표는 작업 현장에 비치한다. 작업이 시작되기 전, 원청인 현대차 담당자가 현장에 나와 평가표대로 작업하는지 확인하고 사인을 해야 하지만 사인은 외주업체 담당자인 A씨가 대부분 대리 서명했다. 가동중에 위험작업이 이뤄졌는지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외주업체는 가동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두려워했다. 가동 중단은 생산지연으로 이어지고, 원청인 현대차는 지연에 따른 손실을 분 단위로 측정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현대차에선 1분 50여초에 한 대씩 자동차가 생산되는데 20~30분만 라인이 멈춰도 외주업체가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 청구된다.

한 외주업체 관계자는 “압축 펌프 고장으로 라인이 30분가량 멈춘 적이 있다. 10분간 수리를 마치면 압력을 회복하는데 20분 정도 더 걸리는데, 현대차는 그 20분에 대해 손해배상을 물리겠다고 하는 통에 막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압착 기계 출입문에는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동작이 멈추는 센서가 달려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 문을 열지 않고 작업했다. 문을 여는 대신 출입문 옆에 난 작은 틈을 이용했다. 50cm가량의 좁은 틈으로 들어가거나 도구를 이용해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고가 발생한 압착 기계는 3분에 한 번꼴로 내려오는데 그 사이 조마조마하며 작업을 마무리했다.

압축기 안전 문 뒷편 45cm 가량의 공간. 고인은 이곳에서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압축기 안전 문 뒷편 45cm 가량의 공간. 고인은 이곳에서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민중의소리
압축기 전면에 설치된 안전 철문. 문이 열리면 전원이 차단되면서 압축기가 멈춘다.
압축기 전면에 설치된 안전 철문. 문이 열리면 전원이 차단되면서 압축기가 멈춘다.ⓒ민중의소리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92조는 사고가 발생한 기계와 같은 장비를 정비·청소·검사 등 작업을 할 때 노동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 운전을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주업체와 원청인 현대차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63조에 따르면 외주화한 공정 역시 도급인 현대차와 수급인 외주업체가 공동으로 노동자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현대차가 ‘가동중 작업’ 관례를 알고도 거짓 허가를 내렸다면 가중처벌 대상이다. 위험을 인지하고도 작업이 진행되도록 사실상 방치했기때문에 고의성이 인정된다. 기계 사이 빈틈이 왜 발생했고, 원청인 현대차가 알고 있었는지도 고의성 판단에 중요한 요소다.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현장에선 관례적으로 가동중에 작업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망이라는 중대재해 결과가 이를 말해주는 것”이라며 “원청은 동력을 차단하지 않으면 작업할 수 없도록 조처를 해야 했는데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우든, 현대차가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관계자는 “현재 원하청 관계인들을 불러 그 부분(원청의 작업 관례 인지)을 조사하고 있다.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현재 사고발생 경위를 조사 중이며 향후 생산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치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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